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수요 증가·국제유가 안정 속 성수기 맞이
中 외교갈등·대한-아시아나 합병 지연 등 난제

아시아나항공의 A321NEO 항공기. 아시아나항공 제공
아시아나항공의 A321NEO 항공기. 아시아나항공 제공

성수기를 앞두고 항공업계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해외여행을 떠나는 여객들이 많아진데다 국제유가도 안정되면서 더욱 회복세를 탈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중국과의 노선 회복이 아직 이뤄지지 않은데다 아시아나항공 문제도 남아있어 우려의 시각도 존재한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관광수요 중심의 여객 회복세에 따라 올해 1분기 인천공항 국제선 여객은 전년 동기(108만6158명) 대비 1052.6% 증가한 1143만2431명을 기록했다. 국제선 운항 횟수 역시 올해 1분기 6만7323회로 전년 동기(3만2251회) 대비 208.7% 증가했다.

또 최근 항공유 가격이 낮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는 점도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를 키우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지난주(19~23일) 평균 항공유 가격은 배럴당 97.66달러로, 지난해 평균가격 보다 29.5% 낮은 수준이었다.

이같은 분위기에 여객 수요 사업이 중심인 LCC(저비용항공사)들의 발걸음도 분주해지고 있다. 늘어나는 여객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신규 노선을 확보하고 기존 노선 운항 횟수를 늘리는 등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7~8월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국제선 주요 인기 노선 760편을 증편한다. 이 중 일본 노선만 총 168편을 늘리는데, 전체의 22% 수준이다. 이번 증편으로 인천~삿포로가 120편에서 186편으로, 인천~후쿠오카가 300편에서 310편으로, 인천~도쿄(나리타)가 326편에서 336편으로, 부산~도쿄(나리타)가 78편에서 86편으로 늘어난다.

몽골 노선도 확대한다. 내달 10일부터 인천~울란바토르 노선을 주 4회에서 주 5회로 증편하고 같은 달 24일부터 부산~울란바토르 노선에 주 3회 일정으로 신규 취항한다.

남태평양 휴양지 '팔라우'에 신규 취항하고 동남아시아 휴양지로 손꼽히는 베트남 푸꾸옥 노선도 재운항 예정에 있다. 마카오 취항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티웨이항공은 이달부터 청주~오사카, 나트랑 노선을 신규 취항하고 LCC 중 처음으로 인천~비슈케크(키르기스스탄) 노선을 선보이며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이밖에 에어서울은 일본 여객 수요 증가세에 발맞춰 다음달 7일부터 8월 30일까지 도쿄 노선을 기존의 일 2회에서 3회로 확대 운영하고, 에어부산은 코로나19로 운항이 중단됐던 부산∼마카오 노선을 약 3년 4개월 만에 재운항을 시작한다. 운항 재개 시점은 다음달 25일부터이며 매주 화·금·일요일 하루 1편으로 주 3회 운항한다.

에어프레미아는 LA, 뉴욕 등 미주 노선에 이어 유럽 노선도 확대할 예정인 가운데 지난 23일부터 인천~프랑크푸르트 노선을 취항했다.

항공업계에서는 이들 항공사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여객 부문의 수요 호조에 힘입어 양호한 실적을 받아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이어 여름 휴가시즌과 추석연휴 등 성수기가 포함된 하반기도 기대하는 분위기다.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다만 항공업계가 온전히 회복하기엔 복병이 존재한다. 중국과의 외교적 갈등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엔데믹에 접어들면서 국경간 제약이 많이 사라졌지만 중국 정부가 정치외교 이슈를 빌미로 중국인의 한국 단체관광 불허방침을 여전히 유지하면서 수요 증가세가 더디다.

국토교통부 항공통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1~5월 동안 중국 노선 이용객 수는 721만3038명, 운항편은 4만8524편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올해 같은 기간 중국 노선 이용객 수는 120만6374명, 운항편은 1만5060편에 그쳤다. 2019년과 비교하면 이용객수와 운항편이 각각 83.28%, 68.96% 감소한 규모다. 각 항공사에서 코로나19를 지나면서 운항편을 감소한 탓도 있지만 단체관광이 막히다보니 수요가 좀처럼 늘어나지 않는 상태다.

배기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중국은 리오프닝 정책을 펼치며 항공시장 회복에도 힘쓰고 있지만, 한국·일본향 단체 관광은 허용하고 있지 않다"며 "5월 말 한국이 참여한 미국 주도 경제협력체 IPEF 공급망 협정이 타결되는 등 한미·한일간 공조 강화에 혐한 감정이 확산되면서 중국발 수요가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본래 중국은 국내 항공사들의 여객사업에 있어 핵심 노선으로 꼽히는 지역이었다. 이에 항공업계에서는 중국 정부의 한국 단체관광 허용 조치 내려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또 당분간은 중국 노선을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FSC(대형항공사)들 부터 시행에 나섰다. 대한항공은 김포~베이징 노선을 8월 1일부터 10월 28일까지, 인천~샤먼 노선을 8월 9일부터 10월 28일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대신 인천∼창사·웨이하이 노선 운항을 다시 시작하고, 한중 노선 항공편을 이번 달 주당 95회에서 다음 달 주당 124회로 늘린다. 비즈니스 출장 수요는 있는 만큼 수요가 예상되는 노선들 중심으로 정리에 나선 것이다.

아시아나항공도 7월 6일부터 김포~베이징 노선을, 7월 8일부터는 인천~선전 노선을 각각 10월 28일까지 중단한다. 인천~시안 노선은 지난 20일부터 이미 운항을 멈춘 상태로, 해당 노선 역시 10월 28일까지 중단한다. 대신 8월까지 전체 한중 노선 운항 횟수를 축소 없이 주당 85회로 유지한다. 

이 가운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심사도 연장되면서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3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럽연합(EU)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간 기업결합 승인 결정을 유보했다. 대한항공이 제출한 기업결합 신고서 내용만으론 경쟁제한성 우려를 해소할 수 없다는 이유로, 내용을 수정해 다시 보내올 것을 요청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다시 정한 기업결합 승인 결정일은 10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8월 초로 예정됐던 시점보다 2달가량 늘어난 상황이다.

대한항공은 EC의 승인을 이끌기 위해 대한항공·아시아나 중복 노선 운수권 슬롯(특정 시간대 이·착륙할 수 있는 권리) 중 상당수를 유럽 항공사로 넘기는 방안을 제시할 전망이다. 최대 69개 슬롯 반납까지 거론되고 있다. 2차례나 심사 유예가 된 만큼 대한항공이 당초 제시했던 것보다 많은 수의 슬롯 포기 요구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에 합병이 되더라도 자칫 항공업계에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심사 기한이 연장되면서 대한항공이 운수권을 더 내놔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데다 합병 지연 속에 노선 확보 등이 문제가 되면서 LCC간 혼란이 더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부산은 모회사의 합병이 지연되면서 운수권 확보 등 독자 경영을 할 수 없는 상태다. 노선을 최대한 반납하지 않는 쪽으로 합병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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