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부회장 18년 만에 그룹 회장 승진
이마트 적자 등 위기에 경영 최전선 등판
SNS 등 논란.. 그룹 경영 집중 행보 주목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8일 회장으로 승진했다. 신세계그룹 제공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8일 회장으로 승진했다. 신세계그룹 제공

'유통강자'였던 신세계그룹이 실적 부진으로 수세에 몰린 가운데 정용진 부회장이 회장으로 전격 승진하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어려운 시기 회장으로 나서는 것이 개선에 대한 자신감의 표출일지, 이른 판단일지를 두고 시선이 교차하는 분위기다.  

8일 신세계그룹은 정용진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하는 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2006년 부회장에 선임된 지 18년 만에 승진으로, 기존 회장이었던 이명희 회장은 총괄회장 자리로 가게 됐다.

정 회장은 1995년 신세계 전략기획실 전략팀 이사로 입사해 신세계백화점 기획조정실 상무와 신세계 경영지원실 부사장을 거친 후 2006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됐다. 이후 신세계그룹의 두 축인 신세계와 이마트 가운데 이마트를 전담해 왔으며 대형마트 사업을 영위 중인 이마트를 중심으로 편의점과 커피 프랜차이즈, 호텔, 복합쇼핑몰, 식품 등 여러 사업을 이끌고 있다.

지난 1월 26일에는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수원'을 개관하면서 크게 주목받았다. 스타필드 수원은 문을 연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지난달 19일 기준 185만명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되면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정 회장은 이마트에 이어 복합쇼핑몰을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는 중으로, 최근 들어 인천과 광주 등과 협업을 맺으며 속도를 내고 있다.

정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조직은 성과를 내기 위해 존재하고 기업은 수익을 내야 지속가능할 수 있다"며 수익성 개선을 경영의 최우선 과제로 내걸었다.

사실 신세계그룹은 최근 전례없는 큰 위기를 겪고 있다. 그룹의 대표 사업군인 이마트가 지난 몇년간 수익이 급감하고 있는 상태에서 지난해 사상 최초로 연간 영업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쿠팡 등 온라인 채널들이 자리를 위협하며 '유통강자'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여기에 다른 경쟁사 편의점 3사가 승승장구할 때 이마트24는 여전히 부진한데다 자회사인 신세계건설도 계속된 적자로 크게 발목을 잡고있는 상태다.

진작에 위기를 감지한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9월 정기 임원인사에서 전체 최고경영자(CEO)의 40%를 전부 교체한 데 이어 11월에는 그룹 경영전략실장을 8년 만에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로 교체하는 쇄신 인사도 단행했다. 또 정 회장은 지난해 연말 경영전략실을 기능 중심의 컨트롤타워로 개편하고 대대적인 혁신을 주문하기도 했다. 비상경영 태세에 들어간 것이다.

이러한 위기의 상황에 정 회장이 승진했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부회장 재임기간이나 다른 기업들의 오너 2·3세 나이대를 봤을 때 정 회장의 승진 시기가 이른 것은 아니지만 어려운 시기에 더욱 막중한 책임을 져야하는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다.

신세계그룹은 "녹록지 않은 시장 환경 속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혁신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최고의 고객 만족을 선사하는 '1등 기업'으로 다시 한 번 퀀텀 점프하기 위해 이번 인사를 단행했다"고 승진 배경을 밝혔다. 

2022 프로야구 KBO리그 한국시리즈에서 SSG가 우승하자 정용진 구단주가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2022 프로야구 KBO리그 한국시리즈에서 SSG가 우승하자 정용진 구단주가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정 회장은 승진 전부터 '신세계 유니버스'를 구상하겠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신세계 유니버스란 '아침에 일어나서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고 일주일에 한 번씩 이마트에서 장을 보고 저녁엔 이마트24에서 맥주를 마시고 주말엔 SSG랜더스필드에 가서 야구를 보는 것'이라는 게 정 회장의 설명이다. 고객의 신세계 유니버스 '경험'을 바탕으로 하나의 유기적인 생태계를 구상하겠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항상 "고객의 소비보다 시간을 빼았겠다"는 사업 모토를 내세우며 '체험'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해오고 있다. 단순히 돈을 쓰는 소비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이마트나 스타필드 등을 고객이 시간을 쓰러 오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이번 승진을 계기로 정 회장은 이같은 전략을 더욱 적극적으로 전개하면서 그룹의 위기를 타개하고 실적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 할 전망이다. 아울러 '책임 경영'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그간 정 회장의 성과를 볼 때 경영수업을 제대로 마치지 않았다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정 회장은 스스로를 '형'이라고 칭하며 자신의 일상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리며 일상을 공유하고 소통해오고 있다. 그러나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못한 행보를 보이며 대중의 뭇매를 맞거나 '불매'로 이어지는 등 그룹에 피해를 입힌 사례가 잦았다.

회장에 오른 만큼 이전보다 달라진 모습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마트를 중심으로 한 수익성 개선과 새로운 먹거리 찾기가 급선무 과제로 주어진 가운데 어려운 시기에 단행한 승진이 신세계그룹을 위기에서 꺼낼 구원투수가 될지 다소 아쉬운 결정이 될지 정 회장의 행보에 달렸다.

이런 가운데 정 회장의 승진 이외 다른 그룹 수뇌부 인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다만 신세계그룹 측은 정 회장 승진 외에 다른 최고위층 인사는 아직 예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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