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4% 급등… 달러화·금 등 안전자산 강세
산유국 아니지만 이란-미국 대리전 확산 우려

화염에 휩싸인 이스라엘 가자지구. 연합뉴스 제공.
화염에 휩싸인 이스라엘 가자지구. 연합뉴스 제공.

지난 7일(현지시간) 발발한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정파)의 이스라엘 공습으로 가뜩이나 불안했던 유가에 불이 붙고 있다. 국제원유시장이 주말 휴장에 들어간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산유국이 아닌 이들 나라간 무력 분쟁이 유가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지만, 막상 월요일 시장 분위기는 예상과 다른 분위기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9일(한국시간) 오전 8시 1분 현재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은 전일보다 약 4.3% 급등한 배럴당 86.35달러에 거래됐다.

이란이 하마스의 공격을 배후에서 지원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트레이더들이 충돌 확대에 대한 우려감을 가진 탓이다.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해 보복에 나설 경우 미국과 이란의 대리전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럴 경우 이란이 전 세계 석유의 20%가 지나다니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미국은 이스라엘에 세계 최대 핵추진 항공모함 제럴드 포드를 전진 배치한 상태다.

세계 3대 원유인 WTI와 브렌트유는 한때 100달러를 호가하다 미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Higher for longer) 분위기에 경제 침체 우려로 원유 소비 감소 기대로 10달러 이상 내린데다 최근 미국과 이란 양국이 외교적으로 유화 분위기를 형성한 것도 유가 안정에 한 몫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갑작스런 무력 충돌로 유가가 다시 급등하자 변동성 확대에 대표 안전자산인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블룸버스 달러 현물 지수가 0.2% 상승했고,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도 0.08%p 올라 4.80%를 기록했다. 달러와 같은 안전자산인 현물 금 역시 온스달 1850.52달러로 1% 상승했다.

무력충돌 발발 직후 석유·가스시장 전문가 ‘반다나 하리’는 CNBC에 9일 유가가 조건반사적으로 오를 수 있지만, 사태가 더 번지지 않고 중동 지역의 석유·가스 공급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점이 인식되면 가라앉을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하지만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내 무장세력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점령지에 박격포로 반격에 나서면서 사태 확산 우려가 일자, 이란 공격 참여시 유가가 100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수 있다는 블라스 월스트리트저널 칼럼니스트의 의견이 주목을 받고 있다.

연휴가 있을 때 마다 마지막 날 글로벌 시장의 충격을 받는 상황이 이어져 한국 경제에도 먹구름이다. 지난 추석 연휴 마지막날에도 글로벌 시장의 채권금리 급등으로 이튿날인 4일 이른바 ‘검은 수요일’을 경험한 한국 입장에서 한글날인 9일 국제 원유시장이 흔들리는 것은 10일 주식, 채권, 환율 시장의 변동성 확대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오는 19일 기준금리를 결정해야 하는 한국은행의 고심도 더욱 커지게 됐다. 그간 시장에서는 이번에도 한은이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한 상황이었고, 정부는 가계대출의 심각성과 기업들의 이자 부담 등을 고려해 외국인들의 자금 이탈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기준금리를 유지하고자 하는 의지를 비춰왔다. 다만 뜻밖의 전쟁 추가 발발에 따른 원유값 급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원화 절하)할 시 한국은행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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