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최고령 이코노미스트의 ‘저성장 중금리 시대의 자산관리 전략’
새봄 신간 ‘머니스톰’ 발간…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시장이 온다

지난 8일 한국거래소에서 만난 김한진 박사가 본인의 신간 '머니스톰'을 든 모습. 사진 장석진 기자.
지난 8일 한국거래소에서 만난 김한진 박사가 본인의 신간 '머니스톰'을 든 모습. 사진 장석진 기자.

지금 전세계 경제는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길을 가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사태를 지나며 동력을 잃은 경제 부양의 과정에서 인플레이션이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제자리로 돌아가는 금리인하의 과정이 더딘 이유다.

특히 미중 양국간 패권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국은 저출생, 고령화의 급진전으로 국가의 성장 동력 자체가 도전 받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가 오는 4월 4일 개최하는 ‘2024 ST안티에이징포럼’ 첫 세션을 장식할 삼프로TV 김한진 박사를 지난 8일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만났다. ‘저성장, 중금리 시대의 자산관리 전략’을 미리 들어본다.


Q. 봄을 맞아 신간 ‘머니스톰’을 들고 나왔다. 무슨 뜻인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종착역을 향해갈 2년 전쯤, 어어어마하게 풀린 유동성이 이후 어떤 변화를 가져올 지에 대해 정리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팬데믹 기간엔 ‘유동성 점프’가 일어났다. 미 연준이 팬데믹 기간에 푼 돈은 그 이전 15년 동안 푼 돈의 약 40%에 해당하고, 연준의 자산 관점에서 보면 본원통화 기준 15년간 증가한 것의 절반 정도가 팬데믹 2년 반 동안 늘었다. 그 결과 재정도 팬데믹 이전에는 GDP의 3% 전후에 머물렀지만 지금은 6~7% 수준으로 커졌다.

경제가 성장하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돈을 풀었지만, 내년에 양적 긴축이 종료되고 만약 경기가 안좋아지면 다시 양적 완화에 돌입할지 모른다. 지금 금리인하 시기를 조율하며 인플레이션 수치가 내려가길 기다리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이 잡혀도 초저금리 시대로 돌아가지 못한다.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화폐의 탑’이 가져올 결과를 투자자와 나누고 그에 대한 대비책을 함께 고민하고 싶었다. ‘머니스톰’을 쓰게 된 계기다.


Q. 책에 보면 글로벌 지형이 바뀌었다는 부분이 나온다. 환경이 어떻게 바뀐 것인가?


중국 경제가 미국 경제를 위협할 수준으로 커지면서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탈분업화가 일어나고 있다. 중국이 저임금을 무기로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던 시대를 넘어 글로벌 기업들이 생산 기지를 미국으로 옮기는 ‘온쇼어링(Onshoring)’이 일어나고 있다.

분업화 질서가 바뀌고 환경, 기후 문제 등이 대두되면서 2050년을 목표로 한 ‘탄소제로’ 사회로 가는 과정에 설비투자, 탄소세 이슈 등이 나올 것이다.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끈적끈적한(Sticky) 물가가 이어지면 금리를 쉽게 내릴 수 없고 중금리 환경이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불경기때 물가와 금리가 제로에 수렴했다면 중금리 환경에선 3%대 유지가 가능하다. 여기에 경기가 좀더 좋아지면 6~7%도 가능하게 틀(Frame)이 바뀐다.

연준의 기준금리가 고점일 때 미 10년물 국채가 15% 수준에서 0.5%까지 갔다가 지금 4% 언저리에 머물고 있다. 중동사태 이후 최근 40년간 떨어졌던 물가 및 금리 수준과 이별하는 중이다.

2차세계대전 이후 약 40년간 유동성 팽창과 공급망 교란, 미국 등 선진국 경제성장이 이어지며 물가와 금리가 오르다 2차 석유파동이 나오면서 물가 초급등(Hyperinflation)을 겼었다. 이후 자유무역의 등장으로 각국이 비교 경쟁에 들어가며 인플레이션이 떨어졌고 그 중심에 중국의 산업화와 자유무역 참여가 있었다. 중국이 싼 물건을 대량생산한 것이 세계 물가 상승을 저지한 것이다.

이후 3차산업혁명이 한창 진행 80~90년대 산업구조가 고도화되고 석유를 적게 쓰는 구조로 바뀌며 생산수단의 혁명, 연비 개선 등이 지난 40년간 일어났다. 특히 아마존을 위시한 유통혁명이 물가를 낮추는데 일조했다.

