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곳 이상서 평균 1.3억 빚낸 사람 450만명…‘역대 최다’
가계대출자 넷 중 하나(23%) 다중채무자(세 곳 이상 대출자)

지난 1일 한국최고경영자포럼에서 올해 한국경제 전망 강연중인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 연합뉴스 제공.

금리 인하 시기가 하반기로 늦춰지는 분위기 속에 세 곳 이상에서 빚을 낸 다중채무자 숫자가 점점 늘고 있다. 300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번 돈의 70% 이상을 빚 갚는데 쓰는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소비여력이 줄어들며 경기를 악화시킬 뇌관이 되고 있다.

12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다중채무자 가계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작년 3분기 말 현재 국내 가계대출 다중채무자는 450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은이 자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로, 다중채무자는 고금리에 가장 취약한 만큼 한은·금융당국의 집중 감시·관리 대상이다.

450만명은 직전 분기(2023년 2분기 448명)보다 2만명 늘어난 역대 최다 기록으로, 다중채무자가 전체 가계대출자(1983만명)에서 차지하는 비중(22.7%)도 사상 최대 수준이다.

다만 이들의 전체 대출 잔액(568조1000억원)과 1인당 평균 대출액(1억2625만원)은 2분기(572조4000억원·1억2785만원)와 비교해 3개월 사이 각각 4조3000억원, 160만원 줄었다.

고금리 장기화로 이들의 상환 능력에도 빨간불이 들어온 상황이다.

다중채무자의 평균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작년 3분기 말 현재 1.5%로 추산됐다. 2019년 3분기(1.5%) 이후 4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이들의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58.4%로, 여전히 소득의 약 60%를 원리금 상환에 써야 하는 상태다.

DSR은 대출받는 사람의 소득 대비 전체 금융부채 원리금 부담 비율을 말한다. 쉽게 말해 연봉 대비 매년 갚아야 할 돈이다.

통상 당국과 금융기관 등은 DSR이 70% 안팎이면 최소 생계비 정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소득으로 원리금을 갚아야 하는 상황으로 본다. 상당수 다중채무자가 한계(70%)에 다가서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다중채무자의 26.2%(118만명)는 DSR이 70%를 넘었고, 14.2%(64만명)는 100%를 웃돌았다. 빚이 소득보다 많다는 뜻이다. 전체 가계대출자 중 DSR이 70%를 넘은 차주는 279만명(14.0%·70∼100% 117만명+100% 이상 162만명)에 이른다.

다중채무자 가운데 소득과 신용도까지 낮은 ‘취약차주’의 상환 부담은 더 심각하다.

저소득(소득 하위 30%) 또는 저신용(신용점수 664점 이하) 상태인 다중채무 '취약 차주'는 지난해 3분기 말 현재 전체 가계대출자 가운데 6.5%다. 직전 분기(6.4%)보다 0.1%포인트(p) 늘어 비중이 2020년 3분기(6.5%) 이후 3년 만에 최대 수준이다.

3분기 말 현재 취약 차주의 평균 DSR은 63.6%였고, 취약 차주 가운데 35.5%(46만명)의 DSR이 70% 이상이었다. 이들의 대출은 전체 취약 차주 대출액의 65.8%(63조4000억원)를 차지했다.

한은은 지난해 말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차주의 DSR이 오르면서 소비 임계 수준을 상회하는 고DSR 차주가 늘어날 경우, 이는 차주의 소비성향 하락으로 이어져 장기에 걸쳐 가계소비를 제약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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