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 도입 욕심에 ‘과도한 수수료 부담’ 도마에
애플, 올해도 신제품 출시 한국 뒷전…환율 두고 출고가 장난

지난 3월 애플페이 개시 당시 이를 알린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 개인 SNS. 파트너사인 비자의 등록지연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국감에 정 부회장 대신 김덕환 대표가 증인으로 나선다. 정태영 부회장 SNS 캡쳐.
지난 3월 애플페이 개시 당시 이를 알린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 개인 SNS. 파트너사인 비자의 등록지연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국감에 정 부회장 대신 김덕환 대표가 증인으로 나선다. 정태영 부회장 SNS 캡쳐.

애플은 매년 아이폰 신제품 출시 때마다 3차 출시국으로 분류돼 다른 나라 대비 수주일 후에나 신제품을 공개하면서도 환율 변화 상황 속 아전인수격 가격 책정으로 한국을 농락한다는 비난이 일고 있습니다. 현대카드는 그런 애플과 손잡고 애플페이 도입 욕심에 과도한 수수료를 책정,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키면서도 원활한 서비스 이용 인프라는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이달 두 회사 대표이사 모두 나란히 국감장에 불려가는 이유입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4일 전체회의를 열어 오는 11일부터 시작되는 금융위원회 등에 대한 증인 및 참고인 30명의 명단을 의결했습니다. 당초 횡령 등 내부통제 이슈가 불거지며 금융지주 회장님들이 불려가는거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증권사 한 곳이 PF 관련 이슈로 명단에 이름을 올린 외에 특별히 금융회사가 거론되진 않았습니다.

올해 정무위 국정감사 증인 및 참고인 명단 최상단에는 동일한 신문요지 및 신청이유를 가진 두 회사가 나란히 이름을 올렸습니다. 오는 11일 출석 예정된 현대카드 대표이사 김덕환 증인과 애플코리아 영업총괄사장 마크 리 증인입니다. 정무위가 제시한 이들의 소환 이유는 ‘애플페이 도입에 따른 소비자 비용 부담 및 이용 불편 문제’입니다.

현대카드는 지난 3월 국내 카드사업자 최초로 애플과 손잡고 비접촉 결제 시스템인 애플페이를 도입했습니다. MZ세대 이용자가 많은 아이폰 보유자만 쓸 수 있는 애플페이를 도입해 3~4위권에 머물고 있는 현대카드의 인지도를 끌어올리고 미래 고객을 선점하기 위한 취지였습니다.

다만 도입 당시 마그네틱보완전송(MST) 방식 단말기에서도 이용 가능한 삼성페이(갤럭시)와 달리 애플페이(아이폰)는 근거리통신(NFC) 방식만 가능해 애플페이 이용을 위해 전용 NFC 단말기를 설치해야 하는 비용 부담이 있었습니다.

한 카드회사 관계자는 “국내 약 300만 신용카드 가맹점 중 애플페이 국내 도입당시 기준으로 대부분의 가맹점이 NFC단말기가 없는데, 대당 10~20만원 가량하는 단말기를 모두 공급하려면 보수적으로 잡아도 3000억원 이상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 논란을 뒤로하고 전세계적으로 애플페이가 사용되고, NFC단말기가 널리 쓰이는 만큼 해외 관광객들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논리가 나오면서, 신용카드사회공헌재단과 동반성장위원회에서도 연매출 30억원 이하의 영세 및 중소가맹점을 중심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단말기 설치비용 이슈 외에도 애플사로 넘어가는 애플페이 수수료 문제도 관심사항입니다.

국내에서 널리 사용되는 삼성페이가 별도의 수수료를 징구하지 않는 상황이지만, 애플페이는 이용금액의 0.15%를 제휴 카드사(현재는 현대카드 유일)가 부담하도록 돼 있습니다. 참고로 중국의 애플페이 수수료는 우리의 5분의 1 수준인 0.03%에 불과합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우리보다 이용자가 많다는 측면에서 규모의 경제를 주장해 수수료 합리화에 성공한 반면 국내는 도입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유일한 카드사가 있다 보니 울며 겨자먹기로 높은 수수료를 책정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한마디로 애플페이 쓰자고 국민 세금으로 NFC단말기 설치 지원, 카드사는 수수료 부담이라는 이중고에 빠지게 됐다”는 설명입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 애플페이 도입을 허용하면서 관련 법령 준수와 함께 “신용카드사는 애플페이와 관련된 수수료 등의 비용을 고객(약관에 반영) 또는 가맹점(기존 법령해석)에 부담하게 하지 않아야 한다”고 명시해 카드사가 수수료를 부담하도록 못을 박았습니다.

도입 초기에 애플페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접해보고자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이용자가 늘고 이용을 위해 현대카드 신규 가입자가 느는 등 ‘개점효과’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각종 카드, 페이 등 다양한 결제 수단에 익숙한 한국인들에게 얼만큼 반향을 일으켰는지에 대해 확답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들을 중심으로 추가 제휴가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아직도 새로운 제휴사가 등장했다는 뉴스가 나오지 않는 가운데, 이번 국감에 애플코리아와 현대카드 대표가 나란히 불려가게 되면서 국민정서를 감안해 더욱 도입이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까지 나옵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그나마 현대카드 입장에서는 오너 일가인 정태영 부회장이 불려가지 않은 것이 수확이라면 수확”이라며, “애플페이 도입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 개인 SNS에 홍보를 이어온 정태영 부회장이 왜 결정적인 순간에는 나서지 않는지 궁금하다”고 말했습니다.

저도 궁금합니다.

애플은 올해도 아이폰15 신제품 출시를 다른 나라보다 몇 주씩 늦추며 IT강국이자 글로벌 테스트베드(초기 제품 출시를 통한 시범 대상)로 삼는 다른 글로벌 기업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작년 아이폰14 시리즈 출시 당시 1, 2차 출시국은 출고가를 동결한 상태에서 3차 출시국인 한국만 환율이 올랐다고 출고가를 인상한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했다”며, “그런데 올해 아이폰 15시리즈를 출시하면서 애플은 환율이 하락한 상황임에도 출고가를 하향 조정하지 않고 동결했다”고 밝히며 애플의 이중적인 자세를 비판했습니다.

한국을 무시하는 애플, 그 애플과 손잡고 애플페이 서비스를 위해 과도한 수수료를 퍼주는 현대카드가 나란히 국감에 가는 일에 시선이 머뭅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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