그게 팬데믹이라는 상징적 사건을 계기로 공급망 교란, 때마침 벌어진 미중 무역전쟁으로 국제무역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이런 배경에는 중국의 성장에 대한 미국의 공포가 자리한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2035년 중국 경제가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실질 구매력 기준으론 2015년 이미 앞섰다.

현재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미국의 70% 수준이고 일본은 17%(한때 40%) 수준이며, 유럽 전체가 미국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중국이 미국 패권에 이미 도전적인 지위에 올라섰다. 특히 AI, 자동차, 컴퓨팅, 반도체 등 첨단 산업과 군사력에 있어서도 양국간 양보할 수 없는 경쟁이 이어졌다.

바이든이 연임을 하든 트럼프가 재선을 하든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관세율과 인플레이션감축안(IRA) 등은 유지될 공산이 크다. 초당적인 중국 견제 기조다.

중국은 거대 인구와 인프라를 통해 미국에 위협적인 국가가 됐고, ‘일대일로’(중국의 신 실크로드 정책) 10년차를 맞으며 중국 중심의 거대 경제공동체가 강화되고 있다. 미국에 동조하지 않는 국가도 많고 양다리 걸치는 인도 같은 국가도 있다.

중국의 힘이 커지면 경제협력 뿐 아니라 현재 4%대인 위안화의 결제비중이 올라가 그 위상이 격상돼 달러패권을 갉아먹을 것이다. 미중 갈등이 심화된 배경이다.


Q. 최근 일본 증시에서 니케이225가 4만선을 돌파하는 등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일본 경제와 자산시장을 어떻게 봐야 하나?


일본은 미중 무역분쟁의 소용돌이 속에 어부지리를 한 사례다. 대만의 TSMC가 공장 2개, 미국 IBM 등도 공장을 짓고, 그 와중에 도요타의 하이브리드차가 세계 최강이 됐다. 엔저로 일본 수출기업 이익이 폭증해 일본 주식시장이 불붙고 있다. 일본 뿐 아니라 전세계 자산시장이 유동성으로 팽창하고 있다.

다만 일본 경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는 부정적으로 본다. 도요타, 소니 등 일본 주요기업들이 공동 출자해 만든 ‘라피다스’ 같은 반도체 기업이 과연 짧은 기간에 초정밀 반도체를 양산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일본처럼 인구 1억 이상 국가는 내수가 증가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취약하다. 일본인들 입장에서는 지금과 같은 물가상승은 처음 겪는 현상이다. 3% 물가가 우리에겐 대단하지 않을 수 있지만 실질소득이 깎여 내수소비가 일어나지 않은 일본에서는 큰 부담이다. 실질임금 하락과 엔저에 의한 수입물가 상승, 여기에 생산성 개선이 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구조적인 혁신 성장이 일어나서 꾸준하게 고용이 창출되지도 않는다. 겉은 뜨거운데 안은 차가운 ‘타다끼’ 현상이 현 일본 경제의 모습이다. 일본이야 말로 재정과 통화팽창의 극치를 아베노믹스가 보여줬지만 일본 경제를 성장시키는 근본 동력은 아니다.


Q. 그렇다면 이런 중금리 시대 장기화는 어떤 모습으로 다가오나?


지난 40년간은 물가와 금리가 고점을 계속 낮추는 과정이었다. 그 사이에 경기 침체 기간이 8번으로 그 전 40년보다 작고 짧았다. 물가와 금리가 낮아지는 상황이 이어졌기 때문에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공격적으로 펼칠 수 있었다. 장기 호황을 누릴 수 있었던 이유다.

미국과 일본의 국가부채는 지금 사상 최고다. 중국도 이번 민간부채 조정을 거치면서 국가부채가 올라갈 것이다. 국가 부채는 많은 국가들이 나선형 재정 악화에 빠지게 하고 있다. 즉 부채를 갚기 위해 또 빚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가 흔들리면 경제의 후견인이 없어지게 된다. 돈을 조금만 풀어도 인플레가 커져 금리를 내리는 시기가 짧아지게 된다.

그러므로 투자자 입장에서는 예금이나 채권이 유리할 수 있다. 일정 부분은 금리부 운용을 통해 안전자산을 확보할 수 있는 긍정적인 측면 있다. 다만 이자율이 높아지면 금융시장은 관대함을 보이지 않는다. 은행에 돈을 빌리기 어려워 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좀비기업’들이 사라질 것이다. 각 업계 1,2,3등이 아니면 살아날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기업이 어려워 질 수 있는 위험이 다가온다.

