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온이 최근 선보인  유아동 특화 전문관 '온앤더키즈'. 롯데온 제공
롯데온이 최근 선보인 유아동 특화 전문관 '온앤더키즈'. 롯데온 제공

‘유통 맞수’ 롯데와 신세계가 이커머스 시장에서도 맞붙은 가운데 흥미롭게도 비슷한 전략을 펴고 있다. 양사는 타 이커머스 업계의 장점인 신선식품 보다도 프리미엄 수요를 노린 패션·럭셔리 제품과 관련 서비스를 선보이며 이커머스 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롯데온과 쓱닷컴은 플랫폼 내 뷰티·패션·명품 등의 특화몰인 ‘버티컬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버티컬 서비스란 특정 카테고리에 집중한 서비스로 소비자의 유입을 이끌어내는 효과를 지닌다.

먼저 롯데온은 지난해부터 버티컬 카테고리를 집중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롯데온은 지난해 4월 뷰티 특화 ‘온앤더뷰티’를 선보였다. 이후 명품 특화 ‘온앤더럭셔리’, 패션 특화 ‘온앤더패션’을 잇따라 롯데온 내에 마련했다. 최근에는 유아동 특화 ‘온앤더키즈’를 선보이며 롯데온 내에만 총 4개의 특화 전문관이 마련돼 분야별 전문성을 키우고 있다.

이는 종합몰 운영만으로는 눈높이가 높아진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 어렵다는 판단 탓이다. 롯데온 전문관을 통해 입점브랜드를 강화해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겠다는 목표다.

그중에서도 '온앤더패션’에 대한 주목도가 높다. 롯데온은 올해에만 40여개의 디자이너 브랜드가 입점했다. 롯데온 매출 중 패션 부문 비중이 40%에 달하는 만큼 패션 사업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디자이너 브랜드 입장에서도 롯데백화점이란 배경이 있는 롯데온 입점은 매력적이다.

롯데온은 객단가가 높고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뷰티·명품·키즈 카테고리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롯데그룹의 지니는 유통부문에 대한 높은 신뢰도를 활용해 소비자가 불안해하는 이커머스 제품의 진위여부 증명을 강조하고 있다.

지금까지 롯데온의 버티컬 강화 전략은 유효했다. 롯데온 이커머스 부문은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240억원을 내면서 전년보다 적자폭을 250억원 가량 개선했다.

거래액도 늘었다. 롯데온의 지난해 4분기 거래액은 뷰티 704억원, 럭셔리 200억원, 패션 1368억원으로 전년보다 10~30% 가량 늘었다.

쓱닷컴이 마련한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뷰티’ 공식 스토어. 쓱닷컴 제공
쓱닷컴이 마련한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뷰티’ 공식 스토어. 쓱닷컴 제공

신세계도 박리다매 할인 위주의 이커머스 시장에서 차별화에 나섰다. 버티컬 전문관 도입과 함께 신세계백화점의 명품 경쟁력과 고급 이미지를 활용하고 있다.

SSG닷컴은 지난해 9월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그룹의 화장품·향수 부문 ’LVMH P&C‘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가시적 성과도 나고 있다. 지난해 11월 쓱닷컴 단독 상품으로 선보인 ‘프레쉬’ 바디 세트는 완판됐고 ‘뷰티 쓱세일’ 기간에 LVMH 뷰티 5개 브랜드는 카테고리 평균 매출의 3배가 넘는 실적을 기록했다.

또 쓱닷컴은 명품 플랫폼 ‘캐치패션’과 손잡고 공식 스토어를 열었다. 캐치패션의 50여개 파트너사가 제공하는 15만개의 상품을 선보였다. 이를 통해 발렌시아가·아미·구찌 등 명품 브랜드의 상품 등을 판매하고 있다.

나아가 명품 브랜드 샤넬과 손잡고 하이엔드 명품 시계 라인을 판매했다. 샤넬이 시계를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것은 쓱닷컴이 처음이다. 그간 화장품 부문 제품들은 이커머스에서도 판매했지만 시계·주얼리·가방 등 명품 라인은 희소성 하락 등 브랜드 이미지를 우려해 판매하지 않았다.

여기에 쓱닷컴은 백화점의 선물하기 전문관 ‘신백선물관’도 마련했다. SSG닷컴 선물하기 서비스에 신백선물관 특별 페이지를 마련해 선물 구성과 포장 등 백화점의 서비스를 그대로 옮겼다. 백화점 바이어가 엄선한 제품들이 마련됐고 백화점의 선물 포장을 쓱닷컴으로 그대로 옮겼다.

쓱닷컴은 신백선물관을 통해 백화점 선물구매 수요가 유입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신세계백화점의 선물하기 서비스는 월평균 50% 이상 매출이 신장할 정도다.

이렇듯 쓱닷컴은 여러 고급 브랜드 입점을 통한 버티컬 서비스를 선보이며 수익성 향상에 힘쓰고 있다. 쓱닷컴은 지난해에 전년 대비 16.8% 성장한 연매출 1조 7447억원을 올렸으나 영업손실은 1079억원에서 1112억원으로 33억원 증가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온과 쓱닷컴이 신선식품으로 소비자의 발길을 우선적으로 끌었다면 이제는 수익성을 고려하는 모양새”라며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이커머스 업계에서 수익성을 늘리려면 신선식품보다는 뷰티·패션·명품 등 객단가가 높은 제품 판매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롯데와 신세계가 백화점이란 오프라인 강점을 지닌 만큼 이를 이커머스 시장에도 활용한다면 수익성이 더욱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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