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병욱 의원과 한국세무사회가 공동 주관하고, 같은 당 소속 송기헌 의원과 유동수 의원이 공동 주최한 ‘상속세 유산취득세 방식 긍정적 검토를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앞줄 왼쪽 둘째)이 주최한 '상속세 유산취득세 방식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김병욱 의원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앞줄 왼쪽 둘째)이 주최한 '상속세 유산취득세 방식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김병욱 의원실)

토론회 제목에 ‘긍정적 검토’라는 수식어가 몹시 귀에 거슬린다.

기재부는 올해 5월까지 ‘상속세 유산취득 과세체계 도입을 위한 연구용역’를 제출받고, 상속세 체계를 유산취득 방식으로 전환하기 위한 세제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상속재산에 대한 과세방법은 유산세형(estate tax type)과 유산취득세형(inheritance tax type)으로 구분되는데, 전자는 무상 이전자가 이전하는 재산의 크기에 대해, 후자는 무상 취득자를 기준으로 취득하는 재산의 크기를 측정해 과세하는 방식이다. 상속세는 누진세 구조를 취하고 있어 유산취득세 방식으로의 전환은 기존의 방식보다 훨씬 적은 세수 결과를 낳게 된다.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짚어보자.

천문학적 규모의 세수 펑크 사태가 예상되는데, 하필 이 시점에 왜?

지난해 8월 기재부는 올해 세수를 400조5천억원으로 예상했다. 역대급 ‘세수 호황’을 누렸던 지난해 결산 기준 세수 395조9천억원보다도 1.2%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지난해 60조원 가깝게 세금이 더 걷혔던 것과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졌다. 올해 1~2월 들어온 국세는 54조2천억원으로 전년보다 15조7천억원 급감했다. 3대 세목인 소득세(-19.7%), 부가가치세(-30%), 법인세(-17.1%) 모두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이런 추세라면 연말까지 수십조원에 달하는 세수 펑크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입경정은 물론 지출구조조정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대규모 적자 국채 증액발행도 예견돼 윤석열 정부의 건전재정 정책과도 괴리되는 현상이 벌어지게 될 것이다.

지난해엔 과다 세수로 세제실에 문책성 인사가 벌어졌는데, 올해엔 세수 펑크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궁금하다.

유산취득세제 도입 계획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공약에도 인수위원회 110대 과제에도 포함돼 있지 않다. 따라서, 유산취득세 방식으로의 변경은 기재부가 총대를 멘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의 힘 의원들도 잠자코 있는데,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가만히 있다가 대규모 세수평크 현상이 예견되는 이 시점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앞장을 서는 이유가 무엇인지 납득이 가질 않는다.

또 다른 부자감세 사례, 상가임대인 세액공제

국회는 2018년 산자위에서 상가임대차 기간 연장을 위한 상가임대차 보호법 개정안이 논의되던 중, 기획재정위원회가 느닷없이 임대사업자에게 세제 혜택을 제공하기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해 단 하루 만에 기습 처리했다.

물론, 비용추계서 작성과 법안 축조심의 생략 불가 등의 국회법 규정도 무시했다.

수백만 상가임차인의 권리 보호를 위한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몇 해 동안 상정조차 되지 못했었던 것과 극명하게 비교된다.

당시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국회의원 재산변동 공개목록에 따르면, 여야 의원 60명이 본인 또는 가족이 상가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에도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의원이었다.

더불어민주당 강령과 배치되는 주장은 삼가야

기업인들이 상속세가 부담스럽다며 제도 개선 필요성을 호소하는 건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상속세 유산취득세 방식으로의 전환은 분명 부자감세 정책으로, 더불어민주당 강령에 규정된 경제민주화, 경제·사회적 약자와 서민의 보호, 튼튼한 중산층 조성 등의 방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더불어민주당 강령이 바뀐 것이 아니라면 소속의원들도 부자감세 등의 주장은 삼가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호연 선임기자
▲이호연 선임기자

 

[스트레이트뉴스 이호연 선임기자]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