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미래에셋 세대교체로 분위기 쇄신…대형사 모두 임기 임박
오너 1주년 ‘삼성’ · 회장 바뀐 ‘KB’ 주목…사모펀드 관련 제재 변수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미래에셋증권 김미섭 부회장, NH투자증권 정영채 대표, 한국투자증권 정일문 대표, 삼성증권 장석훈 대표, KB증권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미래에셋증권 김미섭 부회장, NH투자증권 정영채 대표, 한국투자증권 정일문 대표, 삼성증권 장석훈 대표, KB증권 김성현 대표, KB증권 박정림 대표. 각사 제공.

고금리 장기화로 금융업계가 풍랑을 맞고 있다. 변화와 혁신의 바람 속에 리더의 교체 바람이 부는가 하면 안정화를 위해 CEO 유임 카드가 나오기도 한다. 각 금융업권별 당면한 현실과 CEO들의 연임 가능성을 점쳐본다. <편집자 주>

지난주 있었던 5대금융지주(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실적 발표에서 증권사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급락한 실적을 나타냈다. 일부 증권사들은 투자자와의 사적 화해, PF관련 대손비용 적립 등의 이슈로 적자전환을 선언하기도 했다.

여기에 4분기 영풍제지 사태 등에 따라 대규모 대손충당금 적립이 예정돼 있는 키움증권 등 증권사마다 다소간의 차이가 있을 뿐 실적 쇼크에 따른 만반의 대비를 하는 상황이다. 때마침 주요 증권사 CEO들이 연말과 내년 봄까지 모두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어 연장 여부를 두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때마침 독보적인 1위 증권사인 미래에셋이 최현만 회장을 비롯 조웅기, 최경주 등 부회장급을 포함 창업멤버들을 모두 일선에서 물리는 결정을 내리면서 위기감이 감도는 분위기다.

한 증권사 임원은 “업계가 어렵지만 그래도 미래에셋은 사정이 나은 편인데 창업공신을 모두 정리하는 선택을 통해 세대교체를 하는 모습을 보여 업계가 긴장하는 분위기”라며, “미래에셋의 세대교체설은 이미 작년부터 있었지만 업계 위기를 맞아 경력이 있는 창업세대의 유임 가능성도 일부 기대했던 업계에선 충격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미래에셋그룹은 미래에셋 최현만 회장을 고문으로 위촉하는 선택과 함께 미래 핵심 먹거리인 해외사업을 이끌어온 김미섭 대표와 이정호 대표 등을 모두 부회장으로 승진 발령하며 세대교체를 단행한 바 있다.

1위 미래에셋 외에도 나머지 빅5 증권사인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CEO들이 모두 연말 또는 내년 3월 임기를 마치게 된다. 여기에 신한투자증권, 대신증권 등도 줄줄이 CEO 임기가 종료된다.

내달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이는 사모펀드 라임과 옵티머스 관련 금융위 징계 수위도 관심 대상이다. 당초 수면 밑으로 내려간 듯 했던 사모펀드 사태는 최근 금융당국이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특혜시비 등이 불거지며 다시 관심이 커지는 상황이다. 2020년 금감원이 내린 결정에 대해 금융위가 최종 어떤 선택을 하냐에 따라 자칫 연임은 고사하고 타 금융기관 취업조차 제한될 위기다.

NH투자증권 정영채 대표, KB증권 박정림 대표, 양홍석 대신증권 부회장 등이 대상이다. KB증권 박정림 대표의 경우 각자대표를 맡고 있는 김성현 대표와 함께 또 다른 이슈가 있다. 11월 임기가 종료되는 KB 윤종규 회장 후임 양종희 부회장의 회장 취임이다.

양 부회장은 윤 회장의 복심으로 알려진 인물이지만 최근 조달비용 상승에 따른 순이자마진(NIM)하락 가능성과 차주 부실화 가능성에 따른 대손충당금 증가 등 리스크관리 관점에서 조직 분위기 쇄신을 위해 소폭이나마 CEO 교체를 통한 변화를 꾀할 수 있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KB가 타 그룹 대비 ESG 관점에서 여성 인재 기용을 강조해왔고, 박 사장은 회장 후보에도 이름을 올릴 만큼 중량감 있는 인물인 만큼 쉽게 예단할 수 없다”면서도 “내부에서 통제할 수 없는 징계 수위 문제나 최근 금융사의 내부통제 이슈가 관건인 만큼 유임을 장담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 장석훈 대표에 대해서도 실적이나 리스크관리 관점에서는 합격점이나 그룹 전체 쇄신의 관점에서 장담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장석훈 사장은 이른바 2018년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대표이사에 올랐다 장수CEO반열에 오르고 있다.

삼성증권 사정에 정통한 한 증권사 HR임원은 “장 대표는 코로나19 상황을 지나며 실적 뿐만 아니라 해외주식 분야에서의 굳건한 위상, 채권 마케팅 우위 등 삼성이 가진 장점을 십분 발휘한 부분이 인상적”이라면서도 “다만 그룹 핵심인 삼성전자가 위기를 맞고 있고 최근 이재용 회장 취임 1주년을 맞아 제2의 프랑크푸르트 선언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 그룹 전면의 쇄신 가능성 등이 변수로 남아있다”라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인 2018년 사장에 오른 한국투자증권 공채 1기 정일문 사장의 행보도 관심거리다.

정 사장은 한국투자증권에서만 35년 이상 일한 한투맨으로 IB부문에서의 입지전적인 영업력으로 사장에 오른 인물이다. 다만 전임인 유상호부회장이 워낙 선이 굵어 후임자로서 자기 색깔을 드러내기 보다는 현장형 CEO로서의 면모를 강하게 보여왔다.

다른 증권사들이 실적에서 급감을 보이는 것과 대조적으로 업계 정상급의 실적을 유지하고 있는 부분, 전임인 유상호 부회장도 10번 넘는 유임을 이어오는 ‘믿음’의 인사 문화 등을 고려할 때 업계 위기의 상황에서 또 한번 기회가 주어질 거라는 기대감이 높다.

한 증권사 HR담당 임원은 “증권업계가 타 금융업계 대비 인사 교체가 빈번한 편이고 실적에 대한 신상필벌이 분명한 조직임은 분명하다”며, “그러나 업계가 뾰족한 먹거리를 찾기 어렵고 내년 상황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조직이 흔들리는 것을 막기 위해 기존 인물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도 적지 않아 각 회사가 처한 상황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