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국민차'로 불리던 경차의 인기가 급격히 쪼그라들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
한때 '국민차'로 불리던 경차의 인기가 급격히 쪼그라들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

한때 '국민차'로 불리며 잘 팔렸던 경차의 인기가 급격히 쪼그라들고 있다. 예전과 달리 '가성비' 있는 차종이 아닌데다 탄소 배출도 가장 많고 연비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완성차 업체들은 경차를 버리고 새로운 차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현재 국내에 판매되고 있는 경차는 현대자동차의 캐스퍼와 기아의 모닝·레이 등 총 3종에 불과하다. 한국GM(제너럴모터스)의 쉐보레 스파크는 현재 생산이 중단돼 재고 물량까지만 판매된다. 즉, 국내에서 현대차·기아만이 경차를 생산하고 있는 셈이다.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 경차는 사실 돈 되는 차가 아니다. 가령 현대차의 경우 제네시스 1대의 영업이익이 쏘나타 4대와 맞먹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특히 국내 경차는 100% 위탁 생산 중으로, 현대차는 광주글로벌모터스에, 기아는 동희오토에서 생산을 맡기는 실정이다.

경차는 수출도 쉽지 않다. 나라별로 경차를 의미하는 기준이 다르다 보니 국내에서 잘 팔렸던 경차가 수출 시에는 경차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완성차 업체들은 작은 차종으로 경차 대신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에 집중하고 있다. SUV는 차박(차+숙박) 열풍에 힘입은 패밀리카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데, 젊은 세대나 1인 가구에서는 소형 SUV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판매도 증가세다. 지난 2012년 연간 판매량이 6000여 대에 불과했던 국내 소형 SUV 판매량은 2019년 17만7197대로 정점을 찍은 뒤 매년 10만대 이상 판매되는 중이다. 경차보다 넓은 실내 공간과 안정적인 승차감 등이 인기 급상승 요인이다.

KG모빌리티는 올해 2차 페이스리프트를 단행한 '더 뉴 티볼리'를 출시,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시장 공략에 나섰다. 성능을 높이는 동시에 출시 첫해 4만5000대 이상 팔리면서 시장을 장악했던 옛 티볼리의 명성도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실내에는 플로팅 타입 내비게이션과 터치식 공조 컨트롤러도 새롭게 적용됐고, 특히 1.6ℓ 가솔린 모델이 라인업에 추가되는 등 큰 변화를 줬다. 기본 가격도 국내에서 판매 중인 소형 SUV 중 유일하게 1800만원대다.

르노코리아자동차의 소형 SUV 'XM3'도 재조명 받고 있다. XM3는 이른바 '깡통'으로 불리는 가장 낮은 트림에서도 ▲LED 퓨어 비전 헤드램프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원터치 세이프티 파워 윈도 ▲긴급제동 보조 시스템 ▲차간거리 경보 시스템 등 첨단 주행 보조 및 편의 장치가 기본으로 적용된 것이 특징이다.

기아의 'The 2024 셀토스'. 기아 제공
기아의 'The 2024 셀토스'. 기아 제공

현대차·기아 역시 가성비 자동차를 중심으로 판매를 올려나가고 있다. 먼저 기아는 특별히 지난달 4792대 팔리며 승승장구 중인 '셀토스'를 중심으로 승부를 보고 있다. 셀토스는 2000만원대 초반 가격을 유지하는 동시에 1.6 터보 프레스티지 등급에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포함된 '드라이브와이즈' 옵션 선택시 소비자 선호 옵션을 모두 포함하면서 높은 판매량을 이어오고 있다.

현대차는 기아 셀토스 보다는 가격 경쟁력이 조금 떨어지지만 올해 첫 출시한 차량인 '디올 뉴 코나'에 주력하고 있다. 6년 만에 완전변경(풀체인지)된 코나의 핵심 판매전략은 '가심비'로, 가격은 동급 차종에 비해 높은 편이나 최신 3세대 플랫폼을 적용해 기존 대비 훨씬 넓어지고 그랜저급 고급 사양이 대거 적용된 것이 장점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경차가 외면받는 이유로 사람들이 작은차를 기피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차 대신 소형 SUV의 인기가 높아지는 이유도 SUV는 기본적으로 세단보다 크고 공간 활용률이 높기 때문이다. 국내외에서 보다 '큰 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완성차 업체들은 경차 판매를 멈추고 소형 SUV로 작은 차종을 대체하는 한편 대형 SUV 신차들을 출시하며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큰 차는 완성차 업체들 입장에서 이익률도 높다.

