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수요 둔화 직격.. 美시장서 토요타 선두에 혼다 맹추격
전동화 전략 수정 현실로.. 2026년까지 하이브리드 개발 사활

제네시스 엠블럼
제네시스 엠블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개발 단계부터 심혈을 기울인 야심작으로 불리는 제네시스가 최근 수요 부진에 직면했다. 순수 전기자동차 시대 도래가 예상보다 늦어지는 가운데 '하이브리드 차량'이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제네시스가 정 회장이 강조해온 전기차 중심의 전동화 전략을 수정하고 하이브리드차 생산 계획 실행에 본격적으로 나서 관심은 모은다.

1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가 하이브리드 엔진 및 관련 시스템 개발에 한창이다. 고급 브랜드에 적합한 카니발 하이브리드에 들어가는 내연기관 엔진(1.6L)보다 큰 2.5L 엔진을 기반으로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빠르면 내년, 혹은 2026년 하이브리드 모델이 출시될 예정이다.

제네시스가 하이브리드 모델 개발에 나선 것은 '전기차 수요 감소'가 장기화 될 것으로 판단한 결과로 분석된다. 당초 제네시스는 하이브리드차를 건너뛰고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넘어갈 계획이었다. 이에 2025년 이후 모든 신차는 전기차로 출시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높은 전기차 가격대가 고물가·고금리 시대 속에서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친환경 기조에 따라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은 필수적이긴 하지만 순수 전기차 시대 도래가 예상보다 더뎌지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보편화가 이뤄지기 전까지 최소 2030년까지는 하이브리드차가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를 병행하면서 전동화 전략을 추진해나가야 하는 시점이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하이브리드는 일반 내연기관 대비 30% 이상의 연비 개선 효과를 기대하는 한편 제조사 입장에서도 전동화 수요 충족을 위한 추가 신차개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제네시스도 계획 수정의 필요성을 감지하고 하이브리드차 개발에 나선 상황이다. 본래 계획대로 내연기관에서 바로 전기차로 가는 대신 하이브리드라는 중간 단계를 거치겠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전기차 인기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떨어지기 시작했다. 제네시스의 지난해 전체 판매량(22만5189대)은 1년 전(21만5128대)보다 늘었지만 전기차 모델은 1만8846대에서 1만8759대로 오히려 줄었다.

제네시스 뿐만 아니라 다른 해외 자동차 업체들도 하이브리차 생산을 늘리는 등 '전기차 성장통'을 이겨내기 위해 계획을 수정하는 양상이다. 포드는 전기 픽업트럭 'F-150'을 감산하는 대신 향후 5년간 하이브리차 생산을 4배 늘리기로 했으며 제너럴모터스(GM)은 하이브리드 차종의 북미 시장 재출시를 선언했다.

특히 제네시스로서는 주요 시장인 미국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서라도 하이브리차 개발이 절실한 상황이다. 하이브리드만 고집하며 '전기차 지각생'으로 불리던 일본 토요타, 혼다 등이 치고 올라오고 있기 때문이다.

제네시스의 GV80 부분변경 모델. 제네시스 제공
제네시스의 GV80 부분변경 모델. 제네시스 제공

토요타(렉서스 포함)는 지난달 미국에서 18만4450대를 판매하면서 전년 대비 16.2% 증가했으며 혼다(아큐라 포함)도 32.3% 늘어난 11만110대를 팔았다. 이같은 상승세의 비결은 바로 하이브리드차다.

토요타는 지난달 미국에서 하이브리드차를 6만8000대 이상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37%에 달하는 판매 비중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혼다 역시 지난달 미국에서 하이브리드를 2만대 이상 판매하며 1년 전보다 판매량이 75% 증가했다.

데이비드 크리스트 토요타 브랜드 북미 사업 총괄은 "하이브리드 판매가 치솟고 있다"며 "라브4 하이브리드 모델은 (가솔린 파워트레인보다) 수요가 높고 재고도 적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하이브리드차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수입차협회(KAIDA)에 따르면 전반적인 수입차 시장의 판매가 저조한 가운데 하이브리드는 상승세를 지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하이브리드 판매량은 8876대로 전체의 54.7%를 차지했다.

특히 국내 하이브리드 수요는 토요타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토요타의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는 지난달 919대를 팔며 전체 4위를 차지했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하이브리드 모델이 2026년까지 369개로 늘어 2020년의 2배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기차 전환이 예상보다 늦어져 하이브리드차와의 공존이 더 길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자동차 전문 시장조사기관인 마크라인즈에 따르면 지난해 14개 주요 자동차 시장을 조사한 결과,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30% 증가한 421만 대로 집계됐다. 전기차 증가율(28%)보다 높은 증가율을 기록한 것이다. 지난해 16%대였던 하이브리드 비중이 오는 2030년 24.5%까지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적어도 2030년까지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가 함께 성장하는 구조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 제네시스에 대해 고급 하이브리드차 출시를 요구하는 수요가 그간 높았다"며 "일본 완성차업체들보다는 늦은 편이긴 하나 아직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기까지 시간이 남았고 유럽과 미국 시장 대응을 위해 지금이라도 노선을 변경한 것이 브랜드 성장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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