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 줄이고 편의성 늘린 비만 치료제, 국내 상륙 앞둬
'삭센다·위고비' 선풍적 인기.. 세계 비만치료제시장 선점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삭센다. 연합뉴스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삭센다. 연합뉴스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의 새 비만치료제 '위고비(Wegovy)'가 한국 출시를 앞두고 있다. 위고비 등 새 비만치료제가 한국 시장에 본격 출시되면 해외 제품의 비만 치료제 시장점유율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돼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위기감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13일 국내 의약품 조사기관 아이큐비아(IQVI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비만 치료제 시장은 967억원 규모로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18% 늘었다. 

급성장 중인 국내 비만 치료제 시장은 해외기업의 의약품이 장악하고 있는 실정이다. 제품별 점유율을 보면 노보 노디스크의 삭센다(Saxenda)가 45%, 알보젠의 큐시미아(Qsymia) 15~17%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삭센다는 비만 치료제 시장 자체를 확대한 제품으로 평가받을 정도다. 삭센다의 올해 상반기 판매량은 396억원으로 전년대비 53.3% 늘었다.

삭센다 이전까지 인기를 끈 단기 식욕억제제 '펜터민'은 부작용이 크다는 약점이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펜터민을 장기간 복용하면 높은 의존성과 함께 구토와 복통을 일으킬 수 있다. 과도하게 투여하면 불안, 혼수, 환각뿐만 아니라 사망 가능성도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삭센다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이라는 호르몬에 작용해 포만감을 증가시켜 식욕과 음식 섭취를 조절한다.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된 만큼 인슐린 분비 조절을 통해 정상적인 혈당을 유지하게 돕는다.

삭센다의 섭취 편의성을 확대한 의약품이 바로 위고비다. 삭센다는 매일 주사를 맞아야 하지만 위고비는 1주일에 1회만 주사하면 된다. 다만 위고비와 삭센다 등 계열 의약품이 췌장염·장폐색·위 무력증 등 심각한 위장질환 위험을 크게 높인다는 의학계 연구 결과가 나와 부작용 자체가 없다고 볼 수는 없다.

사실상 삭센다가 국내 비만 치료제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편의성이 개선된 위고비가 국내에 출시되면 해외기업의 시장 장악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실제로 노보노디스크 한국법인인 노보노디스크제약은 지난 4월 식약처로부터 위고비 제품 5종의 품목허가를 획득하며 국내 판매를 눈 앞에 뒀다. 단 전세계적으로 위고비의 수요가 늘면서 공급이 부족해 다음해 출시가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미약품 바이오 분야 연구원들이 제조 공정에 관한 데이터를 확인하며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미약품 제공
한미약품 바이오 분야 연구원들이 제조 공정에 관한 데이터를 확인하며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미약품 제공

해외기업의 비만치료제 시장 장악 시도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불안도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자체적으로 비만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삭센다 등 의약품이 시장을 선점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기존 비만치료제가 위, 신경, 정신계 등의 장애를 일으키는 부작용이 커 국내 기업은 부작용 개선과 접종 편의성을 개선하는 형태로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은 삭센다와 위고비의 성공에 기대 GLP-1 계열, 경구형(섭취)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미약품은 한국인 맞춤형 비만치료제 개발을 선언하며 지난 7월 당뇨병 치료제로 1주일에 한 번 주사형태로 투여하는 '에페글레나타이드' 적응증을 비만으로 변경해 국내 임상 3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식약처에 제출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GLP-1 유사체다. 미국과 유럽 중심의 임상은 백인 위주로 임상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한국인에게도 완벽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황인 위주의 임상이 이뤄진다면 아시아 전역에 활용될 여지도 있다.

동아쏘시오그룹의 전문의약품사 동아에스티는 미국 자회사 뉴로보 파마슈티컬스와 함께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DA-1726'을 개발하고 있다. DA-1726은 옥신토모듈린 유사체(Oxyntomodulin analogue) 계열의 비만치료제로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이다. GLP-1 수용체와 글루카곤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해 식욕억제와 인슐린 분비 촉진과 말초에서 기초대사량을 증가시켜 체중 감소와 혈당 조절을 유도한다.

일동제약은 지난 5일 식약처로부터 대사성 질환 신약 후보물질인 'ID110521156'과 관련한 임상시험용 신약(IND)과 임상 1상 시험 계획을 승인받았다. 앞으로 제2형 당뇨병과 비만 등을 타깃으로 한 경구용 신약으로 개발할 방침이다.

대원제약은 미세바늘 패치 기업 라파스와 공동 개발 중인 패치형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DW-1022' 임상 1상 시험계획을 식약처에 신청했다. DW-1022는 위고비를 미세바늘 패치 제형으로 바꾼 치료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이 비만치료제 시장을 선점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며 "GLP-1 계열은 당뇨병 치료와도 관련 깊은 만큼 기존 당뇨병 연구의 연장선 개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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