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세계 올해의 자동차에 선정된 현대차의 아이오닉 6.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2023 세계 올해의 자동차에 선정된 현대차의 아이오닉 6.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최근 프랑스가 전기차 보조금을 유럽 전기차가 지급받기 유리한 방향으로 법을 개정하는 등 무역장벽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중국마저 빠른 속도로 유럽시장을 공략하고 있어 국내 완성차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1일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유럽 시장에서 판매된 총 자동차 중 전기차를 포함한 친환경차가 46.5%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유럽 전기차 시장이 완성차업체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인 이유다.

그러나 최근 프랑스 정부가 공개한 환경법 개정안과 시행령 초안에 따르면 프랑스는 앞으로 특정 국가에서 전기차 한 대를 만들 때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평가해 보조금에 반영하기로 했다. 탄소배출량이 적을수록 친환경 점수를 줘서 이 점수의 합계가 60점을 넘으면 보조금을 주겠다는 것이다. 유럽판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이라는 말이 나온다. 현재는 프랑스만 이지만 향후 다른 유럽국가들로 확대될 위험도 크다.

프랑스의 이같은 조치는 유럽시장에 빠르게 침투해오는 중국 전기차 업체들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오히려 피해는 한국 업체들이 입고있는 형편이다. 중국은 장벽에도 불구하고 '저가'와 압도적인 '물량'으로 유럽시장을 공략하는 중이다.

중국 내에서 자국 기업 밀어주기로 크게 성장 중인 BYD(비야디)와 니오, MG 로버 등 중국 자동차 제조사들은 올해 유럽을 주요 수출국으로 설정하고 적극 진출에 나서고 있다. 패권경쟁으로 미국 시장 공략이 어렵자 유럽을 선택한 모습이다.

그간 중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의 유럽 수출 물량이 대부분 테슬라, 볼보 등 단순 중국공장 물량이었던 구도도 깨지고 있다. 지난해 중국산 신에너지차의 유럽 수출물량의 40%는 BYD 등 중국 브랜드의 것이었다.

특히 올해 초부터 지난 7월까지 유럽 전기차 시장의 8.2%는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차지했다. 최현재 독일 뮌헨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4대 모터쇼 'IAA 모빌리티 2023'에서도 중국 업체들은 가장 큰 규모의 부스를 마련하며 각종 전기차를 선봬고 유럽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스위스 최대 투자은행인 UBS가 이달 초 중국의 BYD의 전기 세단 모델을 해체해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BYD의 경우 전통 제조사보다 약 25%의 비용적인 우위를 가질 것이라는 결과도 나왔다. 통상적으로 완성차 제조업체의 영업이익률이 10% 내외인 것을 감안하묜 25%의 원가 우위는 큰 경쟁력이다.

중국 전기차는 이번 IAA 모빌리티에서도 유럽 브랜드들 보다도 더욱 주목받았다. 유명차 브랜드인 메르세데스-벤츠, BMW, 폭스바겐 등이 미래 전기차 콘셉트카를 공개하고 새로운 기술을  선보였으나 중국은 BYD를 비롯해 70여 개의 업체들이 대거 참여해 신차를 출시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저널은 "IAA 모빌리티 2023에서 수십년 동안 자동차 산업을 지배해온 독일의 전통 제조사들의 전동화 전환 속도가 테슬라와 중국 기업에 비해 느린 것으로 확인됐다"고 평가했으며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독일의 전기차 전환 속도가 느려졌다"며 자동차업체들에 더 싼 전기차를 팔아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에 국내 완성차업체들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IRA로 고군분투하고 중국에서는 자국 중심 소비로 밀린 탓에 집중하던 곳이 유럽 시장인데, 미·중처럼 장벽도 높아지고 있는데다 중국이 저가와 물량을 앞세워 빠르게 가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은 특히 전통적으로 현대차·기아가 공을 들여온 시장이기도 하다. 현대차·기아는 실용성을 중시하는 유럽 고객 맞춤형 전략으로 시장을 적극 공략했고, 이에 양사의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에서 유럽이 절반에 가까운 수준을 차지하게 됐다. 양사의 올해 1~7월 누적 유럽 전기차 판매량은 67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3.6% 상승했다. 하지만 점점 중국의 위협이 커지고 있다.

다만 중국의 기술력이 아직 한국 완성차업체보다 낮고 먼저 유럽시장에서 상품성을 인정받은 한국 기업의 위상이 더 높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인이다. 이에 현대차·기아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앞선 기술력과 현지 맞춤 디자인으로 뚝심있게 유럽 시장을 공략해나간다는 계획이다.

한국 완성차의 디지털화된 최첨단 시스템들은 상품성에서 중국 전기차들을 압도한다는 평가도 많이 나온다. 또 현대차그룹의 경우 소프트웨어 기반의 자동차(SDV)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어 향후 자동차와 연계한 서비스사업 시장 개척도 기대가 되는 상황이다.

특히 현대차는 유럽에서 전기차 충전 서비스도 강화 중이다. 최근에는 핀란드에서 기존 유럽 전기차 고객 서비스 앱(어플리케이션)인 '차지 마이현대'에 '플러그 & 차지' 기능을 도입했다. 사용자가 별도의 앱이나 충전카드를 사용하지 않아도 충전코드만 연결하면 결제와 충전이 자동으로 진행되도록 하는 서비스로, 충전 기술로 고객을 유치한다는 전략이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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