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1위' 롯데, 22년 만에 인천공항 떠나
신라·신세계 뒤쫓지만 공항점 매출 비중 낮아

여행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2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 통로가 여행객으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여행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2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 통로가 여행객으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면세업계의 매출이 급감하는 가운데 올해 업계의 화두였던 인천공항면세점 사업자 선정이 발표됐다. 면세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이 인천공항면세점 선정에서 탈락한 가운데 경쟁업체인 신라·신세계 면세점이 빠르게 치고 올라와 업계 순위가 요동칠 가능성이 커졌다.

관세청은 지난달 26일 보세판매장 특허심사위원회를 열고 면세점 운영 사업자를 결정했다. 그 결과 인천공항면세점 운영권 입찰에 대기업이 참여가능한 향수·화장품·주류·담배를 판매할 수 있는 DF1과 DF2 사업자로 호텔신라(신라면세점)와 신세계디에프(신세계면세점)가 각각 선정됐다.

패션·액세서리·부티크 판매 구역에서도 신라면세점(DF3)과 신세계면세점(DF4)이 사업권을 획득했다. 부티크만 취급하는 DF5 구역은 현대백화점면세점이 맡는다. 막강한 자금력으로 높은 입찰가를 부를 것으로 점쳐졌던 중국국영면세품그룹(CDFG)은 DF1∼4구역 모두 낮은 입찰가를 제시해 일찌감치 복수사업자에서 제외됐다.

또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은 한 곳도 선정되지 못했다. 특히 인천공항 개항 22년 역사를 함께해온 업체가 탈락했다는 점에서 이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인천공항면세점 사업자 선정에는 신라·신세계의 공격적인 베팅과 이에 상반되는 롯데의 보수적인 접근이 작용했다.

면세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매출이 높은 향수·화장품·주류·담배를 취급하는 DF1·2와 부티크만 판매하는 DF5에 응찰했다. 여기서 롯데는 신라·신세계에 비해 20%가량 낮은 입찰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DF5구역 가격 개찰에서는 신세계·신라에 이어 3위를 기록했지만 복수사업자로는 선정되지 못했다.

면세점업계에서는 롯데가 '승자의 저주'를 우려해 보수적으로 입찰한 것으로 분석했다. 롯데는 지난 2015년 면세점 입찰 때 높은 금액을 제시해 입점에 성공했으나 한반도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의 반발로 중국 관련 사업을 중도에 철수한 쓰라린 경험도 있다.

2019년 출국객을 기준으로 하면 신라와 신세계가 앞으로 인천공항에 내야 하는 임대료는 연간 4000억원가량으로 적지 않다. 그러나 이제는 임대료가 고정이 아닌 '여객 수 연동'으로 바뀐 만큼 예전보다는 부담이 덜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또 상징성을 고려할 때 인천공항은 적자를 내더라도 반드시 보유해야 하는 매장으로 평가될 정도다. 실제로 인천공항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는 연 매출이 2조원을 넘겨 세계 1위 면세점 매출을 기록했다.

김주남 롯데면세점 대표이사
김주남 롯데면세점 대표이사

이에 롯데가 인천공항면세점에서 방을 빼게 돼 업계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021년 기준 롯데(40억 4600만유로)와 신라(39억 6600만유로)의 매출은 1억유로도 채 차이 나지 않았다. 한화로 보면 약 7000억원 차이다.

게다가 신라면세점은 최근 온라인 강화에 나서며 공격적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어 업계 순위 변동은 가능한 상황이다.

이 가운데 롯데면세점은 변화한 업황에 맞춰 온라인, 해외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면세업계 환경이 변한만큼 예전과 같은 무리한 투자는 더 이상 없다는 기조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인천공항면세점 사업자 선정 탈락에 아쉬움이 남지만 온라인·해외 사업을 더욱 키우겠다”면서 “공항점 매출 비중이 지난해 기준 3%에 불과해 인천공항점이 빠지더라도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면세점은 출국장 면세점의 매출 비중이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는 점을 주목한다. 실제로 한국면세협회 자료에 따르면 출국장 면세점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30.2%에 달했지만 2019년 13%까지 떨어졌다. 내국인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온라인 면세점, 외국인은 관광도 함께 할 수 있는 시내면세점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롯데면세점의 온라인 매출 비중도 2013년에는 10% 미만이었지만 2018년 이후 30∼40%까지 증가했다. 이에 롯데면세점은 아낀 임대료로 시내점과 온라인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해외 시장에도 적극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인천공항면세점을 철수하면서 임대보증금 2400억원을 환급받게 된다. 해당 재원을 온라인·해외 사업으로 돌리겠다는 목표”라며 “면세점 사업이 규모의 경제라는 점에서 해외사업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당장 6월에는 호주 멜버른 공항점 개점이 예정돼있고 하반기에는 베트남 하노이 시내점을 연다. 코로나19 기간 부분 개장으로 운영해온 싱가포르 창이공항 그랜드 오픈도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 2025년 8월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이 다시 열리면 재도전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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