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되는 금리 인하…일정 부분 ‘선반영’ 및 ‘과도한 기대 금물’
“미국 빅테크 M7 계속간다” VS “미국보다 신흥국에 기회 있다”

지난 11월 30일 올해 마지막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선언하는 이창용 총재. 내년도 금리 인하 시작 시점과 그 폭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지난 11월 30일 올해 마지막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선언하는 이창용 총재. 내년도 금리 인하 시작 시점과 그 폭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2024년 주식시장은 기회와 위기가 공존할 것으로 보인다.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시작과 함께 인공지능(AI)이 촉발한 빅테크(M7)들의 성장, 이를 뒷받침하는 반도체 및 관련 장비 기업들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다만 금리 인하 속도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라는 경계 심리도 자리하고 있다.


◆ 금리인하 기대 눈높이 낮춰야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내년 금리 인하는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지만, 이에 대한 기대가 이미 반영됐거나, 인하 속도가 더딜 수 있다며 경계감을 가질 것을 당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글로벌 금융회사인 ING는 지속되는 인플레이션 상방 위험 요소가 금리 인하를 막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ING 관계자는 “다양한 정부 프로그램이 몇 달 내로 종료되면 이에 따른 물가의 반등이 나타날 수 있고, 국제 유가가 더 안정되면 유류세 인하가 내년에 종료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여 상당 기간 억제되었던 공공요금에 대한 가격 상승 압력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상황적 요인 탓에 내년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시기가 ING의 현 전망인 2분기보다 늦어질 수도 있다”고 조심스런 입장을 나타냈다.

한국신용평가 금융/구조화평가본부 관계자는 “미국 금리방향성이 바뀌고 시간이 흐르면서, 향후 국내 기준금리 방향 성도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국내 기준금리는 미국 기준금 리 대비 이미 200bp 낮은 상황이며, 시장금리가 기대치를 일부 선반영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국내 시장금리 하락 시기는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지나친 기대감을 경계했다.

실제로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도 금리인하를 통한 섣부른 경기부양이 자칫 부동산 가격만 올릴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내놓은 바 있다. 특히 내년 어려움을 겪을 사람들은 재정정책으로 핀셋 지원하고 부양책은 현 단계에서 필요치 않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 쾌속 질주 이어지는 미국시장 ‘M7’


한편 올해 평균 약 75%의 상승률을 보이며 나스닥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M7(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엔비디아, 메타, 테슬라) 종목은 내년에도 좋을 성과를 낼 것이란 전망이 많다.

현대차증권 김중원 투자전략팀장은 “빅테크 기업은 일각의 고평가 우려에도 불구, 지속적으로 펀더멘털 제고를 통해 벨류에이션을 정당화해왔다”며, “2022년 통화긴축으로 인한 증시조정 이후 높아진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예상보다 이르게 다가온 기술 진보로 인해 빅테크 기업은 다시금 매력적인 투자 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상 금리가 상승하는 국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성장주 대비 가치주가 강세를 기록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반해, 올해 2분기와 3분기 미국 금리가 크게 상승하는 구간에도 미국은 여전히 성장주가 강세를 보여 한국에서 가치주가 강세를 보인 것과 대비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 팀장은 미국이 금융위기의 진원지 임에도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으로 대변되는 기술기업이 10년 이상 장기 성장하는 ‘Secular Cycle(초장기 사이클)’을 겪었고 뒤이어 챗GPT로 대변되는 AI기술이 M7의 장기성장을 가능케하는 동력으로 작용, M7과 더불어 AI기술 구현을 위한 글로벌 반도체 및 반도체 장비 회사들까지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른바 고대역폭메모리(HBM) 수혜주들이다.


◆ 아시아 및 신흥시장에 기회 찾아올까?


성장성에 있어 미국시장을 아시아 또는 신흥시장이 넘어설 거라는 주장도 있다.

글로벌 운용사인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은 연말을 맞아 ‘2024년 시장전망’ 리포트를 통해 신흥시장에 주목할 것을 당부하고 나섰다.

이 회사는 2024년을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하에 나서는 ‘전환의 시기’라고 정의하고, 미국 및 아시아의 우량 투자등급 채권이 주목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글로벌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의 중기적 약세 가능성을 전망하면서도,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주식은 매력적인 벨류에이션(주가수준)과 펀더멘털(기초여건)에 힘입어 우수한 성과를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2024년 글로벌 성장 둔화의 제약이 신흥국 시장보다 선진국 시장에서 더 나타날 거라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지정학적 긴장감과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인해 국제 무역의 패턴이 재조정되며 아세안 및 인도 주식을 비롯한 글로벌 신흥국 주식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게 이 회사의 진단이다.

다만 이 회사 역시 생성형 인공지능(AI)에 대한 인기 지속으로 아시아 기술주에 대한 투자 전망이 더욱 밝다고 판단했다. AI 반도체에 필요한 차세대 HBM의 수요 확대로 수혜를 입을 국가로 한국과 대만을 꼽기도 했다.

눈에 띄는 점은 이스트스프링 측에서 중국 시장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부분이다.

인구 감소와 부동산 문제 등으로 전세계 공장으로서의 패권이 인도로 넘어가는 분위기지만, 제조업에서의 여전한 경쟁력, 주식 관점에서 벨류에이션이 장기 평균보다 낮은 점이 매력적이라는 분석이다. 쉽게 말해 아직 중국 죽지 않았고, 현재 주가가 많이 싸졌다는 설명이다. 특히 첨단 제조업, 의료, 소비재 등 정책적 지원의 수혜를 받는 과정에서 기회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