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과 실전 겸비한 소신파…”내 사전에 고객계좌 마이너스 없다”
“지금은 장기채 담을 때…’저평가 가치주 매수’ 보답할 것”

고금리 장기화와 인플레이션 고공행진에 연말을 앞두고 투자자들이 길을 잃었다. 고점에 다가간 금리가 언제 내려갈지, 부동산은 반등할지, 기업 실적이 바닥을 찍었다면 주식은 올라갈지 지금처럼 의견이 갈릴 때가 없었다. 대한민국 부자들이 모여사는 서울 강남3구(강남구, 서초구, 송파구)에서 VIP고객 자산관리를 총괄하는 국민은행, 미래에셋증권, 삼성생명 센터장을 차례로 만나본다.<편집자 주>

KB국민은행 올림픽PB센터 공성율 센터장. 장석진 기자.
KB국민은행 올림픽PB센터 공성율 센터장. 장석진 기자.

◆ 개인 소개를 부탁한다.

학부에서 사회학을, 대학원에서 금융경영학을 공부했다. 99년부터 약 25년동안 국민은행에 근무하며 뜻한 바 있어 CFP(공인재무설계사)로 WM(자산관리) 쪽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본사에서 근무할 때도 WM기획과 영업전략 파트에서 일했고, 운 좋게 강남, 목동 등 핵심 PB센터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작년 1월부터 송파에서 센터장을 맡아 직원들의 영업방향 설정, 상품제안, 고액자산가 응대 등 센터 업무를 총괄 관리하고 있다.

◆ 올해는 어떤 시장이었나?

작년 한해 금리가 빠르게 오르고 부동산 가격은 급락해 투자자들이 패닉에 빠져 고객을 관리하는 입장에서도 쉽지 않았다. 그 여파는 올해도 계속돼 상반기 기대했던 금리상승 마감과 시장 변동성 축소가 이뤄지지 않았고 그 리스크가 현재도 진행형이다.

상반기엔 2차전지, IT, AI 등으로 대변되는 ‘성장 테마주’가 득세했다. 고금리와 기업 실적이 받쳐주지 않는 상황에서 주식은 오르기 어렵다고 보고 고객들에게 일부 가치주에 선별적으로 접근할 것을 강조했다.

이런 접근법으로 관리해 드린 고객들이 성장주 급등에 따른 과실을 향유하지 못했을 때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지만, 나중에 성장주가 급락하고 오히려 가치주가 시장 수익률을 넘게 되자 안도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 상반기에 기대했던 금리 고점과 그에 따른 자산가치 상승은 조금 순연됐지만 지금부터 시작해 내년 상반기까지 나타날 것으로 본다.

상반기에 금리가 고점을 찍을 것으로 봤기 때문에 국채 장기물(10년 이상)을 고객들에게 권했다. PB센터 고객들은 높은 수익률도 중요하지만 세금 문제에 민감하다. 상반기에 장기채를 매수한 고객들은 현재 수익이 마이너스 상태라 마음이 편치 않지만, 금리는 서서히 내려갈 것이고 6개월에 한번씩 이자수익을 챙기며 나중에 매매차익에 따른 세금 이슈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장점을 생각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 현재 자산관리 트렌드는?

작년부터 올해 상반기를 지나기까지 어려운 시장이 이어지자 투자자들의 행보가 극도로 보수적으로 변했다. 특히 주식이나 펀드 등 주식형 상품의 수익률이 급감하면서 어느때보다 예금 등 현금성 자산에 대한 선호가 높은 편이다. 상황이 바뀔 때 언제든 투자할 수 있는 대기성 자금이 쌓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채, 전자단기사채, ABCP, 신종자본증권 등 확정금리 상품에 대한 선호도 어느 때보다 높다. 다만 적극적으로 주식을 사겠다는 심리는 얼어붙은 상태다.

◆ 송파로 온지 2년이 돼 간다. 송파 지역 자산가들의 특징은?

강남이나 목동 대비 부동산 보유 비중이 현저히 낮다. 우리 지점이 모든 송파를 대변한다고 말할 수는 없고, 최근 자산시장 전체로도 부동산 매매 거래량이 급감한 영향도 있겠지만 그를 감안하더라도 송파지역 자산가들은 상대적으로 부동산 보다는 주식이나 채권을 선호한다.

우리 센터에 고객으로 등록되는 최소 기준이 금융자산 5억원 이상 예치다. 다만 고객들은 국민은행만 거래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타 은행, 증권, 보험사 등에 두루 자산을 분산시켰다가 특정 상품, 특정 관리자에 대한 선호 및 니즈가 생길 때 다른 곳에 있는 자산을 옮겨가는 경향이 있다. 국민은행PB센터에 5억원을 맡겼다고 해서 그 고객의 전체 금융자산이 5억원이라는 판단은 옳지 않다.