현대차는 대형 SUV 시장에서 강자로 꼽히는 '팰리세이드'의 연식 변경 모델을 내놨고, 기아는 대형 전기 SUV 'EV9'을 선보였다. 전동화 흐름에 대형 SUV도 전기차로 출시하는 모습이다.

수입차 브랜드들도 대형 전기 SUV를 국내에 빠르게 출시하며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발걸음이 더욱 분주해지고 있더.

현대차는 지난달 상품성을 대폭 개선한 '2024 팰리세이드'를 출시, 하반기 시장 장악에 나섰다. 이번 차량에는 상품성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스페셜 트림 '르블랑'을 추가했는데, 르블랑은 12.3인치 대화면 클러스터, 서라운드 뷰 모니터, 후측방 모니터, 후방 교차 충돌방지 보조 등 고객이 선호하는 사양을 기본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이와 함께 트림 별로 안전·편의사양을 기본화했다. 엔트리 트림인 익스클루시브엔 2열 세이프티 파워 윈도우, 자외선 차단 유리, 레인 센서 등을 기본 적용했고, 인기 트림인 프레스티지에는 운전석 에르고 모션 시트, 1열 릴렉션 컴포트 시트, 스마트 자세 제어 등 기능을 기본으로 넣어 상품성을 높였다.

기아 역시 국내 최초 3열 대형 전기 SUV인 'EV9'의 사전계약을 지난달 시작하며 하반기 시장 선점에 돌입했다. EV9 기본 모델인 에어·어스 차급과 고성능 GT 라인을 출시했다.

EV9은 기아의 전기차 모델 중 가장 긴 1회 충전 주행거리인 501km(19인치 휠 2WD 모델 산업부 인증 완료 기준)를 확보한 것이 특징이며 현대차그룹 전용 전기차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대형 SUV인 만큼 공간 활용성을 강조한다. '파노라믹 와이드 디스플레이', '히든 타입 터치 버튼' 등 새로운 주행경험을 위한 첨단 기능이 탑재됐다.

또 2열과 3열 공간의 활용성을 높인 것도 장점이다. 스위블 시트(회전 시트), 릴렉션 시트 등 2열에 다양한 사양을 적용했고 뒷좌석 냉난방을 각각 제어해 소모전력을 줄이는 '3존 독립제어 풀 오토 에어컨' 기능도 추가했다.

KG 모빌리티는 이보다 앞서 '렉스턴 뉴 아레나' 지난 5월 출시하며 대형 SUV 시장 강자 굳히기에 나섰다. 이번 신차는 기존보다 프리미엄 기능을 강조한 것이 특징으로, 12.3인치 풀 디지털 클러스터와 12.3인치 인포콘 내비게이션 등이 적용됐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엠비언트 무드램프도 32가지 컬러로 확대됐다.

KG 모빌리티의 능동형 주행안전 보조기술인 인텔리전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IACC)을 포함한 첨단 주행안전 보조 시스템 딥컨트롤도 적용된 것이 장점이다. 긴급제동보조(AEB), 차선유지보조(LKA), 부주의운전경고(DAW), 중앙차선유지보조(CLKA), 스마트하이빔(SHB) 등 첨단 안전사양도 기본 탑재됐다.

아울러 전용 스마트키를 제공해 편의성도 높였다. 전좌석 터치센싱 도어핸들&세이프티 파워 윈도, 동승석 워크인 디바이스, 2열 롤러 블라인드, 후진 연동 하향 아웃사이드 미러 및 운전석 전동식 요추받침대 등 고급 편의사양이 대거 들어갔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여행이나 캠핑 등을 다니는 빈도가 많아져 차에 짐을 더 많이 싣게 되면서 세단 보다도 크기가 큰 SUV를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경차가 사라지는 자리를 소형 SUV가 차지하는 가운데 추후에는 소형 SUV 보다도 수익성이 높은 대형 SUV 위주로 완성차 업체들의 라인업이 마련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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