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사업부 롯데쇼핑, 2018년 이후 지속적으로 매출 감소
코리아세븐 ATM사업부 우선 정리.. 롯데온 등 재편 주목

롯데월드타워(왼쪽)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롯데지주 제공
롯데월드타워(왼쪽)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롯데지주 제공

유통 강자였던 롯데그룹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경기 침체로 기존 오프라인 유통 채널도 부침을 겪는데다 이커머스 사업도 눈에 띄는 성과를 못내고 있기 때문이다. 신동빈 롯데 회장이 이례적으로 계열사 매각을 고려하는 등 쇄신에 나설 방침인 가운데 유통사업 개선 방향에 이목이 집중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롯데그룹 구조조정 대상으로 '유통' 사업이 화두에 오르고 있다. 그룹의 중심축인 유통사 롯데쇼핑이 지난 5년 연속 매출이 감소하고 있는데다 이커머스 채널로 야심차게 선보인 롯데온이 경쟁사들에게 크게 밀리고 있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지난달 말 일본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계열사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간 대규모 인수합병(M&A) 위주로 성장해 온 롯데그룹이 처음으로 매각을 시도하는 등 새로운 방향의 그룹 구조조정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는 모습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롯데그룹이 유통분야 사업에 칼을 빼들 것이라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롯데쇼핑의 실적 감소가 지속되고 있고 롯데하이마트, 코리아세븐(세븐일레븐 편의점)의 부진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고나라, 한샘, 한국미니스톱 등이 실적을 견인하고 있지 못한 점도 이유다. 

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하이마트·롯데홈쇼핑 등을 운영하는 롯데쇼핑의 매출액은 2018년 17조8210억원을 기록한 이후 2020년 16조1844억원, 2021년 15조5736억원, 2022년 15조4760억원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해왔다. 지난해 매출 역시 전년 대비 5.9% 줄어든 14조5559억원에 머물렀다.

이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롯데홈쇼핑, 롯데마트, 롯데컬처웍스 등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한 롯데홈쇼핑의 매출은 12.6% 감소한 9416억원, 영업이익은 무려 89.4% 줄어든 83억원에 그치면서 크게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편의점 사업 역시 기를 못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고물가 속 불황형 소비가 확산하면서 그나마 수익성이나 성장성이 양호한 유통사업으로 꼽히고 있는게 편의점 사업이지만, 롯데 세븐일레븐은 다른 경쟁사(CU, GS25 등)가 성장세를 보이는 반면 뚜렷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븐일레븐 운영사인 코리아세븐의 영업이익은 2018년 429억원 흑자에서 2022년 48억원 적자로 돌아선 이후 지난해 3분기 말 누적 기준으로 적자가 223억원으로 그 폭이 더욱 커졌다.

아울러 이커머스업계에서 입지가 좁은 롯데온은 2020년 4월 론칭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매년 영업손실을 이어오고 있다. 롯데온을 이끄는 수장도 3년 사이 두 차례나 바뀌었지만 아직까지 부침을 겪는 중이다.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쇼핑 앱 월간활성이용자수(MAU) 순위에서 롯데온은 16위였다.

이처럼 그룹의 핵심이었던 유통 부문이 흔들리면서 롯데그룹의 재계순위(자산총액 기준)는 지난해 13년 만에 5위에서 밀려나 6위로 떨어졌다. 2011년 롯데그룹 회장 취임 이후 최대 위기에 맞닥뜨린 신 회장이 공개적으로 체질 개선을 천명하게 된 이유다.

이런 가운데 먼저 정리하는 유통 분야로는 코리아세븐의 현금입출금기(ATM) 사업부로 결정됐다. 코리아세븐은 ATM사업부 매각을 위해 삼성KPMG를 주관사로 선정했으며 매각 대금은 400~5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다음으로 부진을 겪고 있는 롯데쇼핑의 다른 사업이나 롯데온 등 어디로 정리의 칼 끝이 향할 것인지 이목이 쏠린다.

서울 양평동 롯데웰푸드 사옥. 롯데웰푸드 제공
서울 양평동 롯데웰푸드 사옥. 롯데웰푸드 제공

 

긍정적인 부분은 롯데의 식품사업 부문이 유통 분야에서 선방하고 있다는 점이다.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가 그룹 수익 증진에 힘을 보태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웰푸드는 제과·푸드 합병 효과가 드러나고 있으며, 롯데칠성음료는 '제로' 열풍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 이에 해외 시장에서 K-푸드 인기도 고려해 식품 사업 분야는 키워나가면서 유통 강자 발판을 지킬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는 롯데웰푸드의 적극적 해외 공략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인도에서 롯데 빼빼로 판매를 개시하고, 빙과 신공장 준공 이후 신제품 판매를 강화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메가 브랜드 육성, 커버리지 확대, 증설 효과 등 인도 성장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또한 롯데웰푸드는 올해 제과와 푸드 통합 작업을 완전히 마무리하고 전체 실적 성장을 이뤄낸다는 계획이다. 현재는 기존 롯데제과의 '스위트몰'과 롯데푸드의 '푸드몰'을 통합하는 작업을 수행 중이다. 특히 기존 롯데제과와 롯데푸드의 공통 사업부문이었던 빙과 사업을 중점적으로 확대하고 공장 통합 작업을 진행하는 등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롯데웰푸드로서 해외 법인을 통한 해외 현지 사업 강화와 수출 확대를 꾀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제로와 크리스피롤을 멕시코 코스트코에, 빼빼로를 캐나다 코스트코에 입점시키는 성과를 냈다. 국내 제과업체 중 처음으로 멕시코 코스트코에 입점하는 성과를 낸 것이다. 이미 빼빼로는 해외에서 연매출 2000억원을 기록한 상태로, 올해 판매도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인도에서 빼빼로 전용 생산 공장을 짓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롯데칠성음료도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13.5% 증가한 3조2247억원을 기록하며 주목받았다. 처음으로 매출이 3조원을 돌파했기 때문이다. '칠성사이다 제로', '펩시 제로슈거'를 비롯해 '핫식스 제로', '밀키스 제로', 주류 분야에서는 '새로' 등 제로 상품을 확대한 게 주효했다는 평가다.

신 회장의 결단으로 유통 사업 내 부진한 곳은 정리하고 잘 되는 곳은 적극적으로 키울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롯데쇼핑과 롯데온 등의 변화에 유통업계 이목이 쏠린다. 업계 관계자는 "신 회장의 조직 슬림화에 대한 의지가 강한만큼 '롯데 3.0 시대'를 맞아 대대적으로 사업 재편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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