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2.41%), 코스닥(-4.00%), 환율(1363원), 10년 국채(+8.25%)
“9월 고용 통계(현지시간 ADP 4일, 노동부 6일) 나빠야 긴축 벗어나”

4일 서울 중국 하나은행 딜링룸 모습. 연합뉴스 제공.
4일 서울 중국 하나은행 딜링룸 모습. 연합뉴스 제공.

추석 연휴 글로벌 증시가 횡보하며 당초 우려와 달리 선방하는 듯 했지만, 한국 시장 개장 하루를 앞두고 불거진 미국 고금리 장기화 우려로 현지시간 3일 미 국채 금리가 급등하자 4일 한국 주식, 채권, 환율 시장이 모두 요동쳤다. 여기에 미국 정부 ‘셧다운’을 막기 위해 임시 예산안 총대를 맨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의 전격 해임안 통과 등 정치적 악재까지 더해 향후 금융시장이 안갯 속이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2405.69(-2.41%)까지 밀리며 간신히 2400선을 지켜냈고 올해 상대적 상승폭이 큰데다 상승폭도 컸던 코스닥지수는 807.40(-4.00%)까지 하락하며 800선 붕괴 직전까지 밀렸다. 두 시장 모두 지수 종가가 당일 저가 부근인 상태에서 장을 마감해 이렇다 할 반등의 기미도 찾기도 어려운 분위기다.

이날 거의 모든 업종이 하락한 가운데 특히 개인들의 관심이 높은 2차전지 관련주들이 대거 큰 낙폭을 보여 공포심을 더했다.

대장주 격인 시가총액 2위 LG에너지솔루션(-4.30%)을 비롯, 9위 삼성SDI(-5.37%), 12위 포스코퓨처엠(-6.54%), 13위 에코프로비엠(-7.11%), 16위 에코프로(-8.55%) 등 시총 상위종목들이 모두 추풍낙엽처럼 곤두박질쳤다.

다만 시황에 크게 휩쓸리지 않는 제약 및 바이오주, 방어적 성격의 보험주 등은 상대적 수혜로 강세를 보였다. 강세를 보인 대표 종목은 시총 4위 삼성바이오로직스(+1.47%), 22위 삼성생명(+2.28%), 59위 유한양행(+4.22%), 107위 현대해상(+1.23%), 123위 한화생명(+2.45%) 등이다.

한편 주요 국채 금리도 장기채를 중심으로 급등하는가 하면 시장 변동성 확대에 원/달러 환율도 치솟았다.

국채 10년물(+8.42%), 20년물(+7.94%), 30년물(+8.19%) 등 장기채는 물론 2년물(+5.05%), 3년물(+5.78%), 5년물(+6.98%) 등 장단기 가릴 것 없이 모두 금리가 급등하며 채권 가격이 급락했다. 증권시장 불확실성 확대에 안전자산인 달러 선호에 따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보다 14.2원 급등하며 1363.5원으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는 작년 11월 10일 레고랜드발 신용경색 이슈가 불거지며 1377.5원을 기록한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이처럼 주요 금융 지표들이 발작 증세를 보인 것은 전일 미국에 고금리가 장기화(Higher for longer) 될거라는 우려가 나오며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이 4.81%까지 오르는 등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탓이다. 미국의 기침에 한국은 감기가 드는 형국이다.

특히 미국 8월 구인 건수가 961만명으로 집계돼 당초 예상치(881만5000명)을 크게 넘어선 것도 문제다. 미 연준 파월의장은 공공연하게 숫자를 봐가며 금리를 조정할 것이라 경고해 왔고, 여러 수치 중에서도 고용 상황을 주요 지표로 삼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강한 고용 상황이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촉발하는 원인으로 지목돼 고금리 상황을 더 길게 유지해야 하는 논리를 만드는 것이 문제다.

미 노동부 고용과 ADP(고용정보업체) 고용 지표. KB증권 제공.
미 노동부 고용과 ADP(고용정보업체) 고용 지표. KB증권 제공.

KB증권 이은택 연구원은 4일 보고서를 통해 “지금의 증시 조정은 경기와 실적 우려가 아니라, 오히려 경기와 실적이 좋아서 생긴 ‘긴축’이 문제”라며, “현지시간 4일 발표되는 9월 미 고용정보업체 ADP 고용통계(예상 15.3만명)과 6일 발표되는 실업률(예상 3.7%) 예상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용시장이 냉각된 것으로 발표돼야 금융시장은 긴축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그간의) 흐름상 ADP는 예상보다 좀 높을 수 있고, 노동부 고용은 예상과 비슷하거나 조금 낮을 수 있으나 정확한 고용지표는 미리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주식시장에선 외국인의 매도 행렬이 이어지는 것도 문제다. 그간 기관과 개인들의 매도에 브레이크를 걸었던 외국인은 9월 중순 이후 순매도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코스피에서 외국인은 9월 18일부터 10월 4일까지 9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한 가운데 특히 4일 하루에만 코스피에서 약 4347억원의 순매도를 보여 가뜩이나 위험한 원/달러 환율에 부담이 되고 있다.

그간 한국은행은 한미 금리차 역전이 장기화 되는 가운데에도 외국인의 이탈 조짐이 크지 않고, 가계부채 심각성, 기업들의 부담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고 버텨왔으나 외국인 자금 이탈 흐름이 계속될 경우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임시 예산안을 제안해 공화당원들에게 밉보여 해임된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연합뉴스 제공.
임시 예산안을 제안해 공화당원들에게 밉보여 해임된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연합뉴스 제공.

이런 가운데 미국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 민주당과 공화당 간 정치적 불안감마저 확산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야당인 공화당 출신의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현지시간 3일 미 하원에서 234년 의회 역사상 처음으로 해임되는 일이 벌어졌다.

앞서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 이를 감축해야 한다는 공화당과 확장적 기조를 유지해온 민주당 간에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해 미 연방정부 업무가 마비되는 ‘셧다운’ 우려가 커지자 매카시 하원의장은 현지시간 9월 30일 이를 막기 위해 임시 예산안을 제안해 압도적 표차로 가결시켰다.

상원마저 통과된 안건이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으로 45일간의 추가 협상 시간을 벌며 세계 경제가 충격을 받을 위험을 면한 것 까지는 좋았으나, 이를 두고 공화당 강경파들이 나서 3일 매카시 의장 해임결의안을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가뜩이나 고금리 장기화 우려에 내년도 예산안을 둘러싸고 향후 협상이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커지자 세계 금융시장은 심리적으로 더 흔들리는 상황을 맞게 됐다.

메리츠증권 이진우 투자전략팀장은 “금일 시장 급락은 연휴 후유증이 있는 데다 금리가 오른다 하더라도 기업의 실적이 뒷받침되면 현재와 같이 벨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이 낮아진 상황에서 적극적인 접근이 가능하겠으나 현 상황은 그렇지 않다”며, “3분기 실적 기대감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 바닥을 확인할 때까지 지지부진한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차전지 등 공급과잉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달러마저 강세 흐름을 보여 외국인들의 이탈 강도가 커지고 있는데다 그동안 누적된 국채시장의 피로도가 한꺼번에 표출되는 상황이라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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