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앤코, 남양유업 최대주주지만 정기주총 의결권 없어
홍 회장 일가 경영권 교체 시급.. 임시 주총 향배 '촉각'

남양유업 본사. 연합뉴스
남양유업 본사. 연합뉴스

남양유업의 최대주주가 된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가 경영 정상화와 기업 이미지 회복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회장직을 유지하면서 경영 정상화를 지연시켜 곤혹스런 모습이다.

한앤코는 지난 1월31일 홍 회장 일가로부터 주식 37만8938주를 양도 받아 남양유업 지분 52.63%를 소유하면서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달 열릴 정기주총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기주총을 위한 주주명부 폐쇄 이후 지분을 확보했기 때문에 의결권 행사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앤코는 지난달 초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남양유업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허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한앤코가 제시한 임시 주주총회 의안은 ▲임시 의장 선임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신규 이사 선임의 건 등 3건이다.

이어 한앤코는 지난달 21일 "남양유업 정기주주총회에서 윤여을 한앤코 회장을 남양유업의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하는 등 안건을 상정하라"며 한앤코의 임원들은 남양유업 신규 이사로 선임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임시 주주총회 의안을 오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상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번 정기 주총이 지난해 연말 주주명부를 기준으로 설정돼 있어 최대 의결권자가 홍 회장임을 염두에 두고 강한 조치를 취하는 모습이다. 한앤코는 이동춘 한앤코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배민규 한앤코 부사장을 기타비상무이사 후보로 올리는 등 지난 2021년과 동일한 인사 선임을 추진하고 있다.

당초 한앤코는 남양유업의 경영 정상화와 이미지 쇄신을 위한 경영진 교체에 대해 홍 회장에 협조를 요청했다. 남양유업에 내용증명 공문을 보내 ▲정기 주총 전 이사회를 열어 직접 임원을 교체 ▲정기 주총때 경영진 교체 안건을 상정할 것을 요구했다. 이어 이 같은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시 ▲임시 주총을 강제 소집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홍 회장의 협조를 기대하기 어려운 양상이다. 현재도 홍 회장은 한앤코에 협조하는 조건으로 '고문 선임'과 사무실 및 차량 제공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 회장은 여전히 대표직을 고수하며 회사로 출근하고 있다.

한앤코로서는 남양유업이 그간 '오너 리스크'로 위기를 겪었던 만큼 홍 회장을 고문으로 선임하는 것은 반갑지 않은 입장이다. 특히 홍 회장의 사내이사 임기가 오는 26일까지인 점을 감안하면 홍 회장이 사퇴하지 않고 연임하게 될 경우 내년 주총까지 경영권을 이어갈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한앤코가 다시 법적 절차를 통해 경영진을 강제로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게 된 이유다.

다만 법원은 오는 27일 심문을 열고 허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인데, 정기 주총이 이미 하루 앞서 열리는 만큼 한앤코에게 적잖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법적 절차대로라면 임시 주총은 다음달 초·중순 소집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에 따라 한앤코는 정기 주총 이후 홍 회장을 포함한 기존 경영진 해임 작업부터 실시해야 한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2022년 6월 21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남양유업과 한앤컴퍼니 양사의 계약 불이행 관련 주식양도 소송 7차 변론기일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2022년 6월 21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남양유업과 한앤컴퍼니 양사의 계약 불이행 관련 주식양도 소송 7차 변론기일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새로운 남양을 위한 경영진 교체 작업이 지체되면서 빠른 경영 정상화를 추진하려던 한앤코로서는 다급해질 수 밖에 없는 처치가 됐다. 한앤코는 경영진 교체와 사명 변경 등을 통해 오너 리스크로 실추된 이미지를 개선하고 이에 따른 실적 부진을 구제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그간 홍 회장 체제의 남양유업은 오너 리스크에 지속적으로 시달렸다. 본래 남양은 1967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국산제조 분유인 남양분유를 시판하면서 사업을 확장했고 1991년 발효유 불가리스와 아인슈타인 우유를 개발하면서 국내 유업계 2위 자리를 차지한 이름 있는 기업이었다.

그러나 2013년 대리점에 '물품 밀어내기'로 강매한 것과 대리점주에게 폭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매운동이 시작된 데 이어 ▲경쟁사 비방 댓글 지시 논란 ▲오너일가 자제 마약 논란 ▲불가리스 제품 과장광고로 인한 코로나19 방역수칙 위반 등 여러 사건이 발생하면서 기업 이미지가 추락했고 이는 실적 하락으로까지 이어졌다.

실제로 2020년부터 남양유업의 연매출은 1조원 아래로 떨어졌고 영업손실 규모도 매해 커졌다. 영업손실 규모는 2020년 771억원, 2021년 779억원, 2022년 868억원이다.

다행인 점은 지난해 영업손실이 548억원으로 적자폭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매출도 9968억원으로 1조원에 근접했다. 한앤코는 앞서 2013년 적자였던 웅진식품을 인수해 5년 만에 기업 가치를 3배 올린 뒤 매각한 바 있다. 이에 한앤코가 남양유업의 쇄신도 이끌어낼 수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남양유업 제품들도 오너 리스크에 따른 문제일뿐 품질은 인정받고 있다.

한앤코가 이른바 '홍원식 리스크'라는 장애물을 무사히 넘고 남양유업의 정상화에 속도낼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현재 한앤코는 "주식양도가 늦어져 발생한 손해를 추가로 묻겠다"며 홍 회장 일가를 상대로 500억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별도로 제기한 상태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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