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핵심계열사 괄목 성과.. 사법리스크 암초도 없어
지배구조 개선·전기차 시장 위기 등 해법 마련 과제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현대차그룹 제공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현대차그룹 제공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올해 현대자동차·기아를 중심으로 호실적을 기록하고 4대그룹 총수 중에서는 유일하게 사법리스크 없이 안정적으로 한 해를 마무리 중이다. 다만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던 그룹 지배구조 개선 등 여러 해결 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관심이 쏠린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11월 동안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액은 총 645억달러로, 연간 자동차 수출액 중 사상 최고액을 넘어섰다. 이에 대해 산업자원통상부는 기아 플래그십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EV9 등 현대차그룹의 고부가가치 친환경차 수출이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판매 호조를 기록하면서 전체 수출규모를 키운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현대차와 기아의 글로벌 판매량은 2019년 이후 4년 만에 700만대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미국,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 SUV·하이브리드 주력 차종이 선전하면서 올해도 토요타그룹·폭스바겐그룹에 이어 판매량 3위를 달성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처럼 올해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판매 호조로 높은 실적을 거두면서 4대 그룹 중 유일하게 흔들림 없는 실적으로 한 해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대내외적으로 전기차 수요가 주춤하고 있으나 하이브리드차량의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4분기 전망도 밝은 편이다.

또한 다른 삼성·SK·LG  등 주요그룹 총수들은 각각 사법리스크에 발목이 묶이면서 경영권이 불안정한 상황이지만, 정 회장은 최근 미국 유명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모티브 뉴스가 선정한 '자동차 산업 올해의 리더'로 꼽히는 등 경영능력도 인정받고 있어 대비되는 모습이다.

다만 이같은 정 회장의 리더십과 지배력이 더욱 강화되기 위해서 내년에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요그룹 중 유일하게 아직까지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데다 내년 전기차 수요 둔화 심화 우려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회장으로 선임된지 3년차에 접어들었으나 여전히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순환출자 구조 해소와 핵심 계열사들에 대한 미미한 지분율을 바짝 끌어 올려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 지분 21.64%를, 현대차는 기아 지분 33.38%를, 기아는 다시 현대모비스 지분 17.42%를 가지고 있다. 이 외에도 계열사간 복잡하게 지분이 연결돼 있다.

이런 구조 속에서 정 회장 보유한 현대모비스, 현대차, 기아 등 핵심 3사의 지분율은 2% 내외로 낮은 상황이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정몽구 명예회장이 훨씬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배구조 정점에 위치해 있는 현대모비스는 정 명예회장의 지분은 7.17%이고, 정 회장은 0.32%에 불과하다.

초기에는 이 같은 순환출자 구조가 정 회장 체제를 완성하는 데 활용됐다. 적은 지분으로도 그룹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 회장 체제로 본격적으로 접어드는 과정에서 지배구조가 투명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즉 정 회장이 그룹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이를 해결하려면 지주사 역할을 하는 현대모비스 지분 확보가 핵심이다. 다만 지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지분 매입 비용, 증여세 등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올해 수십조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데 따른 배당금을 고려해볼 때인 것이다.

다음을 정 회장에게는 내년 전기차 수요 둔화 문제가 과제로 주어져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판매율은 지난해 81.9%에서 올해(9월 누적 기준) 39.3%로 위축됐다. 이같은 글로벌 전기차 수요 감소 흐름에도 현대차그룹은 기존의 전동화 전략을 수정하지 않겠다는 방침이지만 내년에도 올해처럼 높은 실적을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중국 업체의 약진도 걸림돌로 꼽힌다. 지난해 현대차·기아보다 전기차 판매가 적었던 중국 지리자동차, 창청자동차 등이 올해 중국 시장뿐 아니라 유럽, 동남아 등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특히 중국 시장에서 부진을 겪고 있는데 중국 업체의 위협이 날이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여기에 내년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과 프랑스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 등도 헤쳐나가야 할 장애물로 제기된다.

현대차그룹은 내년 하반기 미국 조지아 현대차그룹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의 양산이 시작돼 IRA 조건을 만족할 수 있을 때까지 미국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한는 과제도 안고 있다. 프랑스판 IRA에도 대응해야 하는 처지인데, 현재 현대차 코나만 인정되고 기아 쏘울과 니로 등은 보조금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오랜 과제인 지배구조 개편을 이루지 못하고 한 해를 마무리하게 된 점은 그룹 내부적으로 아쉬운 대목으로 보인다"며 "전기차 시장 수요 둔화가 심화 것으로 예상되는 등 전망이 밝지 않은 만큼, 내년에는 그룹 안팎으로 리스크를 최소화 하기 위해 전략 마련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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