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영업익 30% 가까이 크게 줄어
저가 브랜드 부상 '이중고'.. 반등 미지수

중국 아이돌 판청청이 LG생활건강 더 후의 천기단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LG생활건강 제공
중국 아이돌 판청청이 LG생활건강 더 후의 천기단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LG생활건강 제공

 

LG생활건강이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0% 이상 줄어드는 등 부진을 겪고 있다. 경기침체로 인해 국내를 비롯해 주요 판매처였던 중국에서도 화장품 매출이 감소하면서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올해 실적 반등에 나설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지난해 연결기준 잠정 매출 6조8048억원, 영업이익 487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2022년) 대비 매출은 5.3%, 영업이익은 31.5% 줄어든 규모다. 같은 기간 순이익도 36.7% 감소한 1635억원에 그쳤다.

이에 대해 LG생활건강은 "국내외 경기침체 및 경쟁심화에 따른 매출 감소와 비용 상승으로 이익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LG생활건강이 영위 중인 ▲화장품 ▲생활용품 ▲음료 등 주요 사업부문 중에서도 화장품 실적이 가장 부진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박은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생활용품, 음료는 작년 3분기 누적 추세에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며 "매출과 이익 변동의 대부분은 화장품 부문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본래 LG생활건강 전체 매출의 절반은 화장품 사업에서 나오고 있다. 화장품 사업부 중에서도 중국 매출(면세+중국 화장품 매출) 비중이 약 46%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연구원은 "생활용품과 음료는 탄탄한 브랜드력으로 내수 중심의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하지만 화장품은 브랜드와 지역 다변화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미국과 일본 시장의 기여도는 아직 낮은 만큼 '더 후' 중심의 수요 반등에 주력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9월 '더 히스토리 오브 후'(더후) 대표 라인인 '천기단'을 13년 만에 리뉴얼하며 중국 재공략에 나선 상황이다. 중국 내 젊은층을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 뷰티 트렌드를 반영해 틱톡과 같은 온라인 채널에서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중국뿐 아니라 미국에도 진출한다는 목표로 '더 히스토리 오브 후(后)'였던 표기를 영문인 'The Whoo'로 변경하고 제품의 용기와 디자인도 개선했다.

이에 대한 성과는 먼저 중국에서 가시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중국 전자상거래 총 판매액 순위에서 '더 후'가 총 6000억원(31억 위안)의 매출을 달성해 14위에 오른 것이다. 국내 브랜드 중 중국에서 판매액 상위 20위에 오른 것은 '더 후'가 유일하다. 또 천기단은 지난해 광군제 기간 틱톡 채널에서 '인기제품' 항목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에 LG생활건강은 올해를 '성장의 변곡점'으로 선언하고 변신에 나선다. 리브랜딩 사업에 주력하고 신규 브랜드 확대를 동시에 시도한다는 계획으로, '더 후'의 재건에 속도를 붙이는 한편 색조 제품의 폭을 넓히며 보다 다양한 소비자층을 공략한다는 목표다.

최근 신규 한자 상표권 2건을 출원하며 신규 브랜드 론칭의 의지를 나타내기도 했다. 출원된 상표명은 '진두두'와 '진색린'으로, 업계에서는 중국 시장을 겨냥한 색조 브랜드의 이름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당장의 큰 실적 개선은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중국의 더딘 경기 회복으로 중국 소비자의 화장품에 대한 가격 민감도는 크게 높아져 있다는 판단된다"며 "럭셔리 제품인 더 후의 리뉴얼 성과를 단기간에 확인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 내다봤다.

이정애 LG생활건강 대표이사
이정애 LG생활건강 대표이사

 

결국 지난해 경영 첫 해를 보낸 이정애 LG생활건강 대표의 과제가 더욱 막중해지고 있는 셈이다. 이 대표는 LG생활건강이 뚜렷하게 하락세로 접어든 상황에서 CEO로 선임돼 실적 개선이라는 과제를 부여 받은 상태로 시작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하반기 부진한 사업을 정리하고 H&B 스토어 확장에 주력했다. '더페이스샵'과 '네이처컬렉션' 가맹사업을 철수했고 이들 매장에서 타사의 제품도 함께 판매할 수 있는 헬스앤뷰티(H&B) 스토어로 전환하는 등 개선을 꾀했다.

아울러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일본, 태국 등 해외 활로를 마련하에 나섰다. 현재 일본에 VDL, 글린트 바이 비디보브, 프레시안 등을 앞세워 진출해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일본에서 인지도가 높은 색조 브랜드 '힌스'를 보유한 비바웨이브 회사 지분 75%를 425억원에 취득하기도 했다. 힌스의 지난해 매출은 218억원으로, 절반이 일본에서 나온다.

다만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첫 해 실적 방어에 실패했다. 또 화장품업계 트렌드가 변화해 중소 인디 브랜드와 협업한 화장품 제조 성과에 힘입은 코스맥스와 한국콜마 등 국내 제조업자 개발생산(ODM) 기업이 호실적을 내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ODM 업체들이 작년에 높은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며 "이는 제조를 아웃소싱에 의존하는 국내 중소형 브랜드들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두각을 나타낸 결과"라고 분석했다.

배송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코스맥스는 국내 ODM 1위 사업자로 시장 확장 수혜를 온전히 받고 있다"며 "올해 국내와 중국, 미국 등의 시장에서 20% 이상 성장 목표는 달성 가시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표를 향한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몰리고 있다. 이 대표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올해는 꼭 반등을 노린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는 중이다. 이 대표는 신년사를 통해 "올해는 지난 2년 간의 부진을 털고 성장하는 변곡점의 해로 삼아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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