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위, '파이널리스트' 공개.. 철강·비철강 섞인 내부 3·외부 3
'포스코맨' 깨질 가능성도.. 호화 이사회 논란 지속에 향배 촉각

서울 강남 포스코 사옥
서울 강남 포스코 사옥

 

포스코그룹이 차기 회장 후보를 6명으로 압축하면서 각 후보의 면면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이사회 투명성 논란을 의식한 탓인지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사내 후보들이 대거 제외되고 외부 인사들이 절반을 차지하면서 다양한 관측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 CEO(회장)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는 지난달 31일 위원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8차 회의를 열어 차기 회장 후보 '파이널리스트' 6명을 확정 발표했다.

후추위 파이널리스트에 오른 인물들은 내부 인사로 김지용 포스코홀딩스 미래연구원 원장,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 전중선 전 포스코홀딩스 사장 등 3명이며 외부 인사로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 우유철 전 현대제철 부회장 등 3명이다.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현직 포스코 출신인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 부회장, 정기섭 포스코홀딩스 사장 등은 최종 명단에서 제외됐다. 최근 포스코의 해외 호화 이사회 논란과 관련해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후추위는 지난해 12월 21일 위원회를 구성하고 8차례에 걸친 회의와 10여 차례의 간담회, 준비 회의를 가지며 회장 후보 지원자 및 추천자 총 32명에 대해 심사를 상세히 진행해왔다. 지난달 31일 8차 후추위에서는 앞서 21일 결정한 '숏 리스트' 12명(내부 5명·외부 7명)에 대한 추가 심사를 실시하고 결과를 발표했다.

후추위는 "포스코그룹을 둘러싼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이 결코 녹록하지 않다는 인식하에 속도감 있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쌓여 온 여러 가지 문제점들에 대한 재점검과 미래 준비를 보다 철저히 해야 할 시점이 됐다"며 "앞으로 심층 대면 면접을 통해 미래의 도전을 치밀하게 준비하고 과감하게 실행할 포스코 그룹 수장에 가장 적합한 한 명을 선정해 발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심사 단계마다 그 과정을 외부에 소상하고 투명하게 공개해 왔지만 개인의 프라이버시 보호와 비밀보장 약속의 이행을 위해 파이널리스트 단계에서 명단을 공개하게 됐다"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인 포스코의 새 회장을 선출하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는 책임감과 확고한 의지로 심사 과정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후추위가 최종 명단을 발표하고 향후 일정을 확정하는 등 속도를 내자 업계의 이목이 더욱 집중되고 있는 분위기다. 이번 최종 명단에서 내부 인사 3명, 외부 인사 3명으로 이례적으로 외부 인사 비중이 커지면서 1994년 4대 김만제 회장 이후 30년 만에 '포스코 순혈주의'를 깨고 외부 출신 회장이 선임될 가능성도 대두된다.

특히 최종 명단에 오른 내부 인사 3명(김지용 포스코홀딩스 미래연구원 원장,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 전중선 전 포스코홀딩스 사장)도 호화 해외 이사회 문제로 경찰 수사 대상에 오른 상태로, 최종 후보 1인 선정 과정에서 사법리스크 부담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으로는 후추위가 차기 회장을 선정하면서 '미래 도약과 변화를 위한 전문성과 리더십 역량'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에 내외부 인사를 두고 비(非)철강 분야 인사가 이차전지 소재 등 미래 사업을 이끌 수 있기에 문제 없다는 반응과 기존의 철강기업 리더십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포스코 안팎에서 상충되고 있는 상황이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지용 포스코홀딩스 미래연구원 원장,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 전중선 전 포스코홀딩스 사장,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 우유철 전 현대제철 부회장. 각 사 제공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지용 포스코홀딩스 미래연구원 원장,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 전중선 전 포스코홀딩스 사장,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 우유철 전 현대제철 부회장. 각 사 제공

 

내부 인사 중 김지용 포스코홀딩스 미래연구원 원장은 포스코 내부에서 이차전지 인물로 분류된다. 포스코 안전환경본부장, 광양제철소장, 해외법인장(인도네시아), 신소재사업실장, 자동차강판수출실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그룹 최고기술책임자(CTO)로서 이차전지 소재 분야의 연구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인물이다.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은 2018년에 이어 두 번째로 포스코 CEO 후보군에 올랐다. 서울대 조선해양학공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졸업한 뒤 미국 메사추세츠공대(MIT)에서 해양공학 박사를 취득했다. 현 최정우 회장과 함께 포스코 대표이사로 선임돼 철강부문장으로 근무한 바 있으며 포스코에서 연구소부터 시작해 신사업, 재무, 마케팅 등을 두루 거치기도 했다.

전중선 전 포스코홀딩스 사장은 포스코에 입사해 경영정보팀장, 석탄구매그룹장을 거쳐 원료개발실장 상무로 임원을 시작했다. 전 전 사장 역시 최 회장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인물로, 포스코그룹 안에서 전략에 능통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최 회장과 함께 포스코의 지주사 전환에 기여하기도 했다.

외부 인사 중에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후보는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다. 그간 LG그룹에서 전자, 디스플레이, 통신, 화학, 2차 전지 등 다양한 영역에서 대표 등을 맡으며 경험을 쌓은 인물이다. 이차전지 뿐만 아니라 포스코의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도 기여를 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일각에서는 내·외부 인사 가운데 가장 유력하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은 글로벌 에너지 기업 쉘에서 20년간 아시아태평양지역 엔지니어링부문 책임을 맡다 SK이노베이션에서 기술원장과 기술총괄 사장을 지내며 민간 석유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이어 2022년부터 해외자원개발협회 회장으로 활동해오고 있는데, 이에 이차전지 소재 사업을 위해 광물 자원을 확보하고 있는 포스코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글로벌 에너지 자원시장의 급격한 변화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유철 전 현대제철 부회장은 서울대 조선공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뉴욕주립대학교 대학원에서 기계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뒤 현대모비스와 현대로템을 거쳐 한보철강 인수 과정에서 현대제철로 자리를 옮겼다. 현대제철 기술개발본부장을 시작으로 기술연구소장, 구매담당 부사장, 당진제철소장을 역임했고 현대제철 대표이사로는 9년간 재직했다. 철강사 최장수 경영인으로서 철강업종 사업재편 등 포스코 철강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진두지휘할 수 있는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후추위는 이들 후보자를 대상으로 다음달 7~8일 양일에 걸쳐 심층면접을 실시할 예정이며 이르면 8일 오후 후추위와 임시이사회의 결의를 통해 최종 후보를 확정해 공개하고 CEO 후보 선임안을 3월 21일 열리는 주주총회에 상정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후추위의 CEO 선임 절차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호화 이사회로 도마에 오른 인물들 중에는 후추위 구성원도 있기 때문으로, 현재 경찰 수사 등 신뢰성 논란이 여전히 남아있는 탓이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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