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한반도 배치로 중국에서 쓴맛을 본 국내 산업계가 포스트 차이나로 동남아시아 시장을 점찍고 전략 수립에 분주한 모양새다. 특히 동남아 지역 자동차 시장은 차량 보급률이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 잠재력이 풍부한 곳이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동남아 3개국 순방으로 업계 기대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현대자동차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하는 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장 다변화를 성장 돌파구로 삼겠다는 전략이지만 일본차의 아성을 후발주자인 현대차가 극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동남아 시장 공략을 위한 아세안TF팀을 신설하고, 관련 시장 경험이 있는 직원들을 대거 TF팀으로 투입했다. 아시아 자동차시장 전문가인 정방선 현대차 아·중·아 실장이 TF를 이끌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최근 사드 사태로 인한 중국의 경제 보복과 미국 시장 실적 부진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 현대차가 G2 의존을 줄이고, 시장 다변화를 통해 성장을 모색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부와 민간 협력을 통한 우호적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그동안 이어진 가운데 최근 정부의 동남아 순방과 맞물려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일(현지시간) 자카르타에서 열린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 포럼 기조연설에서 "특히 협력을 강화하고 싶은 분야가 자동차 산업"이라고 언급했다.

또 지난 11일 다낭시 청사에서 열린 베트남 쩐 다이 꽝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도 베트남 정부 측에 한국 자동차 부품에 무관세를 적용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아세안자동차연합에 따르면 상용차와 승용차 부문의 상위 3개 국가는 태국과 인도네시아, 그리고 말레이시아다. 지난 2012년부터 자동차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했으며 2013년에는 정점을 찍었다. 이들 세 국가의 판매 규모가 전체 동남아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아세안 국가들의 자동차 판매량은 316만여대로 집계됐다. 이는 글로벌 전체 판매의 3.8%를 차지하는 적은 수치지만 6억5000만명에 달하는 역내 인구에 비해 자동차 보급률은 여전히 낮다는 것이 장점이다. 연평균 4~5%의 높은 경제 성장률과 맞물려 잠재적인 자동차 수요가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가 우선 공을 들이는 국가는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이다. 현대차는 이들을 필두로 다른 아세안 국가 진출의 발판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는 지난 8월 인도네시아 탕그랑시 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제25회 인도네시아 국제오토쇼에서 내년 하반기 합자회사(조인트벤처) 방식으로 현지에 상용차 생산공장을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베트남에서는 자동차업체 타인꽁과 900억원을 공동 출자해 상용차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해당 법인은 베트남 닌빈성에 내년 말까지 2.5톤 이상 트럭과 버스 등을 연간 2만∼3만대 생산할 수 있는 반조립제품(CKD)형태 공장으로 건설한다.

문제는 동남아 지역에서 일본 자동차업체들의 시장 인지도가 압도적이라는 것이다. 도요타·혼다 등 일본 브랜드들은 일찌감치 아세안 시장을 선점하고 마켓팅을 강화해왔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경우 일본 자동차업체 8곳의 점유율이 90%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계 업체들이 아세안 시장을 장악한 이유는 상대적으로 이른 시기에 진출했다는 점, 성공적인 평판관리, 소형차의 적합성 등으로 분석된다.

반면 현대·기아차의 비중은 현재 2~3%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일본차의 벽을 극복하는 것이 동남아 진출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문 정부의 순방 성과는 향후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키워드

Tags #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