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일본 도쿄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 회관에서 열린 '한일 비즈니스라운드 테이블'에서 (왼쪽부터)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 끝난 뒤 박수 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 일본 도쿄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 회관에서 열린 '한일 비즈니스라운드 테이블'에서 (왼쪽부터)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 끝난 뒤 박수 치고 있다. 연합뉴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4대그룹을 비롯한 대기업간 협력이 끈끈해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이 강한 규제를 쏟아내고 있는 한편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강세를 보이는데 따라 경쟁력과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먼저 LG디스플레이의 패널을 탑재한 삼성전자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가 조만간 출시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최근 발간한 7~8월호 카탈로그에 기존 55·65·75형 OLED TV 모델 외에 83형 OLED 4K TV 모델을 추가했는데, 이 83형 모델에 LG디스플레이가 생산한 패널이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80인치 이상 초대형 OLED를 양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출시 시점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이달 혹은 다음달 중으로 판매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양사의 동맹이 본격화된다면 삼성전자는 안정적인 패널 수급을 통해 OLED TV 시장 점유율 확대를 꾀할 수 있고 LG디스플레이는 대형 고객 확보로 수요침체 속에서 실적 개선을 이룰 수 있다.

전세계적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가전 수요가 대폭 줄었지만 OLED TV 시장은 성장하고 있는 시장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TV 시장 수요둔화에도 초고화질·초대형 TV 수요는 이어지면서 OLED TV의 시장점유율은 10%를 돌파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TV 업계 1위를 유지해오고 있지만 OLED TV 시장에서만 따져보면 점유율은 6.1%로, LG전자 54.6%, 소니 26.1%에 이어 3위에 머무르고 있어 OLED TV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지난달 현대자동차와 '미래차' 선점을 위한 협업도 시작했다. 양사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 분야에서 첫 협업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현대차에 차량용 반도체를 공급하는 방식이다. 그간 삼성전자가 현대차에 메모리반도체, 이미지 센서 등은 공급한 적 있지만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분야에서의 협력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포테인먼트는 운전과 길 안내 등 다양한 정보(인포메이션)와 오락거리(엔터테인먼트)의 통합시스템으로, 전기차 보급율 확대와 자율주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주목받고 있는 분야다.

삼성전자는 현대차에 인포테인먼트용 프로세서인 '엑시노스 오토 V920'을 2025년부터 공급할 예정이다. 엑시노스 오토 V920은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IVI용 프로세서로, 이전 세대보다 대폭 향상된 성능으로 운전자에게 실시간 운행정보를 비롯해 고화질 멀티미디어 재생, 고사양 게임 구동 같은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지원한다.

이밖에 현대차는 전기차 배터리에 각별히 관심을 기울이며 LG에너지솔루션, SK온과 협력, 각각 미국에 배터리 합작공장을 짓는 중이기도 하다. 삼성전자의 차량용 반도체 협력에 따라 삼성SDI와의 배터리 협력도 이뤄질 수 있을지 업계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폐배터리 사업에 주목, 최근 두산과 손을 잡았다. 지난해 폐배터리를 재활용해 탄산리튬을 추출하는 기술을 자체개발하면서 폐배터리 사업에 진출한 두산에너빌리티와 폐배터리 사업을 협력하려는 방침이다.

전기차 보급율이 높아지면서 폐배터리 시장도 커지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교체주기가 5년 정도이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연합(EU)이 최근 배터리 핵심 원자재에 대한 재활용 의무화에 나서면서 폐배터리 시장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삼성SDI와 SK온도 성일하이텍과 폐배터리 사업을 전개 중이다.

업계에서는 4대그룹 등 대기업간 협력에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중이다. 각 기업별 경쟁력도 필요하지만 핵심 전략 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기업들이 힘을 합쳐 국가적인 차원의 경쟁력과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대기업간 협력이 활발해지는 추세"라며 "향후 여러 계열사 등 협력이 전방위로 확대되면서 앞선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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