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저출산·고령화 영향 세 가구 중 한 가구 '1인 가구'
삼성·LG 등 가전기업, 1인 맞춤형 가전·로봇 속속 선봬

삼성전자 '비스포크 AI 콤보'(왼쪽)와 LG전자 'LG 트롬 오브제컬렉션 워시콤보'. 각 사 제공
삼성전자 '비스포크 AI 콤보'(왼쪽)와 LG전자 'LG 트롬 오브제컬렉션 워시콤보'. 각사 제공

비혼, 저출산, 고령화 등으로 인해 1인 가구를 비롯한 소규모 가정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가전업계가 이에 대비한 제품 개발에 한창이다. 고물가 시대에 따라 여전히 가전시장 침체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1인 가구 맞춤 가전 등을 통해 시장 빈틈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는 1인 가구 수요를 대비한 일체형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 콤보'를 출시했다. 삼성전자는 제품 공개와 함께 그동안 집안 공간이 부족해 세탁기만 놓고 건조기를 두지 못했던 1인 가구에 편리한 일상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비스포크 AI 콤보는 현재 누적 3000대 판매를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도 일체형 세탁·건조기 'LG 트롬 오브제컬렉션 워시콤보'를 출시하면서 경쟁을 예고한 상태다. 제품 높이과 깊이를 확대하지 않고 기존 동급 트롬 세탁기 한 대와 동일한 컴팩트(형태) 사이즈를 적용해 역시 좁은 장소에도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미 지난해부터 1인 가구를 비롯한 소규모 가구 맞춤 가전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사람, 신혼부부지만 아이를 낳지 않는 가정, 노인 가구 등을 위해 '미래형 주거공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독일에서 열린 가전 전시회 'IFA 2023'에서 LG전자는 'LG 스마트코티지'를, 삼성전자는 '타이니하우스'를 공개하고 1인 가구가 AI 등 첨단기술을 통해 편리하게 모든 가전제품을 연동 제어할 수 있는 신개념 가전들을 전격 선보인 바 있다.

LG전자의 'LG 스마트코티지'는 LG전자의 에너지 및 냉난방공조 기술과 프리미엄 가전을 적용한 소형 모듈러 주택이다. 구조물을 사전 제작해 현장에 설치하는 프리패브(Pre-fab) 방식으로 지어지는데, 시제품은 복층 원룸 구조로 9.5평 크기 수준이다. 이 공간에 오브제컬렉션 워시타워 콤팩트, 식기세척기, 인덕션 등 다양한 가전이 들어가있는 형태다.

최근 1인 가구 사이에서 '워케이션(일하면서 휴가를 즐김)'이나 '5도 2촌(5일은 도시, 2일은 농촌 거주)' 등 새로운 삶의 형태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이 같은 주거 가전을 개발했다는 게 LG전자의 설명이다.

삼성전자의 '타이니하우스' 역시 1인 가구용 주거 가전이다. 친환경 주거 형태인 '넷 제로 홈(Net Zero Home)'으로 구축하고 삼성전자의 TV를 비롯한 모든 가전, 갤럭시 모바일 기기 등을 '스마트싱스(SmartThings)'로 연결해 편리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IFA 2023'에서 공개된 넷 제로 홈 솔루션 타이니하우스. 삼성전자 제공
'IFA 2023'에서 공개된 넷 제로 홈 솔루션 타이니하우스. 삼성전자 제공

 

이밖에도 삼성전자는 지난해 뉴스룸을 통해 세대별 라이프스타일에 따른 '비스포크 가전 활용법'을 소개했는데, 당시 '빛이 나는 홀로'라는 수식어로 1인 가구 관련 제품과 서비스 등을 소개하기도 했다.

당시 '나 혼자 산다! 1인 가구의 맞춤형 라이프'라는 제목을 달고 신발관리기 '슈드레서'와 여러 조리기구 기능이 하나로 합쳐진 '큐커', '와인냉장고' 제품 등을 1인가구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소개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LG전자에서는 지난해 '디오스 오브제 컬렉션 식기세척기'를 출시하면서 작은 주방에 쉽게 설치할 수 있는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설거지 양이 적은 1~2인 가구나 주방이 협소해 비교적 부피가 큰 12인용 식기세척기 설치가 어려운 고객에게 유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기존 인기 안마 의자 모델 '힐링미 타히티' 대비 높이는 약 14㎝, 폭은 약 6㎝ 줄인 '힐링미 파타야'를 출시했다. 안마 의자 뒷면과 벽 사이에 5cm 공간만 있으면 안마 의자를 최대한 눕힐 수 있어 1인 가구가 사는 비교적 좁은 공간에서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

이밖에도 쿠쿠전자, 캐리어 등 중견 가전업체들도 1인 가구를 위한 가전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캐리어는 지난해 말 2030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감성가전 브랜드 '모드비(Modevi)'를 정식으로 런칭했다. 1인 가구와 신혼부부에게 충분한 618L용량의 'Fit-in' 4도어 냉장고와 와인보관실이 있는 '와인에디션' 냉장고 등을 출시했다.

