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리테일·롯데마트·SPC·매일유업 등 잇따라
경기불황에 내수시장 포화… 고정비용 줄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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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가 실적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면서 연말 인력 감축을 본격화하고 있다. 고금리 등의 영향으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내수 시장의 성장세도 꺾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GS리테일을 비롯해 롯데마트, SPC 파리크라상, 비어케이, 매일유업, 11번가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희망퇴직에 나섰다.

먼저 GS리테일은 지난달 말까지 희망퇴직을 받았다. 대상자는 77년생 이상 장기근속자로, 사측은 약 18개월치 이상의 급여와 학자금 지원 등을 희망퇴직 조건으로 제시했다. 여기에는 서비스 종료를 선언한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 GS프레시몰 임직원도 포함됐다.

GS리테일은 희망퇴직에 앞서 인력을 꾸준히 감축해 왔다. 회사의 직원 수는 지난해 말 7814명에서 3분기 말 기준 7495명으로 올해만 300명 이상이 줄었다.

이번 희망퇴직은 GS리테일의 영업이익률 저하와도 연관이 깊다. GS리테일의 영업이익률은 2020년 2.85%를 기록한 이후 2021년 2.27%, 2022년 2.18%를 기록하며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롯데쇼핑 산하의 롯데마트, 롯데컬처웍스도 희망퇴직에 나섰다. 롯데컬처웍스는 지난달 29일부터 근속 3년 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신청받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줄어든 영화관 관객 수를 회복하지 못한 영향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롯데컬처웍스는 2020년 1600억원, 2021년 132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10억원의 흑자를 내는데 그쳤다.

롯데마트도 지난달 29일부터 전 직급별 10년 차 이상 사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퇴직 확정자에게는 최대 27개월치 급여와 직급에 따른 재취업 지원금 2000만∼5000만원을 차등 지급한다. 롯데마트는 2021년 상·하반기에 희망퇴직을 받았고 이번 희망퇴직은 세 번째다.

롯데마트는 2020년 실적이 좋지 않은 점포 12개를 정리하면서 롯데슈퍼와 통합 소싱(조달)을 구축하고 있다. 이에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510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57.3% 늘었으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 줄어든 1조 5170억원을 기록했다.

SPC그룹 산하 파리크라상은 지난달부터 파리바게뜨, 쉐이크쉑 등 14개 브랜드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있다. 대상은 15년차 이상 직원으로 사측은 최대 1년 6개월치의 급여와 1년치 학자금을 지원하고 창업·이직 교육 및 점포 개설 지원에 나선다.

최근 3년간 파리크라상의 영업이익은 2020년 347억원, 2021년 334억원, 2022년 188억원으로 꾸준히 줄었다. 이는 원재료와 인건비 부담의 증가 영향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방뇨 논란’에 휩싸인 중국 맥주 브랜드 ‘칭따오’ 수입사 비어케이도 지난달 희망퇴직을 시작했다. 방뇨 논란으로 실적이 감소하자 희망퇴직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지원금은 근속 연수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일유업도 지난 8월 만 50세 이상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희망퇴직자는 법정 퇴직금 이외에 근속기간에 따라 최대 통상임금 18개월치 위로금을 받게 되며 퇴직 후 2년간 경조사 시 경조물품을 제공받고 재취업 교육 등도 지원받는다.

매일유업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606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31% 줄면서 역성장했다. 우유, 분유 등 유제품 수요 부진과 물류, 원재료 등 제반 비용 부담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11번가는 오는 8일까지 만 35세 직원 중 근속연수 5년 이상인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희망퇴직이 확정된 직원은 4개월분의 급여를 받게 된다.

11번가는 2020년부터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실적 부진이 두드러졌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상장에 나섰으나 금융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물거품이 됐다. 여기에 11번가의 최대주주인 SK스퀘어가 재무적투자자의 보유 지분(18.18%)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하면서 강제 매각될 상황에 처했다.

SK스퀘어는 재무적투자자로부터 5000억 투자를 받으며 기한 내 상장하지 못하면 투자금을 상환하는 콜옵션을 포함시켰다. 그러나 콜옵션을 포기한다면 재무적투자자가 SK스퀘어 지분까지 포함해 11번가를 제3자에 매각할 수 있는 조항도 달았다.

유통업계 전반에 인력감축이 나타나는 가운데 문제는 업황이 내년에 더욱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는 점이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최근 소매유통기업 25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4 소비시장 전망 조사’에 따르면 내년 소매시장은 올해 대비 1.6% 성장에 머물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응답자 중 56.8%는 내년 유통시장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부정 평가 응답자 중 66.2%는 ‘소비심리 위축’을 근거로 들었고, 45.8%는 ‘금리 인상·가계부채 부담 증가’, 45.8%는 ‘고물가 지속’을 우려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고물가·고금리 상황이 내년에도 이어지면서 소매시장이 성장 정체기에 접어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한정된 수요를 둘러싼 시장 내 생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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