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 미국 조지아주에서 열린 현대차 공장 기공식에서 연설하는 모습.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 미국 조지아주에서 열린 현대차 공장 기공식에서 연설하는 모습.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오는 14일 취임 3주년을 맞이하면서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이목이 집중된다.

12일 현대차그룹 등에 따르면 정 회장이 취임한 2020년부터 올해까지 현대차그룹은 연 매출 200조원 이상의 글로벌 판매 3위와 10%대 영업이익률을 달성하는 등 질적 성장을 이뤄왔다.

실제로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전년 대비 2.7% 증가한 684만5000대를 판매하며 토요타와 폭스바겐에 이어 사상 처음으로 '톱(top)3'에 이름을 올렸으며 합산 영업이익도 17조539억원을 기록했다. 정 회장이 첫 취임한 해였던 2020년(4조4612억원) 보다 3.8배를 웃도는 규모다.

아울러 정 회장은 '전동화'라는 자동차업계 대전환 시기에서 발빠른 움직임으로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그는 "모든 업체가 똑같은 출발선상에 서 있는 전기차 시대에 퍼스트 무버가 돼야 한다"며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개발을 이끌었는데 그 결과, E-GMP 기반 전기차인 아이오닉5와 EV6, 아이오닉6 등은 세계 올해의 차(WCOTY), 북미 올해의 차(NACOTY), 유럽 올해의 차(ECOTY) 등 글로벌 3대 올해의 차를 모두 석권하며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전기차를 스마트폰처럼 만들어 줄 수 있는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에 집중 투자하며 2025년까지 모든 차종을 SDV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세워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자율주행 기업 포티투닷을 지난해 인수하기도 했다.

그룹을 향한 전망도 밝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중 가장 규모가 큰 미국에서 품질을 인정받으며 지난달 역대 최고 월간 판매 실적을 기록하고, 올해 1~9월 누적 판매량도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는 등 좋은 성과를 얻고 있다. 올해 초 미국 시장조사 업체 제이디파워가 발표한 내구품질조사(VDS)에서 2년 연속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또 2028년을 목표로 미국에서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서비스를 시작하기 위한 준비도 분주하게 진행하는 등 미래 사업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을 단순한 완성차 및 부품 제조 기업에서 나아가 빠른 전동화로 자율주행과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로보틱스 등을 아우르는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다. 자동차 전문매체 모터트렌드는 정 회장에 대해 "기업 최고경영자(CEO) 이상의 면모를 보여줬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다만 정 회장의 앞에 신속히 풀어야할 과제도 놓여 있다.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의 재도약과 미국·유럽 등의 자국중심·자국우선주의에 따른 불리한 정책들에 대한 대처가 필요한 시점인 탓이다.

현대차그룹의 중국 시장에서의 성과는 지난 2017년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판매량도 34만에 수준에 그치면서 결국 현지 공장 매각을 추진해 생산 시설을 줄이기로 결정하고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대신 중국에서 생산시설의 최적화·효율화를 추진하고 현지 공략 맞춤 제품들을 출시해 반등을 꾀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현대차는 현지 전략형인 신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무파사'를, 기아는 현지 전략 전기차인 EV5 등을 중심으로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베이징자동차와의 중국 내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를 통해 베이징자동차의 '아크폭스'를 베이징 현지 공장에서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업체와의 협력으로 전기차 공장을 적극 가동하고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으로 비춰진다. 다만 중국 역시 미국과 유럽처럼 자국 전기차 산업 생태계를 육성하려는 모습을 보이면서 상황이 어둡기 때문에 중국 시장 문제 극복을 위한 현대차그룹의 움직임이 분주해질 전망이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나 프랑스 보조금 규제 등도 시급한 과제다.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는 현대차·기아의 전기차는 보조금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어 불리한 위치다. 보조금을 받지 못하면 가격면에서 경쟁에 밀리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리스 등 상업용 차량은 IRA 적용을 받지 않아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있어 이를 중심으로 수익성을 방어하고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조금 지급 요건을 충족하는게 급선무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공장 준공을 내년 하반기로 앞당겨 속도를 내고 있다.

또 프랑스가 최근 팔표한 환경점수에 따른 보조금 지급 정책 역시 '한국 생산 후 수출' 방식으로는 불리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빠르게 현지 공급망 구축 및 생산 확대에 나서는 게 필요하다. 프랑스의 이 정책은 제조 및 이동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 배출량이 적을수록 보조금을 많이 준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데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는 점수 산정에 불리한 기준들이 적용된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체코 공장을 전기차 전용 라인으로 전환해 2035년 유럽에서 100% 친환경차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며 기아는 슬로바키아 공장을 전기차 라인으로 전환해 2025년부터 현지 생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글로벌 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해외 장벽이 높아지고 있다"며 "현대차그룹 성장과 함께 정 회장의 판단과 결단이 위기 상황에서 빛을 발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