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핵심광물 중국 의존도 낮춰야
LFP 기술력·전고체 개발 함께 병행

국내 배터리 3사가 LFP배터리 양산은 물론 다양한 양극재 개발을 통한 배터리 생산에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배터리 3사가 미국 IRA 대응과 LFP 및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오는 2025년까지 배터리 제조에 활용되는 핵심 광물을 미국이 정한 외국 우려 단체에서 조달해서는 안되는 상황에 접어들면서 국내 배터리업체가 고전하는 중이다.

최근 미국이 차종 16종(부분변경 포함 22종)에 한해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했다. 해당 차량들에는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업체 것들이 다수 사용된 것이 확인되면서 향후 IRA 시행으로 호재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현재 배터리업체들이 배터리 생산시 사용하고 있는 핵심광물 중 수산화리튬, 코발트 등은 중국에서 거의 대부분을 들여오고 있어 문제가 되는 중이다.

21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해 동안 수산화리튬(산화리튬 포함) 전체 수입액은 36억8000만 달러였는데, 이 중 중국 수입액이 32억3000만 달러로 87.9%에 달했다. 코발트 역시 지난해 전체 수입액 2억5000만 달러 중 중국 수입액이 1억8000만 달러를 기록, 72.8%를 차지했다.

이에 2년 안으로 공급망 다변화를 꾀하고 중국 의존도를 대폭 낮춰야한다는 제언이 잇따른다. IRA에 따라 2025년에는 미국이 정한 '외국우려단체(FEOC)'가 생산한 광물을 사용할 경우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없는데, 이 FEOC에 중국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번에 전기차 보조금을 지원받은 차량들에 국내 배터리업체들 것이 쓰였지만, 현대차·기아가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미국 IRA 기준이 점차 까다로워지고 있기 때문에 배터리 핵심광물과 관련해서도 더욱 강화된 기준이 적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행히 공급망 변화에는 속도가 붙고 있는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미국 업체와는 탄산리튬 공급 계약을, 호주 업체와 천연 흑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SK온 역시 호주·칠레 리튬 생산기업과 잇따라 광물 장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국내 배터리업체들은 저가형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와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서도 고전 중이다. 

LFP 배터리는 니켈 기반 배터리인 삼원계(NCM)보다 생산비용이 30% 저렴하고 화재에 보다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세계 각국 완성차업체들이 전기차 보급형 모델을 출시하는 등 저가 경쟁을 시작하면서 저렴한 LFP 배터리가 각광받고 있다.

미국 IRA에 LFP 배터리 기술에 대한 규제가 담겨있지 않은데다 만약 보조금을 지급받지 못하더라도 삼원계보다 크게 낮은 생산비용 덕에 LFP 배터리를 사용하는 완성차 업체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런데 LFP 배터리는 중국이 선두를 달리고 있어 국내 배터리업체들이 불리한 상황이다. 중국 CATL의 경우 포드와 손잡고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포드는 배터리 기술과 부품 등은 CATL로부터 조달받고 35억달러를 투입해 미시간주에 전기차 공장 건립을 추진할 예정이다.

따라서 국내업체들은 단순 LFP 배터리 생산뿐만 아니라 기술력을 추가해야 하고, 기존에 우위를 달리고 있던 삼원계 배터리 투자도 병행해야 한다. 여기서 나아가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기술 확보까지 세 마리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실정이다. 앞서 공급망 재편과 함께 주어진 과제들이 많은 상황이다.

다행인 점은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에 정부가 지원에 나섰다는 것이다. 지난 20일 정부는 국내 배터리 3사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과 2030년까지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20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삼원계 배터리의 전해질이 액체로 돼있는 것과 달리 고체로 돼있어 화재나 폭발 위험이 없고, 에너지 밀도가 높아 성능 역시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있다. 다만 전고체 배터리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이 일본이다.

이에 이번 정부의 지원을 통해 국내 배터리 3사는 배터리 시장 주도권을 빠르게 가져오겠다는 방침이다.

저가형 배터리는 중국에 뒤처지긴 했으나, 전고체 배터리 만큼은 일본에 앞서겠다는 전략이다. 따라서 저가형 배터리 수요가 증가하는 만큼 생산할 수밖에 없는 LFP 배터리에 차별화된 기술력을 더해 저렴한 전기차 시장을 노리는 것과 동시에 전고체 배터리를 보다 빠르게 상용화해 고급 전기차 시장까지 선제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처럼 급격하게 변하는 대내외적 상황 속에서 앞으로 몇년 간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고전을 이어갈 전망이나,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긍정적으로 상황을 바라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도 배터리 산업 육성에 대한 의지가 강하고, 현재 중국 LFP 배터리가 강세더라도 공급망 재편을 통해 미국 IRA를 잘 활용한다면 국내 배터리 3사가 2025년까지 19조원의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호재가 많은 것은 분명하다"고 내다봤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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