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덩치 불려
두나무, 크립토 윈터에 영업익 75% 감소

K-유니콘의 대표주자인 배민과 업비트가 지난해에 엇갈린 실적을 기록했다. 사진은 배민 캐릭터. 우아한형제들 제공
K-유니콘의 대표주자인 배민과 업비트가 지난해에 엇갈린 실적을 기록했다. 사진은 배민 캐릭터. 우아한형제들 제공

K-유니콘의 대표주자인 배민과 업비트가 지난해에 엇갈린 실적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과 엔데믹(풍토병화) 시대를 지나오면서 업황 변동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배달의민족(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에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반면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의 운영사인 ‘두나무’는 지난해에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연결기준 2조 9471억원으로 사상 최대 매출액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대비 46% 늘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4241억원으로 2019년부터 이어진 적자행진을 끊어내고 흑자전환했다.

배민의 실적 호조 원인은 크게 2가지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재택근무의 영향으로 배달 주문량이 팬데믹 이전보다 3배 가까이 증가하고 입점한 식당도 2배 이상 늘어난 것이 컸다. 입점 식당이 늘면서 배민의 주력 사업 상품인 '울트라콜' 광고 수입도 대폭 늘었다. 특히 주문 수는 지난해 총 11억 1100만건으로 2019년 4억건에 비해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또 재무건전성 개선 작업도 유효했다. 배민의 주요 서비스인 ‘배민1’은 출시 후 라이더(배달기사)에게 배달료를 추가로 지급하는 프로모션 요금을 적용했다. 이후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해 지난해 3월 프로모션을 종료시켰으나 배민1 단건 배달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유지돼 수익성을 향상할 수 있었다.

배민의 흑자 전환은 예고된 상황이었다. 2021년 700억원대의 영업적자에는 김봉진 배민 의장의 주식 증여비용 약 1000억원이 일회성 비용으로 반영된 영향이 컸다. 김봉진 의장과 관련된 비용을 제외하면 배민은 이미 2021년에 200억원대 흑자를 기록했다.

다만 배민의 흑자기록이 앞으로도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엔데믹 시대를 맞아 배달앱 거래액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온라인쇼핑 동향 발표'에 따르면 배달 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7개월째 감소세를 기록했다.

이에 배민은 배달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묶음배달 서비스를 추가했고 커머스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배민은 성장세를 이어갔으나 배달앱과 배달기사를 중개하는 배달대행 플랫폼사는 적자규모가 더 커졌다. 배달대행 플랫폼 주요 3사로 꼽히는 바로고와 로지올(생각대로), 만나플래닛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전년대비 더욱 증가했다.

바로고는 지난해 매출 1178억원으로 전년대비 27% 증가했으나 영업손실은 273억원으로 전년(112억원) 대비 악화됐다. 로지올은 지난해 매출은 475억원을 벌어들였으나 영업손실은 약 70억원이다. 만나플래닛은 지난해 매출 142억원으로 전년대비 15% 늘었으나 영업손실은 57억원으로 전년대비 20억원 늘었다. 만나플래닛의 경우 모회사인 만나코퍼레이션(만나플러스 운영사)의 실적도 악화됐다. 관계사 다날의 공시에 따르면 만나코퍼레이션의 지난해 매출액은 211억원이나 당기순손실은 245억원에 달한다.

업비트 개발자 콘퍼런스에 참석한 송치형 두나무 회장. 두나무 제공
업비트 개발자 콘퍼런스에 참석한 송치형 두나무 회장. 두나무 제공

배민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성장한 것과는 달리 또다른 K-유니콘 두나무는 ‘크립토 윈터’의 영향으로 실적이 부진했다. 크립토 윈터란 내·외부적 영향으로 가상자산 가격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뜻한다.

두나무의 연결기준 지난해 매출은 1조2492억원으로 전년(3조 7045억원) 대비 66.2% 감소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8101억원으로 전년(3조 2713억원) 보다 75.2% 줄었다.

실적 감소에 대해 두나무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지속적인 글로벌 유동성 축소, 전반적인 자본시장 위축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라며 "특히 당기순이익 급감은 디지털자산(가상자산) 시세 하락에 따른 디지털자산 평가손실이 전기 대비 크게 증가한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크립토 윈터가 대대적으로 나타나면서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수수료 매출이 급감한 영향도 컸다. 또 주요 가상자산인 비트코인·이더리움 등의 시세도 크게 하락했다.

두나무를 비롯한 가상자산 업계는 실적 악화에 맞서기 위해 대체불가토큰(NFT), 메타버스 등 신사업을 추진했지만 성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나지는 못했다.

여기에 뒷돈 상장(불법 상장피)과 가상자산 시세 조작 등의 비리가 밝혀지면서 가상자산 업계에 대한 신뢰감도 실추된 상황이다. 이에 자금세탁 관련 범죄 뿐만 아니라 가상자산 거래 및 사업자 처벌 규정이 담긴 특정금융정보법 등 법제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두나무는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하이브와 함께 설립한 합작법인(JV) 레벨스를 통해 NFT와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사업을 진행하는 등 신사업 확장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한 IB(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과 엔데믹 시대를 지나오면서 업계의 변동폭이 커졌다”면서 “글로벌 증시 불안으로 투자마저 줄며 외부자금 조달도 쉽지 않아 자생력을 키우기 위한 성장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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