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전경.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전경.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현대차와 기아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6조원 이상을 거두는 등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과감한 전략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1분기 매출 37조7787억원, 영업이익 3조5927억원을 거뒀다. 특히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6.3%나 증가한 규모로, 분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이다. 시장 전망치 3조원을 훌쩍 넘은 '어닝 서프라이즈'다.

이어 26일 실적발표를 한 기아는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9.1% 증가한 23조6907억원, 영업이익은 78.9% 증가한 2조8740억원이라고 발표했다. 기아 역시 분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현대차·기아의 막힘없는 질주다.

이 같은 현대차·기아의 가파른 실적 상승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전기차를 중심으로 고급화·SUV(스포츠유틸리티)·전동화 등 고부가가치 차종 판매 믹스 개선과 북미·유럽 등의 글로벌 판매 확대를 강조해왔는데, 이 같은 전략이 글로벌 시장에 통했다는 의미다. 고급차 브랜드인 제네시스와 SUV 등 수익성이 높은 차량 판매를 늘리고 전기차 투자에 적극 나서면서 호실적을 이끌어낸 것이다.

실제로 현대차·기아는 최대 전기차 시장인 미국에서 올해 1분기 38만2354대를 판매하며 역대 최다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를 포함해 전년 동기 대비 15.6% 증가한 19만8218대를, 기아는 21.8% 증가한 18만4136대를 팔았다.

또 정 회장은 미래 모빌리티 전환을 대비해 현대차그룹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 개발을 직접 지휘하는 등 전동화 투자를 확대하기도 했다. 현재 E-GMP 플랫폼은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EV6, 제네시스 GV60 등 주요 전기차 차종에 탑재되고 있으며, 탑재된 차량들은 해외에서 높은 안전성 평가를 받거나 주요 어워드에서 수상하는 등 호평받고 있다.

아울러 현대차·기아는 정 회장의 지휘 아래 올해 중국 시장 재공략에도 함께 나선 상태다. 현대차는 부분 변경 모델인 '더 뉴 아반떼 N'(현지명 '더 뉴 엘란트라 N')를 비롯해 N브랜드 최초 전동화 모델 '아이오닉5 N'을 중심으로, 기아는 EV6를 시작으로 최초 준중형 전기 SUV인 EV5, 플래그십 전동화 SUV 모델 EV9 등총 6종의 라인업을 구축하며 중국에서 판매를 확대해 나가고, 시장 점유율을 높인다는 목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전쟁이 장기회되면서 기존에 판매량을 책임지던 러시아 시장에서의 상황이 열악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미국과 유럽 등에서 판매 호조를 이어가고, 중국 시장에까지 재도전하면서 우려를 종식시키는 모습이다.

향후 정 회장은 2030년까지 국내 전기차 시장에 약 24조원을 투입하는 등 글로벌 톱3 전기차 브랜드로의 도약을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국내 전기차 연간 생산량을 2030년까지 151만대(수출 92만대)로 확대하고, 글로벌 전기차 생산량은 364만대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또 미국에서 오는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짓고 있는 현대차그룹 전용 전기차 전용 공장을 통해 최대 전기차 시장인 미국 시장 공략을 더욱 가속화하고, 미국 생산 차량에 최적화된 배터리셀을 현지에서 빠르게 조달하기 위해 SK온과 협력에 나선다. SK온과 배터리셀 합작공장을 세우고 오는 2025년부터 현지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정 회장이 "2025년까지 모든 차종을 '소프트웨어가 중심인 자동차(SDV)'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한데 따라 현대차·기아는 그룹내 소프트웨어 사업 본부 격인 자회사 '포티투닷'에 1조539억원 규모 자금 수혈에도 나섰다.

현재 모빌리티 서비스를 총괄하던 'TaaS본부'와 인공지능(AI) 기술 전담 조직 '에어스컴퍼니'의 핵심 기능을 포티투닷으로 합친 상태다. SDV를 체계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지난해 말 설립한 '글로벌 소프트웨어센터' 수장은 송호영 기아 사장이 맡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의 과감한 투자와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시장의 수요를 이끌만한 제품을 내놓으면서 상품성을 인정받는 모습"이라며 "이번 1분기에는 도요타, GM 등 주요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을 제치면서 목표 조기 달성도 가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최근 미래 경쟁력을 키우는 현대차·기아 기술연구소(남양연구소)를 이끌 신임 연구개발본부장으로 김용화 차량제어개발센터장 겸 연구개발기획조정실장(부사장)을 선임했다. 김용화 신임 본부장은 차량 엔진 제어 알고리즘 설계에 특화된 소프트웨어 전문가로 통한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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