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엔데믹에도 국내·중국 수요 회복 묘연
AI시대 맞아 AI기술 접목 뷰티테크로 눈 돌려

LG생활건강의 미니 타투 프린터 '임프린투'. LG생활건강 제공
LG생활건강의 미니 타투 프린터 '임프린투'. LG생활건강 제공

국내 화장품업계가 코로나19 엔데믹 이후로도 내수 시장과 중국 등에서 수요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으면서 고전을 겪고 있는 가운데, 국대표 업체인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이 돌파구 마련에 나서며 '뷰티테크'로 위기를 타개하려는 모습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식은 올해 초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제품 전시회 'CES 2024'에서 뷰티테크 기술을 본격적으로 선보이며 업계의 관심을 받았다.

먼저 LG생활건강은 미니 타투 프린터 '임프린투(Imprintu)'를 선보였다. 모바일 앱에서 고객이 원하는 도안을 고르면 AI(인공지능)가 이를 인식하고 그대로 피부 및 적합한 소재의 의류에 쉽게 그려 넣을 수 있는 휴대용 타투 프린터다.

아모레퍼시픽은 '립큐어빔(Lipcure Beam)' 기술이 CES 혁신상까지 받으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 기술은 하나의 기기를 통해 입술 진단과 케어, 메이크업이 모두 가능한 신개념 뷰티 테크 디바이스다.

양사의 뷰티테크 사업 추진은 지난해부터 본격화됐다.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은 뷰티기기를 판매·유통하는 자회사 '퍼시픽테크'를 설립했으며, LG생활건강은 방문판매 채널을 통해 'CNP Rx'의 뷰티기기를 선보이고 미국 헤어케어 전문기업 파루크 시스템즈와 협업해 스마트 맞춤형 염모제 시스템도 개발했다.

양사가 뷰티기기를 통한 뷰티테크 사업에 주목하는 이유는 향후 '성장성' 때문이다. LG경영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5000억원 규모였던 국내 뷰티 디바이스 시장 규모는 2022년 기준 1조6000억 원으로 세 배 이상 성장했다. 국내 뷰티 디바이스 시장의 2027년까지 연평균 성장률도 10.4%로, 일본(1.0%), 중국(3.2%)보다 높아 전망도 밝다.

중국 시장 침체기로 양사는 지난해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영업이익(연결기준)이 전년 대비 31.5% 감소한 4870억원을 기록했는데, 특히 뷰티(화장품) 사업 영업이익이 1465억원으로 전년 대비 52.6% 줄어들며 반토막 났다.

아모레퍼시픽도 뷰티 실적이 부진한 탓에 전체적인 실적을 끌어내렸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아모레퍼시픽그룹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4.1% 감소한 1520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양사는 실적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뷰티테크 기술 개발을 한창 진행 중이다. 일본, 미국 등으로 판매처를 넓히는 것과 동시에 신기술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려는 전략이다. 

아모레퍼시픽의 립큐어빔. 아모레퍼시픽 제공
아모레퍼시픽의 립큐어빔. 아모레퍼시픽 제공

 

특히 아모레퍼시픽은 뷰티테크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메이크업 전문 브랜드 '톤워크'를 만들고 AI 기술을 접목한 파운데이션을 선보이면서 주목받고 있다. 톤워크의 '비건 200+ 파운데이션'은 AI 기반의 컬러 진단과 조색 알고리즘에 기반해 얼굴 색상을 측정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로봇이 주문 즉시 제품을 조제해준다.

이어 출시된 '톤워크 비건 200+ 파운데이션'은 기존에 제공되던 150가지 색상에 41호~50호를 추가해 총 205가지 컬러로 확장한 것이 특징이다. 제품 출시를 기념해 더현대서울 비클린 매장에서 톤워크 팝업 스토어도 열렸다. 피부타입을 입력해 해당 파운데이션을 제작하는 과정부터 결과물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다.

국내 시장이 고물가로 소비가 동결되는 추세에 중국도 부동산 경제 침체가 지속되면서 전반적인 소비 시장이 불안한 상황이다. 중국으로 판매 매출 비중이 높았던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으로서는 탈출구 마련이 시급해지면서 새롭게 공들일 사업 분야로 뷰티테크를 낙점한 것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피부과 시술 대비 저렴한 비용, 슬로우에이징 수요 증가, 최소 침습 및 비침습 방식 선호 등이 홈 뷰티 디바이스 수요 증가를 견인했다"며 "의료 접근성이 낮은 해외로의 확장 가능성도 긍정적이다. 해외에서 K-뷰티가 인기를 얻고 있는 만큼 한국 홈 뷰티 디바이스에 대한 관심도 높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조사기관 맥킨지는 '2023 맥킨지 코리아 리포트'에서 뷰티업계와 관련해 "반도체와 자동차를 수출하는 것처럼 활발히 수출하는 구조로 탈바꿈해야 한다"면서 새로운 기술로 내수 시장과 중국을 넘어 다른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분석했다.

다만 화장품 제조와 마찬가지로 뷰티테크 산업 관련 기술 면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고 중국 외 시장인 일본, 미국 등에서 승기를 빠르게 잡는 것이 관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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