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부터 본격화된 '노재팬'.
2019년부터 본격화된 '노재팬'.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의 해양 방류를 강력 추진하고 있다. 이를 두고 수산물 오염 등을 우려하는 국내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여기에 일본 수산물뿐만 아니라 맥주, 공산품 등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돼 ‘노재팬(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이 재개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일본 현지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오는 30일까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 설비를 전체적으로 점검하는 검사를 실시 중이다. 검사는 이르면 이달 말에 끝나고 검사 결과는 다음달 5일 정례회의 때 보고될 예정이다. 별다른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으면 검사 종료 후 약 1주 정도 뒤인 다음 달 초순 도쿄전력에 '(검사)종료증'이 교부된다. 이 증서가 발행되면 오염수의 해양 방류가 가능해진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 방류 계획을 검증해 온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조만간 공개할 최종 보고서에서도 우려할 만한 지적이 제기되지 않으면 예고한 대로 올여름에 오염수 방류를 강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까지 오염수 방류 시점은 명확히 정해지지 않았다. 일본 정부가 방류에 반대하는 원전 인근 어민에 대한 설득 작업과 주변국 반응 등을 고려해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방사능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앞둔 가운데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오염수가 해류를 타고 우리 해역에 도달하면 국산 수산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뿐만 아니라 바닷물이 증발해 수증기나 비로 바뀌면 소비자들의 일상에도 영향이 가할 가능성도 있다.

아직까지는 일본 수산물에 대한 우려 수준이다. 다만 일부 소비자들 가운데에서는 일본에서 수입되는 식품, 음료, 공산품에 대해서도 우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국내 유통사와 식품사들은 나서서 소비자들의 우려를 막고자 방사능 검사를 강화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신세계·현대백화점을 비롯한 백화점과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등이 방사능 측정기 구매와 배치를 대거 늘리고 있다.

식품업체들도 방사능 분석을 강화했다. 동원그룹은 올해 초부터 원재료와 가공 완제품에 대한 방사능 분석을 강화하면서 검사 항목을 2배 늘렸다. 분기별 1회 또는 연 1회였던 검사 주기 역시 매월 1회 또는 분기별 1회로 강화했다. 아워홈도 지난 4월 수산물 전 품목 대한 방사능 검사를 진행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방사능 측정기를 새롭게 들여오거나 추가 구매할 정도다.

여기에 더해 소비자들은 방사능 오염 우려로 인해 직접 방사능을 측정하기 위해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기를 구매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실제로 G마켓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8일까지 방사능 측정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83% 상승했다. 전문가 장비 외에도 가정에서도 쓰일 수 있는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기를 구매하려는 소비가 늘었다는 뜻이다.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에서 농수산물검사부 농수산물안전성검사팀 연구원들이 기기를 활용해 수산물 방사능 안전성 검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에서 농수산물검사부 농수산물안전성검사팀 연구원들이 기기를 활용해 수산물 방사능 안전성 검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비자들의 우려가 일본산 제품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이러한 경향이 더욱 확대되면 사그라들었던 ‘노재팬’이 다시 재개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 노재팬은 퇴조됐다. 수입맥주 시장에서는 삿포로·아사히(롯데아사히주류) 등 일본산 제품 매출이 두드러지게 성장하면서 관련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심지어 삿포로 맥주는 한국 진출 이후 첫 팝업스토어를 열 정도다. 롯데아사히주류도 ‘아사히 슈퍼드라이 생맥주’로 품귀 현상을 만들기도 했다.

원화에 대한 일본 엔화 가치가 약 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일본 여행과 환차익 등을 고려해 일본 여행도 급등하고 있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의 잠정 집계에 따르면 지난 5월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은 51만 5700명에 달한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과 노재팬 영향이 없던 2019년 5월과 비교해 85.5% 수준이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가 개시된다면 안전성에 대한 우려로 일본 제품 소비와 여행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우리 정부는 안정성 검증을 적극 나서고 있으나 국민들의 우려는 지속 높아지고 있다.

한편 노재팬은 중국 소비자들 가운데 확대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일본 화장품 불매운동은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플랫폼을 중심으로 지난주부터 시작됐다. 중국의 네티즌들은 오염수 방류에 대한 불만과 함께 일본산 화장품의 안전 문제를 제기하며 일본 화장품을 사지 않겠다고 선언할 정도다.

이 여파로 일본 화장품 기업들 주가도 악재를 맞았다. 시세이도는 지난 한 주에만 6.7% 미끄러지면서 10개월 만에 최대 주간 낙폭을 기록했다. 폴라오르비스와 고세도 한 주 동안 3% 넘게 내렸다. 현재 중화권 국가들은 오염수 방류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달 세계보건총회(WHA)에서 주변국 정부와 합의할 때까지 일본이 오염수를 배출하지 말라고 요구할 정도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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