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 모습. 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역대급 실적으로 성과급 잔치를 열었던 정유업계가 올해들어 분위기가 반전됐다. 석유제품 수요 감소로 국제 유가가 하락세에 접어들면서 1분기 실적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최근에는 정제마진까지 급격히 하락하면서 2분기에도 연속 실적 하락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2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 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정유업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크게 하락할 전망이다. 정유4사 중 SK이노베이션(정유부문)과 에쓰오일(S-Oil)의 예상 영업이익 하락폭은 각각 85%와 56%, 비상장사인 현대오일뱅크와 GS칼텍스는 각각 88%와 64.8%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같은 정유업계 실적 악화 배경으로는 올해 1분기 발생한 국제 유가 하락이 꼽힌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수입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 가격은 올해 1분기 배럴당 평균 80.3달러였다. 지난해 하반기 평균 가격은 배럴당 94.1달러로, 몇 개월새 13.8달러가 하락한 것이다.

정유사들은 최소 1~2개월 전 원유를 매입해 석유제품을 만드는데, 판매할 때는 통상적으로 판매 당시의 국제 유가가 반영된다. 즉 과거 구입한 원유의 가치 하락으로 매입가-판매가 사이의 차이가 발생하면서 회계상 실적 감소로 이어지는 셈이다.

여기에 최근 정제마진까지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어 2분기까지 연속 하락세를 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어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에서 원유를 포함한 원료 가격을 뺀 수치로, 4~5달러를 마지노선으로 본다. 그 이상이면 수익이 나는 것이고 그 이하면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19일 기준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2.5달러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정제마진이 2달러 대로 하락한 것은 지난해 10월 27일(2.46달러)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국내 정유업계 특성상 직접 원유를 시추하지 못하고 수입해 정제하는 과정을 거친 뒤 이를 휘발유나 경유 등으로 만들어 팔기 때문에 정제마진이 하락하면 실적도 함께 악화할 수밖에 없다.

물론 그간 정제마진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인해 지난해 6월 넷째주 평균 29.5달러로 상승하는가 하면 지난해 하반기 들어 급락하면서 9월 평균 0달러를 기록하는 등 변동성이 컸지만, 올해는 국제 유가 하락과 더불어 정제마진까지 급락하면서 정유업계가 실적 하락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정제마진 감소세는 전세계 경기침체가 장기화됨에 따라 석유제품 수요가 감소한 탓"이라며 "정제마진이 상승하려면 석유제품 수요가 증가해야 하는데 아직은 회복될 기미가 보이고 있지 않아 정유사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