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포항제철소 제1열연공장. 포스코그룹 제공
포스코 포항제철소 제1열연공장. 포스코그룹 제공

2분기를 지나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철강업계 실적에 대한 전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길었던 침체기를 지나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일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3분기 전기료를 동결하면서 업계 부담이 줄어든데다 회복이 더뎠던 중국이 이제야 리오프닝 효과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나 수익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철강업계는 올해 들어 두 차례나 인상됐던 전기요금이 3분기에 동결되면서 일단 한숨 돌리게 됐다. '최악'은 면했다는 반응이다. 한국전력은 올해 3분기 전기요금을 지난 2분기와 동일한 kWh당 5원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1분기 24.95%, 2분기 5.3% 인상 이후 첫 동결한 것이다.

통상 철강업계는 전기료가 오르면 제품 가격 인상으로 대응해야 하는데, 최근 업황이 좋지 않아 판매가 부진한 만큼 가격을 올리는게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또 원가 부담도 덜게 됐다. 철강업계는 전기료가 kWh당 1원 인상되면 연간 원가 부담이 약 200억원 증가하는 구조다.

실제로 철강업계는 올해 1,2분기 전기료가 인상되면서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오른 비용을 낼 예정이다. 현대제철은 본래 연간 전기 1만GW를 사용하는데, 지난해 6000억~7000억원 전기 요금을 지불한데 반해 올해의 경우 상반기 인상분을 포함하면 8000억원 수준의 전력비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동국제강 역시 올해 상반기 전기료 인상에 따른 전력비용 부담이 10%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의 경우 2827억원 전기료를 납부했는데 올해는 여기에 188억원 가량 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행히도 3분기 전기료가 동결된데 따라 철강업계는 원가 절감을 통해 수익 개선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증권업계를 비롯해 철강업계에서는 하반기부터 주변 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하는 의견이 우세하다. 지지부진했던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본격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이 철강재 감산 정책도 펼치면서 국내 철강사에 반사이익을 안겨줄 수 있다는 예측도 제기된다.

중국 정부는 최근 경기 부양을 위해 1조 위안 규모의 특별 국채 발행를 검토하고 있으며 기준금리 인하 및 철강재 감산 정책을 추진해 하반기에는 큰 폭의 실적 개선을 보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의 경기 부양책은 아파트 및 신규 인프라 건설 등 부동산 경기 회복을 위해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건설용 철강을 비롯해 중국 철강 수요도 회복되고, 국내 기업들의 수출도 더욱 증가할 수 있다.

중국의 철강재 감산 정책을 통해서는 단기적으로 원자재 가격 안정화에 도움이 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철강재 가격 상승을 이끌 수 있어 국내 철강사에 이득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증권업계에서는 중국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 발표 소식에 중국 현지 철강재 가격이 완만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고, 이는 국내 철강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실적 반등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성봉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국 철강 유통가격은 3주 연속 상승세를 보이며 중국 경기 부양책 발표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며 "부양책이 발표되면 철강 실물 수요에 긍정적으로 작용해 올 연말과 내년 상반기까지 중국 철강 수요 개선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철강업계는 중국 리오프닝 효과뿐 아니라 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정책과 맞물려 재개발 등의 자금흐름이 개선되고 냉각된 투자심리가 완화된다면 서서히 시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하반기 국산 철강의 국내외 수요 전망도 밝다. 산업연구원은 하반기 철강 내수·수출 규모는 내수 2403만5000t, 수출 1297만3000t 등 3700만8000t으로 예측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3597만5000t) 대비 2.9% 증가한 수치다.

박현욱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중국과 서구 주요 지역의 철강 시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올해 하반기가 지난해 태풍 피해로 인한 실적과 비교해 증가하는 것처럼 보일 뿐, 크게 개선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3분기 전기료가 동결됐는데 고철값도 보합이라 7월 철근값은 큰 폭의 변동이 없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철근값은 가격 책정공식과 원가 구조에 따라 결정되는데, 철강업계는 지난 2021년부터 고철(철스크랩) 평균 가격이 전월보다 ±5% 이상 변동하면 이를 반영해 월별로 고시하고 있다. 2022년 2분기부터는 전기요금을 철근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철강업계는 지난 5월 16일 철근 기준가격(SD400, 10mm)을 t당 97만9000원으로 전달보다 5000원 인상한 바 있다. 2분기 전기요금이 kWh당 8원 상승함에 따라 전기요금 인상분 5000원을 반영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전기료도 그대로고 고철값도 멈춘 상태다. 이달 들어 전국 철스크랩 평균 가격은 t당 46만5000원(중량A, 도착도 기준)을 내내 유지하고 있으며 올해 최장 기간 장마가 예상돼 공사 등이 중단되면서 7~8월 수요도 감소할 전망이다.

다만 하반기 반등이 가능하다는 전망에 더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26일 공개한 지역경제보고서(2023년 6월)에 따르면 지난달 343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기업의 56.3%는 수출이 중국의 봉쇄조치(2022년 3월) 이전 수준으로 이미 회복했거나 연내 회복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중 특히 이차전지, 조선, 자동차 및 부품, 철강 기업 80% 이상은 이미 수출이 회복됐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만큼 하반기 전망이 엇갈리고 있으나 중국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철강업계 실적 개선을 기대해볼만 하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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