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만두' 선봉 수출액 최대치.. 매출 3조 돌파 기업도
올해 농심 먹태깡· 롯데 새로 등 '과자·주류' 주도 전망

지난해 5월 일본에서 열린 케이콘 재팬 2023에서 CJ제일제당이 준비한 비비고 부스가 방문객들로 붐비고 있다. CJ제일제당 제공
지난해 5월 일본에서 열린 케이콘 재팬 2023에서 CJ제일제당이 준비한 비비고 부스가 방문객들로 붐비고 있다. CJ제일제당 제공

 

'K-푸드'의 인기가 국내를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라면과 만두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잘 팔리면서 역대 매출을 찍었으며 다른 제품들도 연이어 열풍을 일으키면서 올해 식품사들이 새롭게 내놓을 제품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3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라면을 비롯해 ▲김치 ▲김 ▲빙과 ▲인스턴트커피 ▲빵 ▲소주 ▲음료 ▲쌀 가공식품 ▲건강기능식품 등 10개 품목이 역대 최대 수출 기록을 썼다.

이 중 가장 많이 수출된 것은 라면으로, 국내기업 라면 수출액은 지난해 전년 대비 24% 증가한 약 9억5200만 달러(1조2000억원)로 잠정 집계됐다. 라면 수출액은 2015년부터 9년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장지혜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라면은 카테고리 자체로 해외 소비자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 라면업체 실적도 서구권인 미주지역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가파른 물가 상승 속에서 라면이 간편한 식사 대용식으로 부각되고 다양한 맛과 함께 화제"라고 분석했다.

특히 한국의 '매운맛'이 각광을 받으면서 '불닭볶음면'을 앞세운 삼양식품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불닭볶음면의 글로벌 인기에 따라 오리지널맛 뿐만 아니라 야키소바불닭볶음면, 똠얌불닭볶음탕면 등을 출시하며 현지 입맛을 공략하고 해외 90여 개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설립된 인도네시아법인도 올해 상반기 영업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삼양식품은 이러한 기세에 힘입어 매운 국물라면인 '맵탱'을 지난해 새롭게 런칭하고 판매에 속도를 올리고 있는 중이다. 맵탱은 삼양식품 오너 3세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상무가 직접 기획한 야심작으로, 어머니인 김정수 부회장이 개발한 불닭볶음면처럼 열풍을 일으킬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기도 하다.

농심 역시 지난해 국내외 매출액이 전년 대비 14% 성장한 1조2100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달성했다. 특히 미국에서 '신라면'의 인기가 높은 덕분인데, 지난해 미국 신라면 매출은 전년 대비 19% 성장하며 신라면 해외 매출 증가분의 절반 가량을 차지했다.

이밖에도 농심은 지난해 8월 신라면 보다 2배 더 매운 '신라면 더 레드'를 출시하면서 글로벌 매운맛 선호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진라면으로 라면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오뚜기 역시 '마열라면'을 지난해 출시하고 매운맛 경쟁에 합류했다. 이에 매운맛 경쟁은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왼쪽부터) 삼양식품 맵탱, 농심 신라면 더 레드, 오뚜기 마열라면. 각 사 제공
(왼쪽부터) 삼양식품 맵탱, 농심 신라면 더 레드, 오뚜기 마열라면. 각 사 제공

 

'K-만두'도 해외에서 인기가 높다. 지난해 국내기업 만두 수출액은 약 6652만달러(878억원)로 잠정 집계되면서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전년(6075만달러) 대비 9.5% 증가한 규모다. 만두 수출액은 2021년 6361만 달러를 기록하며 최대치를 기록한 후 2022년 6075만 달러로 소폭 줄었지만 지난해 인기가 급상승하며 다시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CJ제일제당, 해태, 풀무원 등이 앞다퉈 K-만두의 영토를 넓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CJ제일제당은 '비비고'의 현지 생산을 강화하면서 브랜드 성장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비비고 만두는 지난해 북미에서 그로서리 경로 점유율 50%를 넘어서며 정상을 차지했다.

