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6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 확정.. 재원 확보 총력
4680배터리·ESS용 LFP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 '속도'

LG에너지솔루션 오창 에너지플랜트 전경. LG에너지솔루션 제공
LG에너지솔루션 오창 에너지플랜트 전경. LG에너지솔루션 제공

올해 들어 전기차 수요 둔화와 배터리 원자재 가격 하락 등이 심화되면서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국내 배터리 1위인 LG에너지솔루션이 위기 타개에 분주해지고 있다.

20일 관세청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이차전지 관련 수출액은 98억26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6% 줄었다. 이차전지 수출액이 전년 대비 감소한 건 2015년(-3.3%) 이후 8년 만이다. 국내 배터리 산업이 '연간 100억 달러' 고지를 목전에 두고 수출 성장세가 다소 꺾인 것이다. 지난달 이차전지 수출액 역시 5억9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6.2% 감소했다.

산업부는 1월 이차전지 수출 부진과 관련해 "광물가격 하락과 주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기업의 전기차 생산계획 연기·축소에 따른 배터리 재고 조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배터리 기업들이 위기에 처하자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안정적으로 원자재 공급망을 확보하고 시장점유율 유지에 힘써야 한다"며 "배터리 품목을 다변화하고 차세대 배터리 투자 등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위기를 피해가긴 어려웠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31.8% 늘어난 33조7455억원, 영업이익은 78.2% 증가한 2조1632억원을 기록하면서 주목을 받았으나, 4분기 실적으로만 볼 때는 매출 8조14억원과 영업이익 3382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2.7%, 53.7%씩 감소한 것이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은 어려움 속에서 타개책 마련을 위해 더욱 고삐를 쥐고 닥친 위기를 기회로 삼아 변화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먼저 올해 배터리 생산 설비투자에는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의 10조 9000억원을 집행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북미에서 제너럴모터스(GM) 1·2·3 합작공장을 비롯해 스텔란티스, 혼다, 현대자동차 합작공장 등 8개의 생산시설을 운영·건설하며 글로벌 생산시설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 설비투자에 필요한 자금은 매출 성장에 따른 이익으로 우선 충당함과 동시에 회사채 발행 등 외부 차입을 활용해 투자 재원을 확보하기로 했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회사채 단일 발행 기준으로 역대 최대인 1조6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확정했다. 이 중 1조2800억원은 합작법인 투자에, 3200억원은 양극재 구매에 사용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7일 수요예측에서 2년물에 1조3400억원, 3년물에 2조5450억원, 5년물에 1조4200억원, 7년물에 3050억원 등 총 5조6100억원의 매수 주문이 접수된 바 있기 때문에 자금 확보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어려운 시기 속에서도 지속적인 투자로 대규모 생산능력과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확보하고 중국 배터리 업체 등 경쟁사와의 격차를 벌리겠다는 전략이다. 2020년 140GWh 수준이던 배터리 연간 생산능력을 2026년까지 550~570GWh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로 꼽히는 '4680(지름 46㎜, 높이 80㎜) 배터리'는 빠르면 오는 8월부터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4680 배터리는 기존 2170(지름 21㎜, 높이 70㎜)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를 5배, 출력을 6배 높이고 주행거리를 16% 늘린 것으로, 테슬라 전기차에 탑재되고 있다.

또 프리미엄 제품인 하이니켈 배터리의 니켈 비중을 기존 80%대에서 90% 이상으로 높여 에너지밀도를 강화하는 등 성능 차별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중저가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내년 하반기부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생산하는 등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에도 속도를 낸다.

시황이 좋지 않음에도 투자와 기술개발을 지속하는 이유는 '현재 좋지 않아도 결국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전세계 각국의 환경정책이 점차 강화되고 있어 전기차 시장은 성장할 수밖에 없고 지금의 전기차 수요 둔화는 일시적이라는 것이다.

업계에서도 이같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에너지 시장조사기관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는 올해 전기차 시장이 전년 대비 21%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호섭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올해 전기차 시장 단기 성장률은 둔화될 것으로 보이나 중장기 성장잠재력은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LG에너지솔루션은 안전성이 높은 LFP배터리를 ESS용으로 계획하는 등 ESS 사업을 확대하면서 또 다른 돌파구를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이미 ESS용 LFP 배터리 개발을 발표했으며 '인터배터리 2023'에서는 ESS용 LFP 배터리 셀을 최초로 전시하기도 했다. 또 중국 난징 공장의 ESS 생산라인을 일부 LFP배터리로 전환할 예정이다.

현재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3조원을 투자해 총생산 규모가 16GWh에 달하는 ESS용 LFP 배터리 생산 공장도 건설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독자 개발한 파우치형의 ESS용 LFP 배터리가 이곳에서 생산될 예정으로, 해당 부문 매출을 5년 내 5조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장교동 한화빌딩
장교동 한화빌딩

최근에는 LG에너지솔루션은 한화에너지가 추진하는 '아틀라스ESS 프로젝트'에 ESS용 배터리 공급을 추진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한화에너지가 단일기준 세계 최대 생산능력 규모인 4GWh의 독립형 ESS 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올해 하반기 단지 착공에 돌입해 2025년 6월 공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1월에도 한화그룹과 태양광 발전소 및 ESS 단지에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를 생산·공급한다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한화그룹이 추진하는 4GWh 규모의 ESS 배터리는 금액 기준 1조4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해당 프로젝트에 따라 올해 ESS 부문 매출 규모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ESS 사업 부문에서 2조원이 넘는 매출과 100~2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한 바 있다.

배터리 광물 확보에도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호주 리튬 생산 업체 WesCEF와 리튬 정광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WesCEF로부터 올해 1년 동안 리튬 정광 8만5000t을 공급받을 예정인데, 이는 수산화리튬 1만1000t, 한 번 충전에 500km 이상 주행 가능한 고성능 전기차 약 27만 대분의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을 둘러싼 전망도 긍정적인 편이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1분기에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첨단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 혜택을 제외하면 영업손실 63억원의 부진한 실적이 예상된다"면서도 상반기의 실적 저조와 부진한 투자심리는 이미 주가에 반영돼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완만해지는 리튬 가격의 하락 폭과 낮아지는 재고를 바탕으로 올해 2분기 실적 저점 이후 반등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박형우 SK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수요 둔화에 따른 판가 하락으로 LG에너지솔루션의 실적과 주가가 부진한 가운데 단기적으로 업황 변동성이 지속 될 것"이라면서도 "전기차 시장의 성장은 중장기 방향성이며 하반기 반등 가능성에 주목한다"고 짚었다. 이어 "ESS 시장 규모는 올해 전년 대비 30% 성장이 예상되며 전기차와 함께 미래 친환경 인프라의 핵심임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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