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고대역폭메모리·파운드리 등 경쟁사에 밀려
첨단 패키징 기술 선점 속도.. 반도체 선두 지켜낼지 주목

삼성전자 천안사업장 전경. 이곳에서 HBM 패키징 공장이 신설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천안사업장 전경. 이곳에서 HBM 패키징 공장이 신설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올해 D램 가격이 상승하는 등 메모리를 중심으로 반도체 업황이 회복되고 있다. 이에 그간 반도체 한파로 어려움을 겪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의 회복 속도가 SK하이닉스에 비해 다소 더디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전망치)를 4조6945억원으로 제시했다. 이는 1개월 전 제시한 5조3926억원과 비교해 약 13% 낮아진 수치다.

반면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치는 상향 조정되는 중이다. 현재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조625억원으로, 1개월 전 8421억원 대비 26%나 높아졌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 대한 전망치가 하향세를 보이면서 회사의 주가도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에 비해 삼성전자가 AI 훈풍을 제대로 타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AI용 HBM 시장에서 삼성전자 점유율은 38% 정도로, 1위인 SK하이닉스(53%)에 15%p 가량 밀리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호실적 요인으로 HBM3(4세대)와 DDR5 매출이 전년 대비 각각 5배, 4배 증가한 점을 꼽았다. 회사는 4분기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지난 10년간 축적된 제품 개발 및 양산 경험을 통해 고객 피드백을 꾸준히 HBM 사업 전반에 반영해왔다"며 "단순히 제품 개별 특성 개선에 국한된 것이 아닌 포괄적 고객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업계 선두주자가 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올해도 SK하이닉스는 HBM을 통해 실적 회복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엔비디아, AMD 등 범용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만드는 기업에 고부가 HBM을 다수 공급하고 있는 덕분이다.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초로 HBM을 개발한 데 이어 현재 HBM3을 양산 중인데, 이를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에 사실상 독점 공급하는 중이다. 올해 HBM3E(5세대) 주문 물량 역시 이미 완판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도 지난달 고사양 제품인 HBM3를 엔비디아에 공급하긴 했지만 물량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상황에 전망도 밝지 못하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과 관련해 "메모리 부문은 전 분기에 비해 이익이 개선되겠지만 그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욜 그룹에 따르면 글로벌 HBM 시장은 올해 90억 달러(12조원)에서 2028년 240억 달러(32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전체 D램 시장에서 HBM의 비중도 지난해 9%에서 올해 18%로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에 삼성전자로서는 HBM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보가 중요한 시점인데, 아직 승기를 잡지 못한 형국이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연합뉴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연합뉴스

 

사실 삼성전자가 HBM 분야에서 SK하이닉스에 뒤쳐지게 된 원인은 삼성의 반도체 사업 구조 영향도 크다. 메모리와 비메모리를 함께 영위하고 있기 때문으로, 메모리와 파운드리 사업에 자원이 분산되는 게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반도체에 쓴 시설투자(CAPEX)액은 총 48조4000억원이다. 2022년 반도체에서 거둔 영업이익 23조8200억원의 2배 넘는 금액을 바로 다음해에 쏟아부었다.

다만 전체 투자액 48조원 가운데 25~30조원을 메모리반도체에, 15~20조원을 파운드리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파운드리 전문 기업인 TSMC는 2022년 363억달러(48조원), 지난해 302억달러(40조원)를 시설투자에 썼다. 올해는 최대 320억달러(42조8000억원)를 쓴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투자비용이 적다고 지적되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에서도 대만 TSMC에 45.5%p 점유율 차이로 뒤처지고 있다. 메모리 사업에서 파운드리와 자원을 나눠쓰느라 온전히 역량을 키우지 못했는데, 파운드리 부문도 자원이 부족하면서 메모리와 비메모리 모든 분야에서 삼성전자가 제 역량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도 이같은 위기를 감지하고 다른 업체들보다 특별히 장점인 '패키징' 기술 역량 키우기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에서도 현재 HBM3와 HBM3E에서는 SK하이닉스와 TSMC가 시장을 독점하고 선두에 나선 만큼 삼성전자가 반격하기 위해 현재 2.5D패키징 시장 보다는 3D패키징 시장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이와 관련 황상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D램 개발실장(부사장)은 "HBM4는 2025년을 목표로 개발 중으로 해당 제품에 적용하기 위해 고온 열특성에 최적화된 NCF 조립 기술과 HCB 기술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NCF(비전도성접착필름)는 적층된 칩 사이에 발생하는 절연과 기계적 충격으로부터 솔더 조인트 보호하기 위해 사용하는 폴리머 레이어다. HCB(하이브리드 본딩)는 차세대 본딩 기술로 기존에 솔더를 사용한 방식이 아닌 구리(전도체)와 산화막(절연체)을 이용한 접합 방식이다. 

황 부사장은 "HBM과 함께 2.5D, 3D 첨단 패키지 솔루션을 포함한 첨단 맞춤형 턴키 패키징 서비스도 제공해 AI·HPC 시대에 최고의 솔루션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해 삼성전자는 첨단 패키지 기술 강화 및 사업부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AVP사업팀을 출범시킨 상태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집중 투자를 통해 HBM 경쟁력을 극대화시킨다는 전략을 내걸었다. 시설 투자도 공격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HBM 생산시설 투자를 전년 대비 2.5배 늘릴 계획이다. 보유 중이던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의 지분도 전량 매각했다. 반도체 업턴에 대비한 인력 채용도 늘릴 전망이다.

또 고객사 확보가 중요한만큼 HBM의 새로운 수요처로 떠오르는 구글과 아마존, 메타 등 클라우드 기업들과 적극적으로 접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주요 장비 업체들을 만나며 HBM 생산에 필요한 후공정 장비 조달에도 나섰다. 

삼성전자는 궁극적으로는 시스템 반도체 업체와 협업이 중요해질 커스텀 HBM 시장에서 종합 시너지 강점으로 경쟁력있는 시장 대응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와의 D램 시장 점유율 차이가 지난해 3분기 기준 4.6%p 격차로 좁혀지고 HBM 생산 일부 공정을 TSMC가 담당하는 것을 시작으로, SK하이닉스와 TSMC가 차세대 3D 패키징으로까지 협력 범위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악조건 속에서 삼성전자의 '초격차 기술' 확보와 위기 타개 여부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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