우리 센터에 오시는 고객들은 대다수가 올림픽선수촌 아파트단지 주민분들이다. 이 단지의 특성은 신축 단지가 아니고 오랫동안 거주해온 시니어 고객들이 많다는 점이다. 투자에 신중한 분들이고 그만큼 보수적인 성향이 높다. PB센터는 그 경쟁력만 입소문이 나면 조금 접근성이 떨어지더라도 고객들이 차를 몰고 찾아온다. 지금 있는 올림픽프라자 상가는 조금 연식이 있는 건물이라 금융서비스 이외에도 부가적인 서비스를 기대하는 자산가 입장에서 아쉬움이 있을 수 있다. 좀더 다양한 고객분들을 모실 수 있는 곳으로 조만간 이전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 코로나19 전후로 고객들이 달라진 점이 있나?

코로나19 발발 이전 활발했던 세미나 또는 고객 초청 행사가 많이 줄어들었다. 자산가들은 스스로 찾아서 하기 보단 전문가들의 조력을 받아 투자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19로 대면활동이 줄어드는 사이 고객들은 스스로 유튜브 등을 통해 많은 학습을 했다.

문제는 고객들이 새로 취득한 투자 지식 중 상당 부분이 잘못돼 이를 다시 설명해드리고 교정하는데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거다.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많은 정보를 접하는 것은 좋지만 SNS 상에서 떠다니는 정보 중 상당수는 정확히 검증되지 않은 ‘카더라’가 많다. 사실관계를 정확히 인지시켜 드리기 위해 PB들도 더 많이 공부해서 더 쉬운 언어로 전달하기 위해 두 배로 노력하고 있다.

◆ 채권에 대한 자산가들의 관심은 어느 정도인가?

채권을 투자하는 방법은 직접매수, 펀드를 통한 매수, ETF 등 다양하겠지만 자산가들은 절대적으로 직접 실물 매수를 선호한다. 펀드와 ETF는 매매차익에 대해 15.4%의 세금 뿐 아니라 종합소득세 40%에 대한 부담까지 가지고 있다. 분할매수나 마켓타이밍 관점에서 편리한 펀드나 ETF가 많이 활용되지 못하는 이유다.

자산가들은 최근 미국 등 해외채권에 대한 관심도 높이고 있지만 세금이나 환손실 등을 감안해 이해도가 높은 국채를 선호한다. 회사채는 선호도가 낮다. 경제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고 과거 경험을 통해서 고금리 상황에서 충분한 수익이 가능한 국채 장기물에 집중하는 추세다.

◆ 부동산에 대한 전망은 어떻게 보나?

부동산은 대표적으로 경기에 후행하는 성격을 보이는 자산이다. 여전히 고금리가 이어지고 매물이 줄어든 상황에서 올해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내년에 금리가 내려가고 경기가 방향을 위로 틀면 좋을 거라는 원론적인 관점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한국 부동산 시장은 워낙 예외가 많았던 시장이기 때문에 다른 외생변수가 없는지 항상 지켜보고 있다.

◆ 투자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포트폴리오는 어떤가?

상반기와는 달라진 현 상황에서 국채 장기물 중심의 채권 매수는 적극 권한다. 다만 주식은 아직 적극적으로 편입할 때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트폴리오에 주식을 어느정도 가져가는 성향의 고객들이 있다. 그런 분들에게는 성장주 보다는 고물가, 고금리에 강한 가치주를 권한다. 특히 코스피200에 편입된 상장사 중 PER(주가수익비율)과 PBR(주가순자산비율)이 낮은 중형주 종목들의 현 PBR이 0.6배 수준이다. 이는 금융위기때보다 싼 벨류에이션(기업가치)이다.

이런 종목들은 지금 편입해두면 당장 내일 튀어올라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종목들이다. 나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이론에 입각한 정석 투자를 지향한다. 자산시장은 단기적으론 여러가지 원인에 의해 저평가 국면에 놓일 때가 있지만 길게 보면 본원가치에 수렴하게 돼 있음을 오랜 경험을 통해 보아왔다. 지금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우량 자산이 저평가돼 있다면 편입을 주저해서는 안된다.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 KB증권과 사무실을 같이 공유하고 있다. 시너지가 있나?

KB증권(구 현대증권)이 KB금융의 일원이 된 것은 PB센터 입장에서는 천군만마다. PB센터 문을 열고 들어오는 고객들에게 예금상품 만으로 응대할 수는 없다. 주식을 어떻게 할지, 채권을 어떻게 매수할 지 아이디어를 드리는 것은 은행PB들의 역할이지만 그에 적합한 상품들을 직접 공급하는 쪽은 아무래도 증권사가 한수 위다.

현재 국민은행 대부분의 PB센터에 BIB(Business In Business) 형태로 통합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국민은행 PB들이 컨설팅해 드린 포트폴리오 중 증권사에서 해결할 솔루션을 바로 옆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건 큰 무기다.

가령 예금상품의 금리 경쟁력이 떨어질 때 KB증권에서 더 높은 수익률의 발행어음 상품을 제공할 수 있어 고객을 놓칠 이유가 없다. 반대로 KB증권에 오시는 고객 중에서도 대출이나 기타 다른 은행 서비스가 필요한 고객은 국민은행 창구로 넘어오신다. 진정한 시너지다.

