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율 안정 통한 '적자 해결' 급선무
IPO·공장 증설 조절 등도 풀어야

신임 SK온 대표이사가 된 이석희 사장. SK그룹 제공
신임 SK온 대표이사가 된 이석희 사장. SK그룹 제공

이석희 사장이 1년 9개월 만에 SK로 돌아온다. 이번엔 SK온 수장 자리다. 앞서 SK하이닉스를 성공 궤도로 올려놓은데 이어 적자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SK온을 살려내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11일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지난 7일 실시한 '2024 조직개편 및 임원인사'를 통해 이 사장이 SK온 대표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이 사장은 SK그룹 내에서 제조 기술 전문가로 통한다. 서울대학교 무기재료공학과와 같은 대학원 무기재료공학 석사학위를 수료한 데 이어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재료공학 박사과정도 밟았다.

2000년에는 인텔에 입사해 전공과는 다른 공정오류 분석업무를 맡았으나 능력을 인정받아 연구팀에 참여했고, 이후 해마다 한 명에게만 주는 인텔 내부 최고상인 인텔 최고업적상을 3차례나 수상했다.

SK하이닉스 대표가 되고 나서는 D램 미세공정 전환 등의 기술로 실적을 크게 끌어올리면서 3년 간 SK하이닉스 전성기를 이끈 주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SK그룹 내부에서는 이같은 그의 능력이 SK온에서도 발휘되길 바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SK온은 무엇보다도 수율 문제 해결을 통한 적자 탈출이 급선무인 탓이다.

수율은 제조 상품 대비 실제 판매할 수 있는 상품의 비율로, 기업의 수익성과 큰 관련이 있다. 높은 수율을 얻기 위해서는 공정 장비의 정확도, 공정 조건 등 여러 제반 사항이 필요하다.

SK온은 2021년 SK이노베이션에서 분리된 이후 연일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적자의 원인은 공격적 투자로 인한 낮은 수율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배터리 3사 중 후발주자인 SK온은 생산시설 확대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았는데, 급격히 생산시설을 늘리는 과정에서 공장 운영 미숙과 기술력, 노하우 부족 등으로 불량품이 많이 발생하게 되면서 수율이 낮은 편인 상황이다.

지난해 SK온의 해외 공장 수율은 60~70% 수준이며 올해는 이보다 상승했다는게 SK온 측의 설명이지만 아직도 개선의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상적으로 수율이 90% 정도는 돼야 안정적이라고 본다.

이에 이 사장은 SK온의 수율 최적화를 이끌어야 하는 급선무를 맡게 됐다. 수율이 개선돼야 적자 탈출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앞서 반도체 분야에서 공정 개선, 미세 공정 등을 담당했던 이력이 있는 만큼 배터리 공정에서 수율을 개선하고 효율성을 높이는데 이 사장의 경험이 활용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SK그룹 관계자는 "이 사장은 공정 전문가로서 제조업 경험이 풍부해 SK온의 배터리 수율 최적화와 생산성 개선을 이끌 적임자"라며 "향후 SK온을 첨단 기술 중심의 글로벌 톱티어(Top Tier) 배터리 기업으로 진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이 사장에게는 SK온의 기업 가치를 올리기 위한 다양한 과제들이 산적해있다.

SK온은 2025년을 IPO(기업공개) 시점으로 잡은 상태다. 계속되는 적자 탓에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을 통해 자금을 조달받고 있는 상황인데 이제는 SK온 스스로가 성장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때가 다가온 것이다. 즉 IPO가 가능하게끔 내년에 배터리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자리잡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또 저가형 배터리인 LFP(리튬인산철)와 전고체 배터리 개발 등 기술 분야에서도 더욱 속도를 내야 하는 과제도 있다. 적자가 이어지면서 부족한 자금 탓에 SK온의 올해 연구개발(R&D) 비용은 2207억원에 그쳤다. 다른 배터리 2사 대비 낮은 금액으로, 흑자전환을 이룬 이후 기술개발 내실 확보가 필요하다.

또 국내외 공장 신증설 속도 조절도 나서야 하는 시점이다. SK온은 적자 상황에도 북미에 블루오벌SK 켄터키 1·2공장, 테네시 공장, 현대자동차와의 합작공장 등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며, 국내에서는 충남 서산에 1조5000억원을 투입해 3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적자인데다 전기차 둔화 조짐이 보이는 만큼 공장 설립과 생산 조율 능력이 요구된다.

다행인 것은 SK온의 영업손실이 2021년 6880억원, 지난해 1조726억원으로 적자폭이 커졌다가 올해 줄어드는 추세라는 점이다. 올해 1분기 영업손실 3447억원, 2분기 1315억원, 3분기 861억원으로 줄고 있다. 이에 새로 사령탑을 맡은 이 사장이 수율 안정과 흑자 기조 유지, 기술력 확보 등의 문제를 빠른 시일 안에 해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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