고령화 사회 노인 가구를 위한 가전에는 AI(인공지능)와 로봇 등의 신기술이 각광받고 있다.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에서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맞붙었는데, 당시 양사는 모두 가정용 로봇을 들고 나왔다. 삼성전자는 '볼리(Ballie)', LG전자는 'AI 에이전트'다.

모두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기기들과 연동, 관리·제어하는 등 일종의 '집사' 역할을 하는 로봇으로, 혼자 생활이 어려운 노인 등에게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볼링공을 닮은 삼성전자 '볼리'는 공 형태의 볼리는 바퀴를 활용해 집안을 누빈다. 전후면에 탑재된 카메라로 공간을 인식해 사용자가 부르면 스스로 가까이 다가오고 별도 컨트롤러없이 음성만으로 사용자 명령을 수행한다.

최초로 원·근접 투사가 가능한 듀얼렌즈 기술을 적용해 사용자가 원하면 벽이나 천장, 바닥 어디든 프로젝터로 콘텐츠 정보를 투사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이 밖에도 사용자 대신 방문객을 확인하거나 반려동물의 도우미 역할도 할 수 있다.

LG전자의 'AI 에이전트'는 이족보행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회사는 손, 발을 갖춰 사람 같은 움직임을 보여주고 사용자와 공감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 음성·음향·이미지 인식 등을 접목한 멀티모달(Multi Modal) 센싱과 첨단 인공지능 프로세스를 토대로 사용자의 상황과 상태를 인지하고 능동적으로 소통할 수 있으며 제품 상단부에 탑재된 디스플레이로는 다양한 감정표현도 가능하다.

이를 통해 사용자가 귀가할 때 반려동물처럼 현관 앞으로 마중 나와 반갑게 반겨주거나 음성만으로 사용자의 감정, 컨디션을 파악해 휴식 혹은 병원을 권유할 수 있다는 게 LG전자의 설명이다.

‘KBIS 2024‘에서 공개된 두 바퀴로 자유롭게 이동하며 만능 가사생활도우미 역할을 수행하는 스마트홈 AI 에이전트. LG전자 제공
‘KBIS 2024‘에서 공개된 두 바퀴로 자유롭게 이동하며 만능 가사생활도우미 역할을 수행하는 스마트홈 AI 에이전트. LG전자 제공

 

이러한 집사로봇이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원격의료 서비스 등 헬스케어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가전업계는 변화하는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1인 가구의 비율은 2022년 기준으로 34.5%다. 전국의 3가구 중 1가구는 1인 가구인 셈이다. 한국 사회가 빠르게 비혼·저출산·고령화사회로 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12월 인구동향'과 '2023년 출생·사망 통계(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전년 대비 7.7% 급감한 22만9970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연간 합계출산율은 전년(0.78명) 보다 소폭 감소한 0.72명으로 간신히 0.7명대를 유지 중이다.

혼인 건수도 줄어들고 있다. 통계청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12월 혼인 건수는 1만7582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11.6% 감소했다. 다행히 연간 혼인 건수는 19만3673건으로 전년 대비 1.0% 소폭 상승했지만, 이미 지난 2021년에 처음으로 20만명을 밑돈 이후 3년 연속 19만명대 수준이다.

반면 고령화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통계청에서는 오는 2025년이 되면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20.3%에 달해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전업계가 예민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다만 가전업계가 넘어야 할 대표적 과제는 '가격'이 꼽히고 있다. 1인 가구를 위한 가전은 소형이라고 해도 크기만 작을 뿐 기능은 그대로라 가격 낮추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 가정용 로봇도 아직 양산 시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가전업계 사이에서 렌탈 사업 등이 떠오르고 있기도 하다. LG전자의 경우 사용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구독' 개념을 도입하는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접어들고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가전업체들이 새로운 제품들을 적극적으로 선보이는 모습"이라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이들 가구의 수요에 적합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출시해야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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