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금호아시아나그룹 등 실패 전례 재조명받아
자금력 의문 여전.. HMM노조 "무자본 인수" 비판도

하림그룹 본사 전경. 하림그룹 제공
하림그룹 본사 전경. 하림그룹 제공

하림그룹이 동원그룹을 제치고 국내 최대 선사인 HMM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가운데 인수를 성공적으로 이뤄낼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HMM 채권단인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지난 18일 HMM 경영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림그룹·JKL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이후 세부 조건에 대한 논의를 거쳐 내년 상반기까지 매각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인수가 성사되면 하림그룹은 국내 1위 벌크선사 팬오션에 이어 세계 8위 컨테이너선사 HMM까지 품으며 초대형 국적선사 기업으로 거듭나게 된다. 자산도 17조910억원(재계 27위)에서 42조8000억원으로 늘어나 재계 13위로 올라설 전망이다.

다만 현재로선 하림그룹의 자금력에 대한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등 인수 성공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들이 상당하다. 과거 금호아시아나그룹고 웅진그룹의 전례와 같이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승자의 저주란 치열한 경쟁에서는 이겼지만 승리를 이끌어내기까지 과도한 비용을 치러 오히려 위험에 빠지거나 후유증을 경험하게 되면서 큰 손해를 보는 것을 뜻한다.

하림그룹이 제시한 HMM 인수 가격은 약 6조4000억원인데 현재 하림의 현금성 자산은 1조6000억원에 불과하다. 이에 사모펀드인 JKL파트너스 자금력이나 다른 금융기관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를 두고 무리한 투자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앞서 하림이 입찰 과정에서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1조68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3년간만 주식으로 전환하지 말아 달라고 요구한 것도 자금력과 관련된 것으로 풀이된다. 산은이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하림이 인수하는 HMM 지분이 57.9%에서 38.9%로 떨어지는데, 만약 주식 전환이 연기된다면 하림의 지분이 높게 유지되면서 3년 간 최대 2850억원의 배당금을 추가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논란이 커지자 하림은 이 같은 요구를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은 향후 협상 과정에서 거래 세부 조건을 논의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이번 HMM 인수전을 둘러싸고 과거 하림처럼 자금력이 부족한데 인수를 했다가 오히려 큰 손해를 본 웅진그룹과 금호아시아나그룹 등의 사례가 재조명받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6년 약 6조4000억원을 지급하고 대우건설을 인수했다. 그러나 당시 인수를 위해 3조원 가량을 무리하게 산은 등 18개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렸고 결국 재무상태가 악화됐다. 이어 2008년 금융위기와 맞물리면서 그룹 전체가 크게 흔들리게 됐고 2009년 말에는 금호산업, 금호타이어 등이 워크아웃에 돌입하면서 사실상 그룹이 해체되는 수순을 밟게 됐다.

웅진그룹 역시 2007년 극동건설을 인수하면서 재무상태가 악화됐다. 당초 매각가가 3000억원 수준이었던 것에도 불구하고 론스타로부터 6600억원을 지급하고 인수한데다, 2008년 금융위기로 건설경기가 급격히 침체돼 경영난에 빠지게 됐다. 결국 2012년 법정관리 절차에 들어갔으며 이자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그룹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였던 알짜 계열사 웅진코웨이까지 팔았다.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자금력 의문에 대해 하림은 팬오션이 2조~3조 원 증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상태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한국을 세계 5대 해운 강국으로 만들겠다"며 "팬오션 인수 경험을 바탕으로 HMM의 경쟁력을 높여 일각에서 제기하는 승자의 저주 우려를 씻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하림의 HMM 인수를 반대하는 노조가 본격적인 단체 행동에 나서는 등 자금력 의문은 쉽게 해결되지 못할 전망이다. HMM해원연합노조(해상노조)는 "하림이 무리하게 차입금을 들여 HMM 인수에 나서고 있다"며 "이는 모두가 동반 파산하는 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현재 하림그룹은 유보금을 이용하기 위해 무리한 차입금과 팬오션에 무리한 유상증자, 영구채 발행으로 연쇄 도산의 위험성을 폭증시키고 있다"며 "사실상 무자본 인수"라고 강조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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