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구매 접근성 강화' 목소리 커져
의약계 "공공심야약국 확대가 더 시급"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약 구매 접근성’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해법 중 하나로 원격 화상투약기(상비약 자판기)가 꼽힌다.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에 신청돼 있는 안전상비약 자판기 외관. 연합뉴스
사진은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에 신청돼 있는 안전상비약 자판기 외관. 연합뉴스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약 구매 접근성’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해법 중 하나로 원격 화상투약기(상비약 자판기)가 꼽힌다. 현재 상비약 자판기가 시범 운영하는 가운데 본격 확대될 가능성도 있으나 약사단체의 큰 반발에 부딪친 상황이다.

4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의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에 포함된 ‘안전상비약 자동판매기’ 건이 국무조정실로 이관됐다. 이를 통해 정부가 안전상비약 확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안전상비약 자판기는 소비자가 본인 인증을 통해 무인자판기로 1인, 1일, 1개 의약품 구매가 가능하도록 만든 제품이다. 편의점 등에서 판매하는 상비약을 구입할 수 있고 무인 편의점, 산간 오지 등에도 설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식음료 자동판매기와 비슷하게 생긴 안전상비약 자판기는 추가적으로 약사와 비대면 소통이 가능한 디스플레이 패널이 설치돼 있다. 약사의 복약지도를 통해 구매한다는 점에서 편의점 상비약 구매와도 차이가 있다.

안전상비약 자판기의 개발사인 도시공유 플랫폼 측은 지난 2020년 산업통상자원부에 규제특례를 신청하기도 했다. 이를 과기정통부가 실증특례를 내주면서 상비약 자판기를 시중에서도 볼 수 있게 됐다.

다만 대한약사회가 안전상비약 자판기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여기에 관련 부처인 복지부도 안전성 문제 등을 지적하면서 입법이 표류됐다.

그러나 정부는 해당 건을 심도 깊게 논의해야 한다가 있다고 보고 국무조정실에서 이를 다루기로 했다.

편의점 CU에서 판매 중인 안전상비의약품(상비약). BGF리테일 제공
편의점 CU에서 판매 중인 안전상비의약품(상비약). BGF리테일 제공

실제로 상비약 자판기에 대한 수요는 높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지난 5월 18일부터 지난 6월 2일까지 '대한상의 소통플랫폼'을 통해 일반인 2433명을 대상으로 약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한 해결책을 조사한 결과 '지역거점 24시간 약국 지정'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46.2%(1124명)로 가장 많았다.

'안전상비약 무인자판기 도입'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두번째로 많은 33.7%(819명)를 차지했다. '9시까지 약국 연장 운영'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13.9%(338명), '원격화상 투약기 설치 확대'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6.2%(152명) 등의 순이었다.

현재 보건복지부가 약국이나 병원이 문을 닫는 심야시간과 공휴일에 의약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안전상비의약품 제도를 도입한지 10년이 넘었으나 여전히 시민들이 의약품을 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로 편의점도 야간 근무 시간에 사람을 채용하기 어려워 저녁에 문을 닫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약 구매 접근성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다만 의약업계는 안전상비약 무인자판기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안전상비약 자판기가 전면 도입된다면 다양한 방식의 의약품 판매가 가능하고 심지어는 온라인 약사도 나타날 수 있다는 이유다.

실천하는약사회는 대한상의의 설문에 대해서도 비판하며 “기업논리로 모든 것을 바라보고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보건의료시장을 바라보고 있어 이번 투표 항목에서도 약의 안전성, 약사의 존재 가치는 무심해짐을 느낀다”면서 “의료시장 민영화, 약국 밖으로 약을 상품화하고 싶어하는 기업들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의약업계는 복약지도 등을 통해 안전하게 약을 구할 수 있는 '공공심야약국'의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공공심야약국은 약을 찾기 어려운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1시까지 운영하는 약국이다.

다만 공공심야약국 운영에 상당한 규모의 예산이 투입된다는 점은 지적된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의약업계는 상비약 자판기에 대해 ‘의약품 구입 불편을 해소한다는 목적으로 억지로 운영하는 제도’라며 평가절하한 측면이 있다”면서 “공공심야약국 운영에 추가적인 세금이 투입된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답이 될 수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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