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 코로나19 CMO 축소에 상반기 실적 부진
범용 코로나19·폐렴 등 11개 파이프라인 투자 확대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이 지난 4월 기자간담회에서 적극적인 투자를 통한 턴어라운드(실적반등)를 밝혔다. 신용수기자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이 지난 4월 기자간담회에서 적극적인 투자를 통한 턴어라운드(실적반등)를 밝혔다. 신용수기자

SK바이오사이언스가 올해 상반기에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이는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시대를 맞아 관련 백신 위탁생산(CMO) 사업 축소 영향이 크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이 위기 속에서 기존 전략을 밀고 갈지 주목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올해 상반기 기준 매출액은 471억원으로 전년(2022년 상반기)과 비교해 79.1% 줄었다. 상반기에 64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한 것도 뼈아팠다.

업계 안팎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실적 악화는 엔데믹 시대를 맞아 노바백스 등 코로나19 백신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 컸다고 본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대유행이 본격화에 맞춰 덩치를 키웠다. 코로나19 CMO 사업을 대폭 키우며 2021년에는 연간 매출 9290억원, 영업이익은 4742억원을 거뒀다. 그러나 코로나19 엔데믹이 본격화되면서 2022년에 연간 매출은 4567억원으로 전년 대비 50.6%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1150억원으로 75.7% 감소했다.

게다가 자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도 결국 유럽 문턱을 넘지 못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1일 공시를 통해 스카이코비원의 유럽 의약품청(EMA) 조건부 허가 신청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7월 EMA에 조건부 허가를 신청했으나 약 1년 만에 자진 철회했다. 스카이코비원이 냉장유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유럽 허가를 자신했으나 결국 실패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엔데믹 전환 및 최근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변이 백신 균주로 XBB 계통 조성을 권고하면서 당사는 전략을 변경해 오리지널(우한주) 백신에 대한 허가 신청을 자진 철회했다”고 설명했다.

위기에 빠진 SK바이오사이언스를 이끄는 안 사장은 지난 4월 기자간담회에서 엔데믹 등 업황 변화에 따른 적자를 언급한 바 있다. 2분기를 비롯해 앞으로 실적이 빠른 시일 내에 회복되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다.

안 사장은 오히려 어려운 시기 속에서 적극적인 투자를 통한 실적 턴어라운드(반등)를 자신했다.

그는 간담회에서 “앞으로 5년이 SK바이오사이언스의 미래를 좌우할 적극적인 투자의 시기"라면서 "5개의 메이저 백신을 추가로 개발할 것"이라며 앞으로 5년간 2조 4000억원의 투자를 예고했다.

투자금의 절반은 연구개발, 나머지 금액은 연구개발과 생산시설 증설, 인수합병 등에 투입할 예정이다.

이미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백신에서 독감 백신으로 사업을 변화하며 하반기 실적 반등을 노리고 있다. 또 기존에 보유한 대상포진, 수두 백신에 이어 차세대 백신 개발에 나섰다.

안 사장이 밝힌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 중인 5개 백신은 폐렴구균 백신 스카이팩(SKYPAC), 인유두종바이러스(HPV) 예방 백신 'HPV-10', 재조합 대상포진 백신, 범용 코로나 백신(Pan-sarbeco),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백신이다.

이외에 개발 단계에 위치한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 파이프라인은 11개에 이른다.

지난 6월 말 사노피가 SK바이오사이언스와 공동 개발 중인 PCV21 폐렴구균 백신 '스카이팩'의 임상 2상 데이터가 공개됐다. 기존 제품 대비 영유아와 소아 연령층에서 안정성 및 면역원성이 확인됐다.

또 태국을 시작으로 아세안 지역의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다국적 기업이나 외국계 기업의 현지화) 전략을 실행한다. 해외에 백신 거점을 마련해 아세안 지역의 백신 시장을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태국 국영제약사 GPD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최근 업황의 변화 양상이 나타나고 있으나 기존 전략을 이어나간다는 목표”라며 “스카이코비원은 우한주 기반이라는 점에서 지금 당장은 유럽 허가를 시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파이프라인 확보 차원에서 연구개발비가 증가한 상황이지만 앞으로도 연구개발은 더욱 강화할 것”이라며 “태국을 시작으로 인접 아시아 국가에 생산거점을 마련하는 전략도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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