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다니지만 '상대적 박탈감'?.. '성과급'에 희비교차
반도체, 삼성 '0원'·SK하이닉스 기본급 50% 등 차이 커
LG엔솔 직원들, 트럭시위로 성과급 재조정 시위까지

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이 성과급 개선에 대한 1인 트럭시위에 나섰다. 사진은 지난 4일 시위를 예고하며 온라인에 올린 트럭 전광판 모습. 사진출처=블라인드
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이 성과급 개선에 대한 1인 트럭시위에 나섰다. 사진은 지난 4일 시위를 예고하며 온라인에 올린 트럭 전광판 모습. 사진출처=블라인드

 

최근 대기업들이 '성과급'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통상 전년도 실적에 따라 결정되는 성과급이 경기불황 여파로 대기업별, 계열사별, 사업부별로 큰 편차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성과급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 커지고 있는 모습니다.

5일 재계에 따르면 이날 LG에너지솔루션 일부 직원들은 사측에 성과급 제도 개선 등을 요구하며 트럭 시위에 나섰다. 이는 직원 1700여 명이 익명 모금을 통해 마련한 것으로, 오는 29일까지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LG에너지솔루션 본사가 있는 서울 여의도 파크원 일대에서 3.5t 트럭 및 스피커를 이용한 1인 시위를 연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출범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첨단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는 변동성이 큰 점을 고려해 성과지표로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노조 등 시위 주최 측은 "사측은 IRA 관련 업무를 위해 노력하는 직원들의 노동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제공하지 않았다"며 "IRA에 따른 이익금을 재무제표상 이익으로 구분했으나 성과급 산정 시에는 제외해 비용을 절감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과정에서 적절한 설명과 양해가 없는 사측의 일방적 통보가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이들 직원들의 요구사항은 IRA 포함 재무제표상 이익을 바탕으로 성과급 산정과 목표 달성치가 아닌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이익금의 일정 규모를 성과급 재원으로 설정하는 '프로핏 셰어링' 방식 도입 등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성과급을 기본급의 340∼380%, 전체 평균 362%로 책정했다. 지난해에는 기본급의 870%였고 성과에 따라 최대 900%까지 지급한 바 있는데, 출범 후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오히려 성과급이 적다는 게 직원들의 지적이다.

직원들 사이에서 성과급 논란이 일자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지난 2일 직원 대상 타운홀 미팅에서 성과급 개선안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열린 트럭 시위는 막지 못했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지난 2일 회사는 CEO 김동명 사장을 비롯해 주요 경영진들이 참석한 가운데 타운홀 미팅을 갖고 성과급을 비롯 처우 개선, 조직 문화, 소통 활성화 등과 관련된 구성원 질문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고 소통했다"며 "회사가 이미 개선하겠다고 약속한 성과급 기준, 경쟁사 대비 처우 등 동일한 내용을 익명 트럭집회를 통해 또 다시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는 깊은 유감과 안타까움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회사는 앞으로도 구성원들의 목소리에 더 귀기울이고 소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왼쪽)와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각 사 제공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왼쪽)와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각 사 제공

 

성과급 문제는 다른 기업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재계 1위인 삼성전자도 피해갈 수 없는 양상으로,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이 성과급을 전혀 받지 못한 데 대해 직원들의 적잖은 동요가 일어나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해 1분기 4조5800억원, 2분기 4조3600억원, 3분기 3조7500억원, 4분기 2조1800억원으로 연이어 적자를 낸 삼성전자 DS부문 직원들의 지난달 말 초과이익성과급(OPI)은 '0원'이었다.

OPI는 삼성전자의 대표적인 성과급 제도로, 소속 사업부의 실적이 목표를 넘었을 때 개인 연봉의 최대 50%까지 매년 한 차례 지급하는 것이다. 지난해 이맘 때쯤에는 DS부문 직원들 역시 연봉의 50%를 성과급으로 받았는데 올해는 한 푼도 받지 못한 것이다.

