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으로 하나금융 최초 여성CEO된 ‘손님행복 전문가’
펀드명가 재건하는 하나금융의 사무관리서비스 진두지휘

하나펀드서비스 노유정 대표. 하나금융 제공.
하나펀드서비스 노유정 대표. 하나금융 제공.

금융회사는 세련된 이미지와는 별개로 유독 여성들에게 두터운 유리천장이 드리워져 있다. 고객의 자산을 책임지는 일을 여성이 맡는 것에 대한 편견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여성이 금융회사 임원이 되는 것은 말 그대로 ‘기사감’이다. 하지만 금융회사가 ESG경영을 외치며 서서히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사회적(Social) 이슈에 대한 관심 제고의 과정에서 성(Gender)에 무관한 공평한 기회의 장이 열리자 금융권에 C레벨 여성들이 늘고 있다. 그 선구자들을 따라가본다.<편집자 주>

작년 봄 하나금융은 6명의 관계사 대표를 선임하면서 하나펀드서비스 대표로 노유정 당시 하나은행 손님행복그룹장을 선임했다. 하나금융그룹 최초의 여성CEO탄생의 순간이었다. 일찌감치 KB금융은 여성CEO를 배출했으나 다른 금융그룹엔 이렇다할 인물이 출현하지 않고 있었다. 노 대표의 선임 직전 신한금융에도 신한DS대표에 조경선 사장이 선임되며 그룹 최초의 여성CEO가 나온 것과 더불어 본격적인 여성 금융CEO 전성시대를 여는 신호탄으로 여겨졌다.

노 대표는 68년생으로, 이화병설미디어고(구 영란여상)를 졸업하고 국민은행에 입행했다. 지점에서 5년간 경력을 쌓은 뒤 하나은행에 경력 입사했다. 하나은행에선 일선지점 팀장과 지점장을 거쳐 2011년 본사 고객만족팀장에 오른 후 불과 10년 만에 손님행복그룹장(상무)에 오를 만큼 쾌속 승진을 이어갔다. 일선 지점시절 관리자로 승진하면서 주경야독을 거듭, 국민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하며 학사를 마치는 등 근성을 보인 결과다.

당시 함께 지점에서 근무했던 하나은행 관계자는 “여성에게 쉽게 기회가 주어지지 않던 당시 은행 문화에서 이른바 노른자위로 불리는 핵심 지점 뿐 아니라 험지로 불리는 지점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보이며 본사 관계자들의 눈에 들었다”며, “어찌보면 타행 출신이라는 것이 보이지 않는 핸디캡(약점)일 수 있음에도 이를 실력 하나로 이겨낸 현장 전문가”라고 평가했다.

이어 “지점에서의 다양한 고객 경험과 CS 및 소비자보호 부문의 전문성을 쌓아온 것이 하나펀드서비스의 업무와 잘 맞아떨어질 거라는 조직의 판단이 있었을 것”이라며 “고객의 행복을 위해 직원이 먼저 행복해야한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어 직원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다”고 덧붙였다.

‘하나펀드서비스’는 사명만으로는 하는 일을 명확히 떠올리기 쉽지 않다.

여러 사람의 돈을 모아 운용하는 펀드업무는 과거엔 지금과 달리 그 운용의 투명성이 보장받지 못하는 일이 잦았다. 여러 펀드를 운용하다 한 펀드가 망가지면 다른 펀드의 자산을 옮겨다 수익률을 보전하는 이른바 ‘편출입’ 논란도 잦았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 외환은행은 99년 펀드의 자산가치 평가, 회계처리 등 사무관리업무를 국내 최초로 하게 된다. 이후 펀드시장의 확대와 함께 전문성과 업무 외연 확대 차원에서 2003년 외환은행에서 분사해 ‘외환펀드서비스’로 운영되다 2015년 하나금융그룹 자회사로 편입되며 지금의 사명을 갖게 된다.

노 대표는 취임 전 140명이던 조직 규모를 8개월 만에 159명으로 늘렸다. 6명이던 임원 수는 8명까지 늘었다. 이후에도 인력 보강을 지속하는 중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자칫 사무관리 업무가 경쟁사간 차별화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편견이 있기 쉬운 분야지만, 운용업무의 글로벌화가 진행되고 각사별 니즈가 달라지면서 그에 맞는 서비스 차별화가 중요하고 고객관리와 확대 차원에서 영업력이 요구되는 분야”라고 말했다. 트렌드 변화를 읽고 고객에게 능동적으로 다가가는 섬세함과 기민함이 동시에 요구되는 분야다. 현장 야전사령관이자 본사 고객서비스 부문을 총괄했던 노 사장의 역할이 발휘되는 부분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최근 사모펀드 관련 잡음이 발생하는 등 금융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믿음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펀드의 순자산가치(NAV)를 산출해 기준가를 제공하는 업무, 사전 및 사후 단계에서의 규제위반 여부를 차단하는 컴플라이언스 업무 등 전문성은 물론 윤리의식으로 무장한 조직관리가 중요하다”며,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거친 노 대표가 이 부분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면서 직원들의 경쟁력도 동시에 성장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하나금융그룹은 협력관계를 이어온 스위스계 글로벌 자산운용사 UBS와의 결별을 선언하고 이달 말까지 지분관계를 정리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하나증권의 자회사인 하나UBS자산운용은 지난 2007년 전신인 대한투자신탁운용 지분 51%를 UBS에 넘기며 합작사를 탄생시킨 바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의 운용노하우와 평판을 통한 고객 유치를 노린 포석이었다.

하지만 최근 한국 펀드시장이 성숙하고, 글로벌 자산운용사 출신 인력들이 대거 국내사에 자리잡으면서 합작을 통한 시너지보다는 상품 기획과 마케팅에 있어 커뮤니케이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아지고 있다. 앞서 신한금융그룹도 2020년 말로 BNP파리바자산운용과 지분관계를 정리해 신한자산운용을 새롭게 출범시켜 조직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한 대형자산운용사 마케팅본부장은 “자산관리(WM) 부문에 경쟁력이 있는 하나금융이 경쟁력있는 상품 공급을 위해 자산운용사 지분 정리를 통해 면모를 일신하게 되면 자연스레 캡티브(고정고객) 물량이 늘어나면서 하나펀드서비스의 외형도 더 커질 수 있을 것”이라며, “하나금융그룹 최초의 여성 CEO가 좋은 실적을 거두며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 더 많은 여성 CEO를 양성하는 것이 ESG경영 시대의 숙제이자 방향”이라고 말했다.

한편 새롭게 변신할 하나자산운용 CEO에는 김태우 다올자산운용 대표(부회장)가 내정됐다. 하나은행 출신인 김 대표는 미래에셋자산운용 초기 스타 매니저로 대표 펀드 중 하나인 ‘디스커버리펀드’를 운용하며 명성을 날린 바 있다. 이후 외국계 경쟁사인 피델리티자산운용으로 옮긴 이후 2016년 다올자산운용(당시 KTB자산운용) 대표를 거쳐 다시 친정인 하나금융에 복귀하게 됐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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