KB국민은행 PB센터의 강점을 설명하는 공성율 센터장. 장석진 기자.
KB국민은행 PB센터의 강점을 설명하는 공성율 센터장. 장석진 기자.

◆ 고객이 증권사가 아니라 은행 PB센터로 오는 이유는 뭔가?

대체로 은행PB센터에 등록된 고객들은 증권사로 같이 이용하지만, 은행PB센터의 장점을 굳이 꼽자면 1:1 전담관리가 좀더 확실하다는 거다. 자산가들은 줄을 서고 싶어 하지 않는다. 나만을 위한 관리자가 있고, 내 취향에 맞는 투자서비스와 더불어 고객 이벤트 기회 등에서도 대접받기를 원한다.

◆ KB국민은행 PB센터가 경쟁사 대비 좋은 점은?

자산 규모가 국내 1위라 안정성이 높고, 고객수가 많은 만큼 상품 라인업이 다양하다. PB센터 안에 증권사도 있어서 고객의 다양한 니즈 충족이 가능하고 자문(Advisory)능력, 세금과 법률 등 본사 지원, 빅데이터 보유를 통한 부동산 서비스 등이 강점이다.

◆ 본사에서 내려주는 하우스뷰가 본인의 판단과 맞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하나?

본사에서 월 1회, 그리고 연말 등 시즌이 바뀔때는 다양한 가이드라인이 내려온다. 물론 본사에 전문가들이 심도 있는 검토를 통해 방향을 제시하지만 능력 있는 PB라면 이를 그대로 따르기 보단 그때 그때 상황에 맞게 변형해서 참고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월 1회라는 주기는 본사 입장에서는 짧은 주기이지만, 현장 입장에서는 트렌드가 한번 바뀔 수도 있는 시간이다. 큰 방향성은 공유하되 시장의 상황에 맞는 유연한 컨설팅이 요구된다. 물론 그에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PB의 몫이다.

국민은행은 PB가 본사 하우스뷰대로 고객 포트폴리오를 100% 짜도록 강요하지 않는다. 외국계의 경우 일정 부분 포트폴리오가 본사 방침을 벗어나면 추가 매수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의 조치가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그런 식의 지침은 고객별로 성향이나 니즈가 다른데 효율적인 방식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또 상황별로 유연하게 대처해 고객 자산의 손실을 막고 가치를 극대화할 기회를 앗아가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본사와 현장간의 끊임없는 교감이 필요한 이유다.

◆ 달러 강세에 따라 환율이나 금 같은 실물 자산에 대한 수요는 없나?

자산 규모가 큰 고객들을 중심으로 전과 달리 환율 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일부 고객은 외화예금이나 엔 투자 등을 문의하고 투자 실행에 옮긴다. 다만 단기 전망을 보고 환차익을 보겠다는 고객에게 컨설팅을 하지 않는다. 그것은 PB들도 모르는 신의 영역이다. 보유 자산에 대한 헤지(Hedge) 차원에서 일부 중장기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선택의 문제지만 전문가가 아닌 이상 환을 투자 대상으로 보는 것은 권하고 싶지 않다. 금에 대한 수요는 자산가들에게는 늘 있다. 다만 금 관련 투자상품 보다는 골드바 등 금 실물 자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자산가들의 금에 대한 선호는 단순히 투자가치 그 이상의 무엇이 있다.

최근엔 미술품이나, 고가의 주얼리 등에 지분투자하는 STO 등에 대한 문의가 있기도 하다. 대기성 자금은 많고 투자대상은 마땅치 않아 생기는 현상이다.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되다 보니 이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실물투자에도 관심이 커지지만 금리도 어느 순간 내려올 것이고 어떤 투자자산이든 쏠림이 있는 것은 경험상 좋지 않았다. 더 이른 시점에 이미 투자했다면 모를까 지금에 와서 실물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는 것을 권하지 않는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까지 운이 좋게도 고객 계좌에 마이너스를 내본 적은 없다. 대박 수익률을 지향하기 보단 이론과 원칙에 입각한 투자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적정 수준의 수익을 고객들에게 안겨드리려고 노력해왔다. 투자는 상식이다. 대박의 꿈을 쫓기 보단 리스크관리와 원칙있는 투자를 통해 장기 수익률을 높여야 한다.

▲ 공성율 센터장은…

1973년생으로 연세대 사회학과와 서강대 금융경영학 석사를 마쳤다. 99년 국민은행에 입사해 영동지점을 시작으로 도곡PB센터, 목동PB센터, 본사 WM기획부와 영업기획부 팀장 등을 거치며 자산관리 영업을 기획하고 현장에서 경험한 전문가다. 작년 1월부터 올림픽PB센터장을 이끌고 있다.

서울 강남3구 중 하나로 불리는 송파구에 위치한 KB국민은행 올림픽PB센터. 네이버 지도 캡처.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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