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알리·테무 등 中 이커머스 대항력 증대 시급 과제로
LG생활건강과 연초 전격 거래 재개.. 관계 회복 '신호탄'

쿠팡 본사. 연합뉴스
쿠팡 본사. 연합뉴스

 

알리익스프레스(알리),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의 국내 시장 공세가 매섭다. 공략 속도를 높이면서 국내 이커머스 업계가 경계하고 있는 가운데, 특히 국내 대표 기업인 쿠팡이 납품 관련으로 오랫동안 갈등을 빚어온 LG생활건강과 최근 화해를 하는 등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변화에 나서 관심을 모은다. 이에 쿠팡이 다른 '반(反)쿠팡' 업체들과도 관계 개선을 이끌어낼지 이목이 집중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은 알리, 테무 등에 대응하기 위해 보다 더 빠른 배송과 상품 다양화를 꾀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가격은 저렴하지만 해외 배송인 만큼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업체들은 생활필수품 등 빠른 배송이 필요한 품목을 구매하기에는 중국 업체가 적절하지 않은 점을 노려 국내 사업자로서 장점을 강화하게 된 것이다. 아울러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기 위해 다양한 상품을 취급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빠르게 변화를 보인 곳은 단연 쿠팡이다. 쿠팡은 연초부터 LG생활건강에 먼저 손을 내밀어 4년9개월 간 이어져 온 납품 갈등을 봉합했다. 쿠팡 측은 이용자의 편의를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LG생활건강의 다양한 상품을 납품 받아야 알리나 테무 등에 대항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쿠팡이 LG생활건강과 거래를 재개하기로 하면서 이제 쿠팡 이용자들은 더욱 다양한 상품을 모두 '로켓배송'으로 받아볼 수 있게 됐다. LG생활건강의 '코카콜라', '페리오 치약', '엘라스틴' 등 인기 제품군을 쿠팡으로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LG생활건강으로서는 판매처가 늘고, 쿠팡은 상품군 다양화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어 상호 이득인 관계다.

쿠팡으로서는 경쟁력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다. 지난해부터 국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시작한 중국 업체들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이용자들을 단숨에 끌어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이용자 수가 가장 많이 증가한 모바일 앱 1위와 2위가 알리와 테무였다는 통계도 나왔다.

빅데이터 서비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알리·테무·쉬인의 국내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는 1월 237만명에서 12월 863만명으로 1년 동안 4배 가까이 늘었다. 또 지난해 12월 쇼핑 부문 신규 설치 앱(어플리케이션) 1위 역시 중국 테무(187만건)였고, 2위는 알리(59만건)였다. 쿠팡(42만건)은 4위에 머물렀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중국 플랫폼이 지난해처럼 성장하면 연간 거래액은 4조원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국내 오픈마켓에서 팔리는 상품 상당수가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특히 중국 업체들은 쿠팡보다 규모가 훨씬 큰 거대기업들이다. 테무를 운영하는 중국 기업 핀둬둬는 시가총액이 1975억 달러(250조원)에 달하며 알리도 시가총액이 이와 비슷하다. 이에 비해 쿠팡의 시가총액은 286억 달러(37조원) 수준으로, 중국 쇼핑몰들이 쿠팡보다 10배 가까이 큰 자본을 무기로 시장을 장악하는 상태다. 쿠팡 입장에서는 다른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시급해진 것이다.

LG생활건강이 지난해 11월 중국 최대 쇼핑 축제인 광군제 기간에 맞춰 알리에 '코카콜라 전용관'을 열었던 것도 쿠팡의 태도 변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인기상품이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에서만 판매되면서 이용자들이 옮겨가는 모습에 쿠팡이 위기를 감지한 것이다. 알리에는 LG생활건강 외에도 전기밥솥으로 유명한 쿠쿠, 세제·비누·화장품 등을 생산하는 애경 등 국내 브랜드 입점이 늘고 있다.

이에 쿠팡이 제조사들과 대립하고 갈등을 빚을게 아니라 더 다양하고 많은 상품들을 입점시켜 소비자들을 사로잡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분석된다. 사실 쿠팡은 지난해 8월 크린랩과도 직거래를 재개했다. 거래 중단 약 4년 만인 지난해 8월 다시 손을 잡았는데, 이를 기점으로 반쿠팡 기업들과 화해무드에 들어설지 이목이 집중됐다. 여기에 올해 들어 LG생활건강과 전격 화해를 하면서 쿠팡으로서는 큰 결정을 내린 것이란 게 업계의 보편적인 시각이다.

특히 이번 화해가 주목받은 이유는 갈등의 골이 깊었던 양사가 화해 급물살을 탔기 때문이다. 쿠팡이 LG생활건강과 관계를 개선하면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반쿠팡 업체들과 화해에 나서는 행보를 보일 것인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것이다.

CJ제일제당
CJ제일제당

 

현재 반쿠팡 업체으로는 CJ제일제당이 대표적이다. 쿠팡은 CJ제일제당과 햇반, 비비고, 스팸 같은 인기 상품의 납품을 두고 갈등을 겪고 있다. 2022년 말 햇반의 납품 가격을 두고 갈등이 생기면서 CJ제일제당의 대부분의 인기 상품을 쿠팡 로켓배송으로 살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밖에도 농심·오뚜기·오리온 등 대형 식품업체도 쿠팡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자사 쇼핑몰을 강화하고 온라인 판매망 확대에 힘을 쏟는 등 쿠팡과 비교적 관계가 좋지 못한데, 이들 기업들과 올해를 기점으로 관계가 달라질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다만 가장 크게 대립하면서 관심도가 높은 CJ제일제당과의 관계는 당장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쿠팡이 CJ제일제당 외에도 CJ그룹의 타 계열사들과도 대치하고 있는 탓이다.

화장품(뷰티) 분야에서 쿠팡은 지난해 7월 CJ올리브영을 대상으로 중소 뷰티업체의 쿠팡 입점을 방해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바 있다. 택배 사업에서는 쿠팡CLS와 CJ대한통운이, OTT 사업에서는 쿠팡플레이와 CJ ENM의 티빙이 갈등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쿠팡이 이같은 여러 갈등을 원만히 해결하고, 특히 식품 대기업 CJ제일제당의 상품들을 납품받을 수 있을지 여부가 주목된다.

서현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국 직구 쇼핑몰 등으로 시장점유율이 낮아질 수 있는 상황에서 쿠팡이 중장기적으로 온라인 유통시장 개편, 경쟁 구도 변화에서 어떤 식으로 대응·극복할 지가 관건"이라고 짚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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