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공격 경영 VS 상생경영과 리스크관리
지배구조 이슈 안정화 결정…지주와 은행 역할분담 관건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승열 하나은행장,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조병규 차기 우리은행장(제공=각사)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승열 하나은행장,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조병규 차기 우리은행장(제공=각사)

코로나19만 끝나면 모든 게 좋아질 거란 기대는 지난 5월 기준 한국경제가 15개월 연속 적자, 8개월 연속 수출 감소를 보이며 헛된 기대였음이 확인되고 있다. 한국경제에 대한 성장률 전망치는 외부 및 내부 모두 1% 초중반에 그친다. 반면 물가상승률은 쉽게 꺾이지 않아 스테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의 성장에 기대 호황을 누렸던 시간을 뒤로 하고, 미중 갈등의 파고 속에 수출기업들이 시계 제로의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줄어드는 인구에 내수시장 확대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G8을 기대하는 한국이 진정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서비스업, 특히 금융이 영미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가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스트레이트뉴스가 총 5회에 걸쳐 한국금융이 처한 상황을 진단하고 남은 숙제와 향후 방향에 대해 들여다본다.<편집자 주>

지난해 7월부터 시작, 이달로 만 1년을 맞이하는 은행들의 예대금리차 공시는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에서 은행을 ‘공공재’로 정의하는 정부당국의 시각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지금은 수치가 공개되는 은행들이나 지켜보는 고객들의 민감도가 다소 줄어들었지만, 공시 초기 경쟁 은행 대비 과도한 예대마진 수취은행으로 낙인찍히지 않기 위한 은행들의 노력은 치열했다.

첫 실적이 발표된 작년 8월 함박웃음을 지은 곳은 하나은행이었다. 예대금리차 1%p대 중반 전후를 기록한 경쟁은행 대비 하나은행은 1.04%p를 기록, 2등을 기록했던 KB국민은행(1.38%p)보다도 월등히 낮은 수치를 보였다. 주요 은행들은 정기예금 금리를 경쟁적으로 올리며 꼴찌를 기록하지 않기 위해 나섰고, 하나은행은 당시 대표 상품인 ‘하나의정기예금’ 금리를 연 3.4%로 높이며 경쟁은행 대비 ‘착한은행’ 눈도장을 찍는데 성공한다.

◆ 기업금융 약진으로 리딩뱅크 올라선 ‘하나은행’

하지만 ‘영업의 신’ 함영주 회장이 있는 하나금융은 상생경영을 펼침과 동시에 반전의 카드를 준비하고 있었다. 개인금융부문의 경쟁력 대비 상대적으로 열위에 있던 기업금융에 박차를 가한 것이다.

흔히 하나은행과 비교되는 우리은행은 오랜 기간 이어온 네트워크로 대기업 대출 잔액에서 하나은행의 두배 가까운 실적을 기록해 왔다. 지난 5월 26일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로 최종 선출된 조병규 우리금융캐피탈 대표가 IB분야 전문가라는 사실도 이런 우리은행의 경쟁력과 무관치 않다.

각 은행이 밝힌 작년 말 기준 4대 시중은행 대기업 대출 잔액은 우리은행(36.8조원), 국민은행(29.6조원), 신한은행(24.4조원), 하나은행(19.6조원) 순이다. 하지만 올 들어 1분기 이후 하나은행은 홀로 두 자릿수(13.0%)의 성장률을 보이며 대기업 대출 잔액을 22.2조원까지 끌어올렸다. 연초 이후 줄곧 개인들의 대출이 감소하고 있는 사이 하나은행은 기업대출을 정조준해 수익을 끌어올린 것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하나은행이 타 은행 대비 외화보유자산이 많아 강달러 상황에서 환율의 덕을 본 탓도 있고, 기업대출 절대규모가 작았던 상황에서 증가율을 높이기 더 쉬웠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전략적인 노림수가 있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하나은행은 이와 같은 전략 성공으로 전년도 순이익 리딩뱅크로 오르는 기염을 토하고 올들어 지난 1분기에도 순이익 97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5%나 성장해 경쟁 은행들을 놀라게 했다. 그 뒤를 이어 신한은행(9316억원), KB국민은행(9219억원), 우리은행(8595억원) 순이었다.

