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LCC 4곳 도전장.. 관건은 '자금력·속도'
매각 급한 대한항공.. EC 최종 승인에 '필수'

아시아나항공 화물기로 화물들이 운반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제공
아시아나항공 화물기로 화물들이 운반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제공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과정에서 유럽의 제재로 화물사업부를 매각해야 하는 가운데,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4곳이 도전장을 내밀면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대한항공으로서는 아시아나항공과의 빠른 합병을 위해 매각을 서두르는 분위기다.

2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매각 주관사인 UBS가 전날 진행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예비입찰에 제주항공과 에어프레미아, 이스타항공, 에어인천 등 LCC(저비용항공사) 4곳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입찰 전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됐던 티웨이항공, 에어로케이는 이번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UBS가 인천국제공항에 취항하고 운항증명(AOC)를 보유한 자로 입찰 조건을 제한하면서 후보군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단 에어로케이는 본입찰 참여 여지를 열어둔 상태다.

인수 후보군 LCC 4곳 중 인수에 성공하는 항공사는 곧바로 국내 항공화물 2위에 오르게 된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는 현재 자체 화물기 8대와 리스 3대를 포함해 총 11대의 화물기를 보유 중이며 연평균 국내외 화물 수송량은 75만t 가량이다. 지난해 매출만 1조6071억원에 달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어려움을 겪었을 때도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출은 전체 매출의 50%를 웃돌며 여객 사업 부진으로 인한 손해를 메꾸는 역할을 한 알짜 사업부다.

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예상 인수 금액을 5000억~7000억원으로 보고있다. 결코 낮은 가격이 아닌 만큼 LCC로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아시아나항공 화물기 연식도 30년차를 맞은 것이 다수여서 교체해야 할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특히 1조원에 육박하는 아시아나항공 부채도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인수 자금은 1조5000억원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업 규모가 큰 곳이었던 만큼 인수 시 확실한 투자로 평가되지만, 인수 후 자금 부담으로 사업 유지를 실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국내 LCC의 셈법이 복잡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의 인수가 가장 유력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제주항공은 2022년 자체 화물기를 도입한 후 지난해 2호기도 들여와 화물사업에 안정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LCC 1위라는 지위를 고려했을 때도 가장 가능성 높은 인수 후보로 평가되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대한항공 제공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대한항공 제공

 

이처럼 어느 LCC의 품으로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가 안길지 업계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인수합병 주체인 대한항공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대한항공으로서는 화물사업부 매각이 속히 이뤄져야 유럽 경쟁당국으로부터 '최종 승인'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화물사업부 매각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기업결합에 앞서 유럽 경쟁당국인 EU 집행위원회(EC)의 시정조치를 이행하는 차원에서 이뤄지는 조치다. EC는 지난 13일 양사의 기업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했는데, 이 조건 중에 하나가 화물사업부 매각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숙원인 '메가캐리어'의 완성을 위해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속도가 빨라져야 한다. 당초 기업결합 심사가 예상보다 늦어지며 아시아나항공의 불확실성이 커졌던 만큼,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도 합병 속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양사의 합병이 마무리되면 세계 10위권의 대형 국적항공사의 탄생으로 규모 경제에 따른 특수를 노릴 수 있게 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오는 10월까지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의 매각을 마무리지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화물사업부 예비입찰은 매각자 측인 대한항공과 KDB산업은행이 적격 인수자 후보(쇼트리스트)를 추린 후 이들에게 본실사 기회가 부여된다. 매각자 측은 최대한 상반기 중 입찰 절차를 마무리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까지 마치기를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더라도 예상 외 복병을 맞이할 수도 있다. 화물사업부 매각은 EC의 합병 승인 조건인 만큼 매수자를 선정하더라도 실제로 EC의 승인을 거쳐야 실제 매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EC를 제외하고 미국 경쟁당국(DOJ)의 승인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태로, 어렵게 EC의 승인을 받아낸 만큼 대한항공이 이번 화물사업부 매각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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