지난 40년간 각국 정부가 너무 무분별하게 통화팽창을 단행하고 재정을 많이 써버렸다. 2050년이 되면 주요국들이 재정 적자의 절반 정도를 이자비용을 감당하는데 쓰게 될 것이다. 일본의 경우 현재 전체 재정의 25% 정도를 이자비용을 무는데 쓰는데 모든 국가가 ‘일본화’(Japanification) 되는 것이다.

특히 기축통화국인 미국이 문제다. 그간 미국 국채는 수요처가 분명했다. 중국, 일본, 한국 등이다. 그러나 중국의 미 국채 보유량이 고점 대비 40% 줄었다. 전략적으로 안사기도 하지만 경상수지가 줄어 살 재원 자채가 줄었다. 중국이 거대 내수국가로 성장하고, 미국의 온쇼어링으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흑자가 더 주는 가운데 위완화의 국제화는 진전되고 있다.

한편 미국은 AI등 첨단 산업을 중심으로 경제성장률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금리를 내릴 폭도 줄어다.


Q. 한국의 상황은 어떠한가?


안타깝지만 우리나라는 이대로 가면 잃어버린 10년을 맞이할 가능성이 있다. 신성장에 대한 씨를 너무 적게 뿌려놨고, 구조적인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반도체, 2차전지, 전기차 등등이 선전하고 있지만 1인당 GDP 3만불 대에서 4만불, 5만불로 갈 힘은 부족해 보인다.

미국으로 주요 공장들이 이전하면서 산업 공동화 문제가 발생한다. 탄소제로 이슈도 국내 기업들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는 동인이 된다. 산업 공동화는 고용과 중소기업의 공동화를 불러온다. 한국은행이 중장기적으로 인구감소와 설비투자 둔화로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낮게 보는 이유다.

생산성 개선을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고용 부문에서 상생을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전체 생산성은 OECD 평균보다 낮다. 그동안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으로 여기까지 왔지만 혁신성장을 스스로 창출하지 않으면 그 천장을 뚫지 못한다.

1997년 외환위기는 우리에게 큰 고통을 안겨줬지만, 기업의 구조조정과 부채조정이 한방에 단기 고통으로 마무리해 GDP가 급증하는 전환점이 되기도 했다. 다만 이제부터는 답이 없다.

4차산업혁명의 시대가 도래했지만 헤게모니는 미국과 중국 및 일부 유럽국가가 쥐었다. 원맨쇼에 가까운 M7(미국 주요 7개 기업), 비만치료제, 럭셔리 등 지수 독점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주가는 꾸준한 성장으로 단기적으로는 조정을 보일 수 있지만 시야를 넓혀서 중장기적으로 보면 혁신성장 기업들이 독점화는 이어질 것이다. 생각해보라. 우리나라엔 그런 기업들이 얼마나 있나? 5300만 인구와 GDP 3만5000불을 위로 끌어올릴 추진력 있는 기업의 숫자는 너무 적다.

우리에겐 미국 대표 B2C 기업인 펩시코나 P&G가 있는 것도 아니고, 혁신성장 기업이 있는 것도 아니다. 미국의 제조업 비중이 10% 수준인 반면, 한국은 27.8%에 이른다. 다른 선진국들의 제조업 비율이 낮아진 건 인건비 때문이다. 미국은 제조업이 빠져나간 자리를 더 고부가가치가 있는 디자인,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금융 등 서비스 산업이 대체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금 그런 높은 제조업 비중을 끌어안고 추가적인 성장이 가능할까? 잠재성장률은 낮고, 인구는 줄고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전철을 밟을 확률이 크다.


Q. 저성장, 중금리 시대 자산관리 전략은 뭔가?


채권의 비중은 높이고 지역배분은 한국과 미국의 혁신성장주에 균형 있게 가져가야 한다. 단 채권은 장기투자하고, 우량 국채 중심의 만기보유 전략을 써야 한다. 금리가 출렁일 때 물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주식은 혁신성장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 나스닥100 ETF를 보유하는 것도 방법이다. 지역적으로는 인도나 멕시코 등이 유망하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4월 4일 포럼에서 나누겠다.

◆김한진 박사는…

한국 증권가에서 38년간 활동해온 산 증인이다.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삼성자산운용 리서치본부장을 거쳐 흥국증권 리서치센터장, 피데스자산운용 부사장을 거쳤다. 다올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활약하며 제도권 경력을 마감하고 삼프로TV 이코노미스트로 투자자들에게 혜안을 제시하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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