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금융권 PF충당금 점검...사업성 평가 기준 제시해
만기연장 목숨연장 제동...시행사 자본 요건 상향 및 증권사 NCR 규제

부동산PF대출 연체율이 높아 위기의 고리로 지목되는 증권사들이 모인 여의도 모습. 연합뉴스 제공.
부동산PF대출 연체율이 높아 위기의 고리로 지목되는 증권사들이 모인 여의도 모습. 연합뉴스 제공.

그동안 이자비용을 추가 부담하며 목숨을 연장해 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이 더이상 버티기 어려워 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이 내달 결산 검사에 돌입, PF 충당금 적립 수준을 집중 점검한다. 3000여개 사업장 중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제 전체가 충격에 빠지는 부실의 고리를 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2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25일 저축은행과 캐피탈, 상호금융 업계 임원들을 불러 PF 리스크 점검 회의를 열었다.

금감원은 지난해 말 결산 시 PF 부실에 대비해 보수적인 충당금 적립을 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이날 회의에서는 본 PF 전환이 안 되는 브릿지론에 대해서는 결산 시 예상 손실 100%로 인식해 충당금을 적립해 달라고 당부했다. 본 PF로 전환된 사업장 중에서도 공사가 지연되거나 분양률이 낮은 경우 과거 경험 손실률 등을 감안해 충당금을 쌓아달라고 주문했다. 또한 저축은행의 경우 일반 대출처럼 분류되는 토지담보대출이 사실상 PF 대출 성격을 지닌 만큼 PF 대출 수준으로 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는 게 당국 입장이다.

PF 대출의 충당금 적립률은 정상(2%), 요주의(10%), 고정(30%), 회수의문(75%), 추정손실(100%) 등 연체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그동안 이자 유예나 만기 연장을 통해 정상이나 요주의로 분류했던 PF 대출이 대거 고정 이하로 변경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최근 증권업계에도 충당금 적립과 관련해 보수적인 기준을 주문하는 지도 공문을 발송한 바 있다.

부동산PF는 땅을 매입하고 사업허가를 받는 초기 단계인 '브릿지론'과 이 단계를 넘어선 '본PF' 단계로 나뉘는데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기전인 브릿지론에 증권사들이 대거 자금을 공급하고 시공사인 건설사들이 신용보강에 나서는 역할을 맡는다.

사업성이 부족하거나 인기가 부족해 분양이 잘 되지 않은 본PF로 가지 못한 프로젝트들이 그동안 이자 부담만 늘리며 사업 성공을 기다려와 부실이 제대로 파악되지 못하고, 이로 인해 진행될 수 있는 사업마저 리스크가 전이되는 위험을 조기에 막겠다는 당국의 의지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전체 금융권의 PF 연체율은 2022년 말 1.19%에서 지난해 9월 말 기준 2.42%로 상승했다. 특히 저축은행의 경우 PF 연체율이 같은 기간 2.05%에서 5.56%로 뛰었다.

사업성이 부족해 경·공매가 진행 중인 PF 사업장은 지난 9월 말 120곳으로 집계됐는데, 전체 PF 사업장 3000여곳 대비 4% 수준에 불과해 위험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금감원은 내달부터 본격 진행되는 작년 말 기준 결산 검사에서 PF 부실 대비 충당금 적립 적정성을 집중 점검한다.

당기순이익이 발생한 금융회사는 원칙적으로 충당금을 최대한 적립하도록 했는데, 이를 회피하고 배당이나 성과급 지급에 우선순위를 둘 경우 엄중 제재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검사국 차원에서 일대일 면담을 통해 밀착 점검할 것"이라며 "자산 건전성 분류나 충당금 적정성을 제대로 따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조만간 부실 사업장 분류 기준과 충당금 적립 방안 등을 포함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도 마련할 예정이다.

이 관계자는 "사업성 평가 기준도 만들고 그에 따른 충당금 적립 수준도 강화할 것"이라며 "현재 가장 중요한 건 작년 말 결산 시점을 맞아 손실흡수 능력을 제고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PF 시장의 근본적인 제도 개편에도 착수한 상태다.

기획재정부는 국토교통부와 함께 부동산 개발 사업 추진 방식과 관련한 연구용역을 한국개발연구원(KDI)·한국조세재정연구원·국토연구원에 맡겨 진행 중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시작한 연구용역은 올해 상반기 내 마무리될 예정이다.

증권사의 PF 관련 순자본비율(NCR) 위험값 산정 체계 개편도 이뤄진다.

금융당국은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많고, 연체율이 높은 증권사들도 PF 부실의 주요 고리라고 판단한다.

작년 9월 말 기준 증권업계 PF 대출 잔액은 6조3000억원이다. 연체율은 13.85%로 전 금융업권 중 가장 높다.

금융당국은 부동산 PF 대출에 적용되는 NCR 위험값은 사업장별 단계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에 따라 차등해 적용하고, 지급보증에 대해서는 NCR 위험값을 올리는 방향으로 규제 개선을 검토 중이다.

특히 지급보증에 대한 NCR 위험값이 너무 낮아 그간 증권사가 직접 대출 대신 지급보증으로 쏠린 측면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현재 부동산 PF 관련 증권사의 직접 대출에는 NCR 위험값 100%를 적용하지만, 대출채권에 채무보증 등 지급보증한 건에 대해서는 일률적으로 NCR 위험값 18%를 적용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는 지급보증 안에서도 브릿지론과 본 PF의 리스크가 다른데 동일한 위험값이 적용되고, 브릿지론 중에서도 선순위·후순위 구분 없이 동일한 위험값이 적용된다"며 "앞으로는 경제적 실질에 맞는 위험값을 부여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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