반면 반도체 사업 경쟁사인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연간 적자 실적을 낸 것은 삼성전자와 같지만 4분기 극적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한데 따라 성과급을 주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26일 반기별로 회사가 목표 생산량을 달성했을 때 지급하는 생산성격려금(PI) 50%(기본급의 50%)와 격려금 200만원, 자사주 15주를 직원들에게 지급한 것이다.

SK하이닉스 역시 지난해 적자 영향으로 제대로 된 성과급을 지급하지 못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도 PI 없이 120만원의 격려금, 하반기에는 PI 50%만 직원들에게 돌아간 바 있다. 그러다 지난해 4분기에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지난달 말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줄 수 있게 됐다.

SK하이닉스 직원들이 성과급을 받는 반면 삼성전자 DS부문 직원들은 전혀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 삼성전자 내부에서 불만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성과급 0원'의 충격이 큰 탓이다. 실제로 삼성전자 DS부문 직원들은 2014년 이후 9년간 2019년(29%), 2020년(47%)을 제외하고는 매년 연봉의 50%를 받아왔다.

DS부문을 이끌고 있는 경계현 사장이 지난달 31일 실적발표 이후 직원 간담회 '위톡'을 열고 '총보상우위는 우리 회사가 점유율이 앞설 때 가능하다'는 취지로 성과급 규모의 정당성을 설명한 것이 논란을 키우기도 했다. 본래 경계현 사장은 취임 후 반도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총보상우위'를 언급하며 업계 최고 기업의 처우를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해 왔기 때문이다. 이에 "2위로 밀렸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 아니냐", "경쟁사의 성과급 소식에 상대적 박탈감이 든다" 등의 반응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전국금속노종조합연맹(전국노련) 산하 전국삼성전자노조가 경 사장을 직접 찾아가 '격려금 200% 지급'을 요구하는 등 강하게 나서기도 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이 같은 노조의 제안을 공식적으로는 검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삼성과 SK, LG 등이 성과급 관련 논쟁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한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에서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그룹에서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올리면서 노동조합의 특별성과급 요구도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에 다른 계열사들과의 갈등이 또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현대차·기아 노조는 노조원을 대상으로 발행한 소식지에서 특별성과급을 요구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현대차그룹의 특별성과급은 노사의 임금 및 단체협약으로 정하는 일반성과급과 달리 경영진 재량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현대차·기아는 성과주의 문화 정착을 위해 2022년 전 직원에게 처음으로 지급했다. 현대차·기아는 그해 우수한 실적을 거두며 지난해 정규직 직원 1인당 현금 400만원과 주식 등 600만원 상당의 특별성과급을 지급하며 특별성과급 제도를 시행해왔다.

여기에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지난해 영업이익 15조1269억원, 11조6079억원 합산 26조7348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상황이다. 종전 최고치였던 2022년(17조529억원)과 비교해도 10조원 가까이 더 늘어난 것이다. 현대차·기아 노조가 소식지에서 총력을 다해 투쟁해 특별성과급을 반드시 쟁취할 것이라고 강하게 나오는 이유다.

실적이 좋으면 특별성과급 지급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들 노조의 특별성과급 요구는 현대차·기아뿐 아니라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현대위아, 현대오토에버, 현대글로비스 등 그룹 계열사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높아 그룹 안팎에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현대모비스 노조는 현대차·기아보다 성과급 규모가 적다는 이유로 본사 로비를 점거한 바 있으며, 현대제철 노조도 사장실을 점거하며 특별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역대급 실적 달성에 따른 것이 아닌 실적 달성 노력을 위한 특별격려금이 지급됐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 내에서도 각 계열사별 사업 부서의 상황에 따라 최대치를 받는 곳도 있는 등 직원들의 희비가 갈리고 있는데 여기에 경쟁사나 다른 기업들 간의 차이로도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사례가 다수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경기불황이 심화되는 만큼 대기업도 성과에 따른 보상의 일환인 성과급을 임직원의 사기를 높이는 동시에 향후 미래 투자를 위해 잘 조율하는 역량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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