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SEC 현물ETF, 반감시 호재덕 과열…한국시장 더 비싸
국가간 차익거래 제도적으로 막혀…과도한 기대감 금물

비트코인 현물 ETF를 먼저 출시한 국가들의 디지털 자산 펀드 현황. 업비트 제공.
비트코인 현물 ETF를 먼저 출시한 국가들의 디지털 자산 펀드 현황. 업비트 제공.

최근 미국 금리가 정점을 찍었다는 분석과 함께 향후 금리하향 기대감이 커지자 달러화의 대체자산이라 할 수 있는 금과 비트코인 가격이 치솟았습니다. 재미난 것은 한국 가상자산 거래소와 해외 거래소에 상장된 동일 자산 가격 차이, 즉 김치 프리미엄(한국 프리미엄)입니다. 똑같은 물건을 다른 가격에 살 수 있다면 이른바 차익거래(Arbitrage)를 통해 손쉽게 돈을 벌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게 그리 간단치 않아 보입니다.

11일 오후 6시 1분 기준 국내 대표 가산자산거래소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은 5829만9000원에 거래됩니다. 한국 프리미엄은 4.07%입니다. 같은 시각 또 다른 거래소 빗썸에서 비트코인 1개는 5817만9000원에 살 수 있습니다. 한국 프리미엄은 3.95%입니다. 쉽게 말해 한국에서 비트코인을 사려면 다른 나라 대비 약 4% 가량 더 비싼 가격에 사야한다는 뜻입니다.

이런 현상은 당연히 수요와 공급의 차이에서 발생합니다. 워낙 투자에 기민한 국내 투자자들이 비트코인 상승 소식에 너나할 것 없이 뛰어든 결과입니다.

블룸버그가 가상자산 정보업체 CC데이터를 인용해 밝힌 바에 따르면, 11월 한달간 비트코인을 매수한 전세계 통화 중 원화가 42.8%를 차지한다는 집계가 나왔습니다. 직전 석달 동안 비트코인 거래에서 원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17% 정도였으나 비트코인 가격 급등 소식에 41%로 급등한 것입니다. 한때 전세계 가상자산 거래를 선도하던 코리아의 힘이 느껴집니다.

조금 이상한 생각이 듭니다. 요즘같이 온라인 거래가 활성화되고 미국주식도 대낮에 시차없이 거래할 수 있는 세상에 동일 자산 가격이 실시간 4%나 차이가 난다는 게 말입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당장 해외에서 비트코인을 사서 한국에서 팔면 앉아서 4%의 수익을 낼 수 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주식과는 달리 아직 가상자산 거래는 국가별로 통일된 제도와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첨단 자산인 듯 하지만 지역에서만 통하는 골목 자산인 셈입니다. 국내와 해외간 거래는 고사하고 국내 거래소끼리도 완벽히 가격이 일치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정말 손이 빠른 사람은 양쪽 거래소에서 샀다 팔았다를 반복하며 수익을 낼 수도 있을 듯 합니다.

국경을 넘나들며 비트코인 거래로 편하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은행 외환거래 팀에 문의해봤습니다. 돌아온 답변은 “없다”입니다.

현재 한 개인의 국가간 송금 가능 허용액은 1년간 10만달러입니다. 1억3000만원 남짓한 규모입니다. 이 마저도 해외유학생 송금, 현지 가족 체제비 등 구체적인 목적을 신고하도록 돼 있어 가상자산 거래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을 송금할 방법이 막혀 있습니다.

지난달 29일 금융위원회는 정례회의를 통해 은행권 이상 외화 송금 안건에 대한 제재 수위를 확정해 5대 은행에 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그 밖에 한 선물회사의 경우 본점 외국환업무에 대해 5.2개월간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앞서 국내 은행 12곳을 포함 총 13개 금융사를 검사해 122억6000만달러 이상의 이상 외화 송금 거래에 대해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를 포착했습니다. 이중 대부분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은행을 거쳐 송금됐다는 점이 확인돼, 국내외 가상자산 시세 차이(김치 프리미엄)를 노린 차익거래로 당국은 보고 있습니다.

외국환거래법 위반임을 알고 있기에 당사자들은 정상적인 무역거래인 것처럼 가장(假裝)해 신용장이 필요없는 사전송금 방식으로 해외 계좌 송금을 시도한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몰래 국경을 넘어 비트코인 시세 차이를 노려 쉽게 돈을 벌려는 행위는 ‘부처님 손바닥안’처럼 당국이 들여다볼 수 있음이 확인된 사례입니다.

비트코인 가격 상승의 이유는 미국 시장내 비트코인 현물ETF의 승인 기대감, 비트코인 반감기 등입니다.

11일 업비트 투자자보호센터에 따르면, 현재 디지털자산 관련 ETF는 총 11개 국가에 46개가 있습니다. 선물 8개, 현물 23개, 혼합형 6개, 기타 9개 입니다. 캐나다, 스웨덴, 스위스, 독일, 호주 등은 처음부터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했지만, 전체 거래의 70%를 차지하는 ETF 종주국 미국에선 아직 선물ETF만이 존재합니다.

갤럭시 리서치에 따르면 미 SEC(증권거래위원회)가 현물ETF를 승인할 경우 약 144억 달러 규모의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는 캐나다의 7배에 달하는 수치로 향후 연기금 등에서 관련 ETF에 투자할 경우 그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현재 시장에서 기대감이 더 큰 이유는 그동안 현물ETF 승인에 실패한 그레이스케일, 아크인베스트먼트 등의 자산운용사를 뒤로하고 큰형님 격인 세계최대 운용사 ‘블랙록’이 미국 최대 디지털 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를 파트너삼아 지난 6월 29일 SEC에 현물ETF 승인을 위한 사업설명서(Prospectus)를 제출했기 때문입니다. SEC의 승인 기한은 240일이고 1월 10일 기한을 맞는 아크인베스트먼트 ETF와 이어지는 블랙록 ETF등이 줄줄이 승인 여부를 대기하고 있어 연초에 뭔가 좋을 일이 있을 거라는 기대감 때문입니다.

여기에 총 발행 개수가 2100만개로 정해져 있는 비트코인이 4년에 한번 오는 ‘반감기’를 곧 맞이하면서 채굴시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현상에 따라 컴퓨팅파워와 전기세 등을 고려 채굴자들이 채굴을 덜하면 공급 부족으로 희소성이 높아져 가격이 오를 거라는 기대도 더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희망사항이 현실화될지는 더 지켜봐야 합니다.

한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기대감은 투자자들과 시장에서 바라는 희망사항일 뿐 지금까지 번번히 승인해주지 않았던 SEC가 어떤 입장을 취할 지는 가봐야 안다”며, “설사 승인이 이뤄지더라도 주식과 마찬가지로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판다는 이론이 이번에도 적용될 수 있어 최근 급등 상황에서 지나친 기대감을 갖고 뛰어드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습니다.

실제로 최근 미 의회에서 열린 은행장 청문회에서 가상자산이 투명성 부족으로 테러리스트의 자금줄이 된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때마침 이어지고 있는 전쟁 상황에서 이른바 그림자금융의 문제점이 제기되면서 하필 현물 ETF 승인 임박 시점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합니다.

투자는 자기 판단과 책임하에 상식을 가지고 해야하는 만큼 가상자산 투자도 예외가 아님을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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