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주 ‘갑질’ bhc·메가커피 현장 조사
단기 수익 증대 전략에 가맹점 반발 고조
버거킹·투썸플레이스 등 조사 확대 '촉각'

공정거래위원회.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가맹점 갑질' 주범으로 떠오른 사모펀드에 칼을 빼들었다.

일반적으로 단기간 수익을 극대화해 매각을 노리는 투자자의 집합체인 사모펀드의 특성과 장기적으로 영업하면서 브랜드 가치 강화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맹점주들과 갈등이 강하게 표면화되고 있는 탓이다. 최근 맘스터치에 이어 bhc, 메가커피 등이 공정위의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다음 조상 대상에도 관심이 쏠린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가 사모펀드 운영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에 대해 직권조사에 나서면서 그 폭과 강도에 해당 사모펀드들이 긴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공정위는 최근 bhc·메가커피 가맹본부를 상대로 전방위 조사에 나서며 첫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공정위는 서울 송파구 bhc 본사와 강남구 메가커피 본사에 조사관을 보내 가맹사업 운영 관련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업체가 가맹점주의 동의 없이 필수품목을 과도하게 지정하거나 판촉 행사 비용을 전가하는 등의 이른바 ‘갑질’을 했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다.

bhc는 2018년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투자자로 참여한 이후 납품 단가와 소비자 가격을 동시에 올려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또 모바일 상품권 수수료를 가맹점주에게 떠넘기고 12시간(낮 12시~밤 12시) 영업을 강요하는 내용이 담긴 '상생 협약서'를 체결하려 한 사실도 알려지면서 논란이 크게 일었다.

2022년 7월에는 치킨 가맹점의 필수 품목인 해바라기유 공급가를 돌연 61% 올리며 점주들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비판이 계속되자 같은 달 다시 공급가를 낮췄다. bhc는 지난해 국감에서도 점주가 부담하는 평균 차액 가맹금 지급 비율이 경쟁사보다 높아 지적을 받았다.

우윤파트너스(58.6%)와 프리미어파트너스(41.4%) 등 사모펀드가 소유한 메가커피도 광고비를 가맹점주에게 전가했다는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 메가커피는 2021년 1600개 수준이던 매장 수를 지난해 2700개로 2년도 채 안돼 1000개 넘게 늘린데다, 2022년에는 손흥민 선수를 광고모델로 채용했다. 이에 2022년 한해동안 지출한 광고비가 37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가 사모펀드 운영 프랜차이즈만을 대상으로 직권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육성권 공정위 사무처장은 외식업 브랜드 가맹점 사업자 협의회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사모펀드 소유 가맹본부를 중심으로 단기에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가맹점주에게 각종 비용을 전가하는 행위에 대한 우려를 알고 있다"며 "내년 중 이에 대한 직권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었다.

공정위는 올해 업무 추진 계획에서도 부당수취 우려가 큰 가맹본부의 불공정 행위 유형을 점검·시정하고 거래 관행의 개선을 유도하겠다는 내용을 담기도 했다. 공정위는 "조사 중인 사안에 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지만 법 위반 사항이 있다면 엄정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조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만큼 다음 '타깃'에 대한 관심 또한 커지고 있다. 이미 맘스터치가 '갑질'로 과징금 등의 제재를 받은 상태인 가운데 다른 사모펀드가 운영하면서 잡음 또한 만만치 않은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 브랜드가 의외로 많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맘스터치는 상도역점 등 61개 가맹점의 점주들이 가맹점사업자단체를 구성하려하자 본사가 상도역점 가맹점주에게 경고메시지를 담은 내용 증명을 보냈다. 이후 맘스터치는 상도역점 가맹점주와 계약을 해지하고 가맹점주를 형사고소했다.

공정위는 이같은 맘스터치 본사의 행위가 가맹사업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고 과징금 3억원을 부과했다. 아울러 맘스터치가맹점주협의회장인 가맹점주에게 가맹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물품공급을 중단한 행위 등을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 위반으로 보고 시정명령도 내렸다.

사모펀드가 운영중인 대표 프랜차이즈 업체
사모펀드가 운영중인 대표 프랜차이즈 업체

향후 조사 대상 업체로는 그간 각종 논란이 제기됐던 버거킹, 투썸플레이스, KFC 등이 거론되고 있다.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가 소유한 버거킹은 가맹점 갑질과 수수료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해 국감에서는 버거킹 미국이 로열티, 광고비를 합쳐 8.5% 수수료를 가져가는 것과 비교해 한국 버거킹은 로열티, 광고비, 물류 마진, 물류 배송비 포함 17.8%를 수취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미국보다 물가가 낮은데도 가맹비가 두배나 높았던 것이다.

이 밖에 한국 버거킹이 판촉행사와 시스템 운영비를 점주와 사전 협의 없이 인상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투썸플레이스는 2021년 11월 사모펀드 칼라일 그룹에 매각된 이후 가맹점주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투썸플레이스 가맹점 협의회는 지난해 9월 "본사가 가맹점들에게 과도한 물류비, 모바일 쿠폰 차액 부담 전가 등으로 피해를 입히고 있다"며 공정위에 신고했다.

가맹점주들은 본사가 권장품목을 시중가보다 비싼 가격에 강제로 구매하게 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사모펀드는 투자자들로부터 모은 투자금으로 저평가 기업을 인수한 뒤 사업 확장·개선 등을 거쳐 가치를 제고한 뒤 인수가보다 비싸게 매각해 차익을 남기는 양상을 띈다. 통상적으로 '기업 수익성 개선 후 재매각'이 목표인 것이다.

물론 사모펀드를 통해 기업 가치가 재평가되는 경우도 많다. 앞서 커피 프랜차이즈인 할리스는 사모펀드 IMM PE가 인수금액 450억원과 유상증자 투입금 370억원을 들여 인수한 뒤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1450억원에 KG그룹에 넘긴 바 있다.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아웃백) 역시 당시 사모펀드 스카이레이크 에쿼티파트너스가 2016년 인수 후 5년 만에 2000억원 수준의 차액을 남기며 bhc에 매각했다.

그러나 기업 가치를 올리는 과정에서 가맹점주들과의 상생 대신 수익구조 개선에만 치중해 가맹점주들과의 갈등을 유발하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가 인수해 성공한 프랜차이즈업체들도 많다. 프랜차이즈 시스템이 사모펀드식 단기 수익성 개선 전략과 상생이 맞는 편"이라면서도 "다만 수익성 개선 전략이 제대로 성공하지 못하게 되면 대부분 본사 이윤만을 극대화하는 방식을 취하게 돼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공정위가 대대적으로 사모펀드 소유 프랜차이즈를 대상으로 갑질 제재에 나서면서 업계에 변화가 생길 지 주목되고 있다"며 "앞서 지난해 맘스터치에 대한 제재가 이뤄지긴 했으나 가맹점주들의 불만은 여전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공정위는 사모펀드 소유 프랜차이즈에 대한 조사를 확대하면서 '가맹분야 불공정거래행위 심사지침'도 마련하고 있다. 가맹점주의 동의 없이 모바일 상품권을 취급하면서 수수료를 떠넘기는 행위 등을 불공정 행위로 규정하겠다는 것이다. 행정예고 기간 접수된 의견을 검토하면서 세부지침을 마무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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