하나은행의 선전을 두고 업계에서는 다양한 원인분석이 이뤄지고 있지만 주된 이유 중 하나로 지주와 은행간 안정된 시너지를 꼽는 시각이 많다.

앞선 금융지주 관계자는 “하나금융은 일찌감치 함영주 회장이 전임 회장의 바톤을 이어받아 네트워크 확장에 힘을 실어줘 조직에 부침이 없었고, 그룹 CFO 출신으로 전형적인 재무통으로 알려진 외환은행 출신 이승열 은행장이 하나생명 대표를 1년도 보내지 않고 연초부터 은행을 챙기고 있어 시너지가 배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하나은행을 바라보는 다른 세 은행들의 머릿속은 다소 복잡해 보인다. 이는 이 세 은행이 당면한 지배구조 이슈와도 맞닿아 있다.

KB국민은행은 작년 초 일찌감치 이재근 행장을 선임, CFO출신들이 약진해온 KB금융 그룹 내에서 안정적인 실적을 이어오고 있다. 다만 오는 11월로 임기를 마치는 윤종규 회장의 후임이 내부에서 결정될 가능성에 대해 앞선 금융지주들의 사례를 참조할 때 불투명해 부담이다.

신한은행은 진옥동 은행장이 지난 3월 지주 회장으로 이동하며 주주커뮤니케이션 및 내실강화에 주력하고 있고, 진옥동 회장이 은행장 시절 비서실장을 맡았던 정상혁 은행장이 우여곡절 끝에 2월부터 키를 잡고 풍랑을 빠르게 헤쳐가는 상황이다.

금융위원장 출신이 회장에 오르며 이슈의 중심에 있었던 우리금융은 전임 회장과 손발을 맞춰온 이원덕 행장의 용퇴 결정과 함께 조병규 우리금융캐피탈 대표가 지난 달 최종 후보에 오르며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여 다소 느슨해진 고삐를 당길 채비를 하고 있다.

주요 은행들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기 위해 고려할 사항은 또 있다.

오는 9월로 종료를 맞는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 대출 만기 연장 및 상환유예 조치가 또 연장될 가능성이다.

개인들의 연체율이 점차 높아지는 상황에서 내년 상반기 총선을 앞두고 당국이 중기 대출 특별 만기연장 및 상환유예를 종료할 거라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른바 벌어들이는 이익으로 대출 이자마저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들이 계속 늘어나고 정부당국은 상생금융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대손충당금을 계속 쌓아가며 대출을 마냥 늘이기도 부담스럽다”며, “부동산 시장 하락이 금리 하락과 함께 일시 주춤하자 개인 대출이 다시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주포인 반도체를 비롯 상당수의 제조업들의 실적이 불투명한 상황도 리스크관리 강화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적인 대출영업 외에도 디지털 전환 가속화, 그룹 글로벌 전략 이행, MZ세대 고객 유입 등 은행들의 숙제는 많다.

◆ 고객의 삶에 녹아드는 금융 실천 ‘신한은행’

신한은행은 정상혁 은행장 체제로 들어서며 '사회와 고객이 공감하는 일류(一流) 신한'을 선언했다. 특히 ‘미래를 준비하는 은행’을 위해 디지털 전환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고객 모두 안전하고 편안한, 언제나 어디서나 고객의 삶에 녹아드는 (Everywhere Bank) 은행 구현을 위해서는 디지털 경쟁력이 핵심이다.

신한은행이 말하는 미래 지향점은 언제, 어디서나 눈에 띄지 않아도 구현되는 ‘24시간 365일 Everywhere & Invisible Bank’다.