이같은 미국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CJ제일제당은 올해 본격적으로 글로벌 K-푸드 영토 확장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한국과 일본, 미국, 아시아태평양, 유럽 등 4대 권역으로 시장을 묶고 4대 권역의 인프라를 활용해 전 세계 곳곳에 유통망을 확장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식품사들이 해외 현지에서 생산해 판매하는 물량까지 합하면 지난해 K-푸드의 수출액은 더욱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 제로 슈거 소주 새로(왼쪽)와 농심 먹태깡. 각 사 제공
롯데칠성음료 제로 슈거 소주 새로(왼쪽)와 농심 먹태깡. 각 사 제공

라면, 만두뿐 아니라 지난해 출시된 신제품들의 인기도 높아지면서 식품사들의 실적도 덩달아 상승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음료사 중 처음으로 지난해 연 매출 3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지난해 10월 연 매출 1조원에 가까운 필리핀펩시(PCPPI)를 인수하며 글로벌 사업을 강화한데 이어 지난해 9월 선보인 제로 슈거 소주 '새로'가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한 덕분이다.

농심은 라면 뿐만 아니라 지난해 6월 새우깡의 스핀오프 격인 '먹태깡'을 출시하면서 국내 스낵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먹태깡은 '진정한 어른용 과자'라는 평가를 받으며 큰 인기를 얻었고 시중에서 제품을 구하기 어려운 품귀 현상을 빚기까지 했다. 출시 5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000만봉을 돌파하는 기록도 세웠다.

이같은 먹태깡의 인기에 다른 식품사들에서도 비슷한 맛과 재료를 사용한 제품을 경쟁적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9월 롯데웰푸드가 선보인 '오잉 노가리칩 청양마요맛'도 추가 생산에 나서는 등 인기를 끌었으며 해태제과도 지난해 11월 '더(The) 빠새(빠삭한 새우칩) 간장청양마요맛'을 출시하는 등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이처럼 매년 성장하는 다양한 K-푸드의 인기에 올해 새롭게 나올 신제품들에도 이목이 쏠린다. 먼저 올해로 출시 40주년을 맞은 팔도는 딸기스프를 별첨한 '팔도비빔면 봄에디션'을 출시했다. 지난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화제가 됐던 만우절 '딸기비빔면'에서 착안해 개발했다는 회사 측의 설명이다.

아울러 식품사들은 'K-소스'에도 집중하고 있다. 국내 소스시장 규모가 2019년 1조3700억원·2020년 2조원·2022년 2조3000억원 등으로 지속 성장했고 올해 3조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한국의 맛을 알리기 위해 해외에서도 적극적으로 판매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대상의 글로벌 식품 브랜드 오푸드(O'food)가 선보인 '매콤달콤 고추장'과 '스모키 K-BBQ' 2종이 대표적이다. 이 제품들은 한국식 치킨 맛을 살린 치킨 디핑소스다. 대상은 소스를 김치·김·간편식과 함께 4대 글로벌 전략 카테고리로 선정하고, 제품 라인업을 대폭 확대하며 한국 전통 장류를 활용한 소스를 다양하게 선보인다는 목표다.

장지혜 대신증권 연구원은 "일본, 중국 중심이었던 한국 식품 수출은 2020년대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지역과 품목이 다양해지고 있다"며 "글로벌 소비자들이 일상에서 즐겨 먹기 시작하자 해외 유통업체들도 K-푸드를 입점시키려고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K-푸드 수출이 신기록을 쓰면서 지난해 연매출 3조원을 돌파한 식품기업들도 역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매출 3조원은 식품업계에서 대형업체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데, 지난해 3조클럽 식품사는 모두 10곳이었다. CJ제일제당, 대상, 동원F&B, 롯데웰푸드, 오뚜기, 농심, SPC삼립, 롯데칠성음료, 풀무원, CJ프레시웨이 등이다. 지난 2021년(4개사)와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수준이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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