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전문가로 구성한 '미래사업기획단' 신설
DX·DS 각 부문 대대적 개편.. 사업역량 강화 초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가운데)이 지난 2월 천안·온양캠퍼스를 찾아 반도체 기술 현황을 점검하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가운데)이 지난 2월 천안·온양캠퍼스를 찾아 반도체 기술 현황을 점검하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올해 반도체 부진의 늪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위기타개 해법 마련을 위해 분주하다. 미래 새 먹거리를 찾기 위한 조직을 신설한데 이어 체계적인 전략을 세우기 위한 회의에 돌입해 주목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부터 15일, 19일까지 총 사흘에 걸쳐 글로벌 전략회의를 진행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현재 윤석열 대통령과 네덜란드를 방문 중으로, 복귀 이후 회의 내용을 보고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전략회의는 국내외 임원급이 모여 사업 부문별, 지역벌로 현안을 공유하고 사업 목표 등을 나누는 자리다. 매년 6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되는데, 연말인 이달 진행되는 회의는 내년 전략 세우기가 중심이 된다.

먼저 이날 전사와 MX(모바일경험)사업부가 회의를 시작하고, 15일에는 영상디스플레이(VD)·생활가전(DA), 19일에는 DS(반도체솔루션)부문 순으로 진행된다. 한종희 DX(디바이스경험)부문장(부회장)과 경계현 DS부문장(사장)이 각 부문 회의를 주관한다.

이번 회의에서 DX부문은 가전과 TV, 스마트폰 등 주요 판매제품 사업 전략을, DS부문은 반도체 초격차 기술 전략 등을 점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삼성전자가 내년 위기 타개를 위해 마련한 신설 조직들이 이번 회의에서 중심이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인사 이후 단행한 조직개편에서 미래 신사업 발굴을 위한 '미래사업기획단'을 신설하고 DX부문과 DS부문 각 내에도 새 조직을 마련했다. 기존에 삼성을 지탱해주던 반도체 사업이 크게 부진하자 다른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새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미래사업기획단은 10년 이상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래 먹거리 아이템을 발굴하는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와 전자 관계사 관련 사업을 중심으로 하되 기존 사업의 연장선상에 있지 않은 참신한 사업 발굴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메모리반도체의 성공을 이끈 주역으로 불리는 전영현 삼성SDI 이사회 의장(부회장)이 단장을 맡고 맥킨지 출신의 정성택 부사장과 MIT 출신 반도체 전문가 이원용 상무가 합류했는데, 반도체 인재들이 포진하면서 메모리 분야 외 반도체 첨단 기술을 중심으로 새 먹거리를 찾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이어 DS부문에는 소재부품센터를 신설하고 파운드리, 메모리 제조 담당 분야에서 반도체 주요 8대 공정 외 소재·부품·분석기술·계측(MI) 기술 연구 부서를 통·폐합해 효율화를 이뤘다.

또 시스템반도체 개발을 맡고 있는 시스템LSI사업부를 ▲시스템온칩(SoC)사업팀 ▲LSI사업팀 ▲이미지센서사업팀 등 3개 사업팀 체제로 전환했다. 기존에 메모리반도체 중심이었던 포트폴리오를 새 먹거리인 시스템반도체에 집중하려는 전략이다.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 목표도 세운 상태다.

DX부문은 생활가전사업부내 IoT(사물인터넷) 조직인 서비스비즈그룹을 CTO(최고기술책임자) 산하 디바이스플랫폼센터와 한국영업총괄로 재편했다.

더불어 DX 부문의 신사업 발굴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로 '비즈니스 개발 그룹'을 신설했는데, DX부문 내 뿐만 아니라 DX부문 산하의 MX사업부와 VD사업부, DA사업부 등 3개 사업부에도 각각 같은 명칭의 사업 개발 조직을 만들었다. 이들 비즈니스 개발 그룹은 지난 8월 설치한 미래기술사무국을 비롯해 이번에 신설된 미래사업기획단과 협력해 시너지를 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6일 2023년 부사장단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6일 2023년 부사장단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 부진으로 큰 위기에 직면했다. 올해 수조원의 적자를 새 스마트폰 사업으로 방어하기도 했으나 내년이 올해보다 경기 침체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미래 먹거리 찾기에 사활을 건 것이다.

이에 앞서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지시로 2009년 꾸려진 '신사업추진단'처럼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당시 신사업추진단은 태양광, 발광다이오드(LED), 이차전지, 의료기기, 바이오제약 등 5대 사업을 발굴했는데, 이 중 이차전지와 바이오는 현재 삼성의 핵심 먹거리다.

다만 몇년 전에도 새롭게 출범한 신사업 추진 조직이 있었으나 유의미한 결과물을 내놓지 못한 바 있기 때문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2017년 10월 조직된 삼성전자의 신사업 컨트롤타워 '사업지원TF'(태스크포스)는 당시 전장업체 하만을 인수한 것 외에 지금까지 별다른 성과가 없다.

업계 관계자는 "신사업 발굴은 우수한 인력과 그룹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함께 따라줘야 한다"며 "삼성이 글로벌 경영 위기 속 대대적인 조직 개편에 나선만큼 이번에는 고 이건희 회장때처럼 적극적으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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