이를 위해 외부 업체와의 강력한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새로운 디지털 생태계를 확장하는 ‘Eco Expansion’ 전략을 펼치고, 디지털 플랫폼을 고도화함과 동시에 BaaS(Banking as a Service) 사업을 적극 추진해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금융업의 한계를 뛰어 넘는다는 각오다.

◆ 그룹 글로벌 투트랙 전략 선봉에 선 ‘KB국민은행’

KB국민은행은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선진시장과 동남아 중심의 성장 시장으로 나눈 ‘투트랙 전략’ 실천에 힘쓰고 있다.

KB미얀마은행을 신규로 설립했고, KB마이크로파이낸스 미얀마의 영업점을 대규모로 확대했다. 미얀마 금융시장은 아직까지 인프라가 취약한 반면 성장 잠재력이 높아 국내 은행들에게 매력적인 시장으로 꼽히면서 ‘포스트 베트남’으로 불리는 곳이며 KB금융 글로벌 전략의 주요 거점 국가 중 하나다.

지난 2018년에는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을 인수해 SOHO, SME, 리테일, 디지털뱅킹, IT 등에 대한 체계적인 리스크관리 노하우 및 선진화된 디지털 역량 등을 접목, 부코핀은행을 인도네시아 금융시장을 선도하는 TOP 10의 리테일은행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선진 시장에서는 홍콩과 뉴욕 지점을 중심으로 IB 영업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고, 2018년 5월에는 런던법인을 지점으로 바꿔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지점 전환을 통해 KB국민은행 본점 신용등급을 활용한 자금 조달이 가능하며, 동일인 여신한도 확대를 통한 차관단대출 증대 등 CIB 영업을 활성화해 홍콩 및 뉴욕지점과 함께 CIB 허브로 육성할 계획이다. 2022년 1월에는 선진시장 도매영업(Wholesale Biz) 확대를 위한 싱가포르지점을 개설하기도 했다.

◆ 역동적 에너지로 MZ고객 마음 훔치려는 ‘우리은행’

신임 조병규 은행장이 이끌어가게 될 우리은행은 더 멀리 가기 위한 조직문화 쇄신과 사회적 가치 공유에 매진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글로벌 1등 금융그룹을 지향하며 세계 무대에서 뛰어난 성과를 올릴 가능성이 있는 선수를 발굴, 후원하는데 앞장서는 그룹의 이념을 가장 앞서 실천하고 있다.

대표적인 스포츠 분야가 지난 1958년 창당한 우리은행 여자프로농구단이다. WKBL 출범 후 14번의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명문 구단이다. 젊고 잠재력 있는 선수 육성을 통해 조직에 역동성을 더한다는 취지를 살리고 있다. 이 밖에도 우리은행은 우리WON여자사격단을 1978년 출범시켜 한치의 오차도 없는 금융회사의 정신을 살리고 있다.

특히 우리은행은 미래 성장을 위해 MZ세대를 위해 e-스포츠 분야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우리은행은 세계 최고의 e-스포츠인 리그오브레전드 국내 정규리그(LCK, League of Legends Champions Korea)를 운영하며 MZ세대들의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작년부터는 그룹 차원에서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e스포츠 8개 부문에서 선전할 수 있도록, 국가대표 선발과 훈련 지원 및 마케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올해도 지난 4월 ‘우리은행과 함께하는 2023 LCK 스프링 결승전’ 행사를 치르며 미래 고객인 MZ세대들의 눈높이 맞추기와 소통에 심혈을 기울였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각 은행들이 금융지주 내 이익기여도가 60~90% 수준에 이르는 만큼 향후 금리가 정상화되는 상황에 맞게 디지털 전환, 글로벌화, MZ세대 유치 등 과제가 많다”며, “비슷비슷한 일들을 하는 것 같지만 각 은행이 가진 문화와 배경이 다르고 영업 포트폴리오가 상이한 만큼 자칫 불황이 장기화 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리스크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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